가정폭력의 대상인 많은 주부들이 접근금지 명령에 대해 오해를 하고 계신 부분입니다. 

본인의 생명이 위협을 당하면서도,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하면 애들아빠 민증에 빨간줄 가게 될까봐 걱정하느라 신청서 접수를 꺼려하시는 분들을 종종 뵙습니다.

자, 본인 및 아이들의 안전을 보호받으면서 애들아빠 민증에 빨간줄 안 가는 방법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접근금지 명령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1. 형법상의 접근금지 명령 (Criminal restraining order)

2. 가정법상의 접근금지 명령 (Domestic Violence Prevention Order)

3. 민사상의 접근금지 명령 (Civil Harassment Restraining Order)

폭력행사나 위협을 한 상대가 가족이거나, 이혼한 예전 배우자이거나, 아직 혼인관계가 없더라도 연인관계 및 동거인일 경우, 가정법상의 접근금지를 신청하시는 거구요.  위에 설명된 관계가 없는 제 3자라면 민사상의 접근금지를 신청하시는 겁니다.

가정법도 민사이기 때문에, 2번과 3번의 접근금지 명령을 받으셨다고 해서 민증에 빨간줄이 그어지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다만 1번의 접근금지 명령은 흔히 말하는 민증에 남는 빨간줄과 밀접한 관계를 갖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1번의 접근금지 명령은 형사법원 판사가 내려주는 것입니다.

보통 형법상의 접근금지 명령을 받는 절차는, 옆집에서 우리집에서 기물파손되는 소리와 비명소리를 듣고 경찰에 신고를 합니다 (물론 본인이 신고를 하실 수도 있겠지만, 보통 옆집에서 해주더군요).  경찰이 출동되고 피해 정도에 따라 경찰은 그 자리에서 바로 법원에 EPO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Emergency Protective Order)  이 EPO 를 발행하기 위해 각 법원에는 24시간 당직을 서는 판사가 있습니다.  밤에 일이 터지면 밤에도 EPO를 발행해 줘야 하니까요.  이 EPO는 최대 7일까지 유효하며, 경찰이 입수한 증거 자료로 검사가 형사 케이스를 열 경우, 7일이 끝나기 전에 해당 법원의 검사에게 연락을 하셔서 Criminal protective order을 받도록 도움을 청하셔야 합니다.

이는 피해자가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했다고 해서 민증에 더 빨간줄이 빡빡 그어지는 것이 아니고, 어차피 민증에 빨간줄 그어질 범죄가 행해졌기 때문에 (Battery, assault, attempted murder, aggravated assault, etc.) 그에 따라 피해자를 보호해주는 절차도 더해지는 것 뿐입니다. 

만약 피해 정도가 심하지 않아 검사가 케이스를 열지 않을 경우에는 EPO가 만료되는 기일 안에 민사법원에 DVPO 신청을 하셔야 합니다.  2번에 해당하는 분들은 가정법원에 DVPO를 신청하시는 것이고, 2번에 해당사항이 없는 분들은 민사법원에 Civil Harassment Restraining Order을 신청하시는 것입니다.

민사법원에 접근금지 신청을 넣으실 경우 (EPO가 있건 없건), 임시 접근금지 명령서 (Temporary Restraining Order) 와 장기 접근금지 명령서 신청을 함께 넣으시게 됩니다.  법원은 신청서 접수 당일로 임시 접근금지 명령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서류만 심사합니다), 장기 접근금지 명령서 심리공판을 위해 날짜를 잡아주게 됩니다.  임시 접근금지 명령은 최대 3주까지 유효하고, 심리공판이 잡힌 날짜까지 임시로 피해자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약 3주 후 심리공판에 나가셔서 가해자를 상대로 왜 접근금지 명령이 필요한지 판사에게 직접 얘기를 하시게 됩니다.  이 자리에서 판사는 양쪽의 얘기를 들어보고 3년짜리 또는 5년짜리 접근금지 명령을 내려주게 됩니다. 

이 자리에서 받으시는 민사상의 접근금지 명령은 형법과는 별개의 민법상의 접근금지 명령이기 때문에, 민증에 빨간줄이 그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이 명령을 어기고 계속해서 앞에 나타나고 위협을 할 경우, 바로 경찰을 불러 형사로 케이스를 넘길 수는 있습니다 (법원의 명령을 어기는 것은 형법상의 문제가 되므로). 

또한 접근금지 명령 신청을 통해 가해자가 근처에 못 오게 하고, 연락을 못 하게 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가해자를 집에 못 들어오게 하는 오더, 양육권, 양육비, 배우자 부양비 등에 관한 오더도 한꺼번에 신청을 하실 수 있습니다.  보통 이혼시에 심리공판 신청을 하셔서 양육권이나 양육비에 대해 임시 오더를 받으시기 까지는 6-8주 가량 소요가 되는데요 (접수일로부터), 가정폭력이 연루된 케이스는 임시 접근금지 명령이 끝나기 전에 심리공판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접수일로부터 3주 안에 이런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오더를 받을 수 있다는 잇점이 있습니다.  보통 임시 접근금지 명령서에 당일부터 집에 접근을 못 하게 하고 못 들어오게 하는 명령을 내리고, 써포트를 얼마씩 받아야 할지는 3주 후 심리공판에서 오더를 내려주게 되구요.  다달이 먹고사는 생활비 말고도 공동 은행 어카운트 등을 가해자가 못 건드리도록 법원에 오더를 신청하실 수도 있구요.   이 모두를 접근금지 명령 신청서를 통해 신청하실 수 있으십니다.

정리하자면, 가정법원에 접근금지 신청 넣으신다고 민증에 빨간줄 그어지는 거 아니구요.

접근금지 명령서를 받는다고 해서 애들아빠가 빵에 가는 거 아니구요.

접근금지 명령 신청서를 통해 당장 아이들과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도 해결을 하실 수 있으십니다.

National Coalition Against Domestic Violence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4명중 한 명의 여성이 가정폭력을 겪습니다.  매년 백 삼십만명의 여성들이 배우자 또는 연인에게 물리적 폭력을 당하고 있고요.  거의 1/3의 여성 살인 피해자가 배우자나 연인에게 살해되고 있습니다.  또한 매년 천 팔백 오십만명의 사람들이 가정폭력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찾고 있습니다.  

제가 엘에이 가정법 변호사 협회를 통해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에 트레이닝을 받으러 갔을 때 가슴아픈 스토리를 많이 들었습니다만 그 중에 한 가정의 얘기가 제 가슴을 후벼 팠습니다.  근 15년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이혼을 한 히스패닉 아주머니가, 이제는 장성한 아들들에게 "엄마가 그래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건, 한번도 너희들 앞에서는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거야"라고 얘기하자 아들들이 그러더랍니다.  싸움이 일어난 매일밤, 아이들은 벽에 귀를 바싹대고 다 듣고 있었다구요.  그리고 매번 싸움이던 구타던 해프닝이 끝나고 엄마의 울음소리를 들었을때 happy 했다구요.  엄마가 의아해하며 왜 엄마가 우는 게 너희들을 happy하게 만들었냐고 물으니, 엄마가 운다는 건 엄마가 아직 살아있다는 거니까요 하더랍니다. 

초반에 민사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시간이 가고 곪아 터지면 형사로 끝나게 됩니다.  이혼과 접근금지 명령으로 끝낼 수 있는 문제가 둘 중 하나가 죽어야 하는 문제로 발전되도록 방치하지 마세요.  용기를 내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