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제가 이제껏 책으로던 직접이던 접한 이혼 사연들 중에, 가장 억울한 분이 계십니다.

제가 언젠가는 이 이야기를 미씨님들에게 올려 드려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며칠전에 양육권 관련 칼럼에 이와 비슷한 내용의 - 물론 훨씬 나은 사정이시지만 - 댓글이 올라와서, 이 참에 올려 드리려 합니다.

법제도가 진실과 정의를 보호해 주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네, 그 한계는 엄청납니다.

인간관계와 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아무리 내가 깨끗하고 잘못한 게 없어도, 그 일을 보는 대다수의 눈엔 내가 잘못을 한 것으로 보이면, 나는 그들에게 몹쓸짓을 저지른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래서 세상을 정의롭게 사는 것보다는 현명하게 사는 것이 지혜로운 것이겠죠. 저는 DJ DOC의 "나니까" 처럼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는 나..로만 살고 싶습니다만.. 그래서 피보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

한 미국인 아주머니의 얘깁니다.

제가 수년간 함께 일을 했던 분이고. 정말 법 없이도 살 분이고. 너무도 좋은 분입니다. 정도 많고, 밝고, 친절하시고, 선하시고, 가진 건 많지 않지만, 늘 베푸시는 분입니다. 그런데 가끔 너무도 슬퍼 보이시더라구요. 그 이유가 참 기가 막히더군요..

아들 셋을 낳고 열심히 일하며 집안을 돌보던 아줌마. 회계사에 변호사까지 하는 남편. 사랑스런 세 아들은 너무도 의가 좋았지만, 남편은 셋째 아들을 처음부터 너무도 싫어 했답니다. 그 아이를 배었을 때 피임을 하고 있었다네요. 원래 약간 불임이어서 첫 두 아들을 힘들게 얻었었는데, 남편은 딱 그렇게 둘이면 된다고 했는데, 어쩌다가 피임을 하는데도 셋째가 들어선거죠. 이게 무슨 아이를 혼자 뚝딱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고. 아줌마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 셋째를 임신 하면서부터 남편의 태도가 급변하기 시작 했답니다. 낙태를 요구하는 걸 듣지 않고 셋째를 낳고.. 남편은 위의 두 아들만을 끼고 돌고 셋째는 거의 엄마만 보게 되었다네요. 그나마 셋이는 의가 너무 좋았는데요.

변호사 남편이 자기 사무실의 전화받는 분을 흠모하게 됩니다. =.= 그래서 막내가 6살이 되던 해, 돌연 이혼을 요구하죠. 처음엔 보통 이혼하는 부부들처럼, 몇 대 몇, 나눠서 아이들을 돌보게 됩니다. 다만 막내를 원치 않던 남편의 요구덕에 막내는 엄마랑만 있게 되죠. 그러다보니 의좋은 형제들이 막내를 떠날 때마다 슬펐나 봅니다. 하루는 아빠에게 돌아가서는 다음 주부터는 엄마네 가서 막내와 함께 살겠다고 말을 합니다. 자, 이제 기가막힌 사건의 시작입니다.  

아이들이 엄마네 가서 살겠다고 말을 하자마자, 변호사 남편은 경찰에 신고를 합니다. 이혼수속 중인 자기 아내가 어린 아들들을 성희롱 했다구요. 그런데 참 웃긴 것이... 아내가 큰 애들 둘만 성희롱을 했으니 둘만 자기가 데리고 있게 해달라고 커스터디 조정 신청을 넣구요. =.= 아무튼 시시비비 가리기 전까지 아이들은 안전한 곳에 두어야 하니까, 아이 셋을 한꺼번에 아빠네로 보내게 됩니다 (막내를 경찰이 데려갑니다). 그리고 이 아줌마는 형사입건이 됩니다.

변호사는 아니지만 법조계 연관된 일을 오랫동안 해 온 아줌마. 카운티 법조계가 발칵 뒤집힙니다. 친엄마가 아들들을 성희롱 하다니요... 가정법 법원에서는 형사 케이스가 종료 될 때까지 양육권 문제를 묶어 놓기로 합니다. 변호사 남편, 형사법원에서 오만가지 위증을 하는 걸로도 모자라, 어린 아들들을 증인대에 세웁니다. 그리고, 엄마가 보는 앞에서, 9살, 11살의 어린 아들들은 엄마가 본인들이 샤워를 할 때 들어와 은밀한 부위를 만졌다고 위증을 합니다... (나중에 hypnosis를 통해 밝혀진 바로는, 아이들에게 위증을 해야만 막내 동생과 함께 살게 해 주겠다고 협박을 했다네요 ㅠ.ㅠ)

5년. 5년이란 세월이 지나서야 아줌마는 무죄 판결을 받습니다. 조사결과, 아이들이 아빠에게 세뇌를 당한 것으로 밝혀 집니다. 정신분석학자들이 그러더랍니다. 정말 가까운 사람에게 성희롱/성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그 사람을 무서워하고 증오 할지언정 사랑 한다구요. 그런데 이 아이들은 엄마에 대한 사랑이 눈꼽만치도 없이 증오만 하더랍니다. 아줌마는 무죄로 밝혀지고 오명을 벗었으나... 잃은 것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그 긴 세월동안 형법 변호사에 돈 나간 것만도 엄청나구요. 재산이요? 아줌마가 벌어서 아저씨 법대도 보낸 거였고, 아저씨가 워낙 찌질한 변호사라 재산도 없었거니와, 긴 세월, 양쪽 변호사 비용으로 (가정법/형법) 땡전 한 푼 남길 것 없이, 탈탈 털었답니다. 그리고 세뇌를 당한 아이들은 죽어도 엄마와는 안 살겠다고 합니다.. 가정법원에서는 아이들의 양육권을 돌려 주겠다고 하지만, 엄마는 차마 그 죽자고 싫다는 아이들을 데려올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막내아이는 엄마를 여전히 좋아해서 막내는 데려올 수 있었지만, 형들과 떨어지는 것을 너무 슬퍼 하더랍니다. 그래서 결국 아줌마는 주말에만 막내 아이만 보게 됩니다..

네, 정말 나쁜 자식입니다. 그깟 양육권 하나 뺏자고, 멀쩡한 사람을 지새끼 성희롱하는 변태엄마로 만들어 놓고. 자기 배 아파 낳은 자식들을 볼 수도 없게 만들어 놓고 말입니다. 그런데, 너무도 억울한 아줌마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네, 명예훼손 소송 넣고, 별의별 민사소송 다 넣었음 좋겠죠. 근데 말입니다. 무슨 짓을 해도, 얼마를 받아도, 잃은 것을 되찾을 수가 없는 겁니다.

이혼 이후, 아줌마는 막내 아들을 통해 두 큰아들 소식을 접하는 게 다랍니다. 매년 크리스마스에 작은 선물과 함께 카드를 보내지만, 답장을 받아본 적은 없답니다. 죽기 전에, 얼굴을 맞대고 보는 게 소원이라며 아줌마는 웁니다. 고작 10마일 남짓 떨어진 곳에서 사는 내 자식들을 볼 수가 없습니다.. 이제 다 자라 자신들의 아이들을 낳은 아들들인데도..

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케이스를 지켜본 유명 티비 프로그램에서 과연 아이들의 증언을 얼마나 믿어도 되는가에 대한 실험을 했답니다. 12명의 유치원생들을 한 방에 모아놓고, 한 아저씨가 방에 들어와 인사를 하고 (인사만) 나갑니다. 얼마후 아이들에게 그 아저씨가 들어와서 무엇을 했냐고 물으니, 하나같이 인사만 하고 나갔다고 하죠. 하지만 차츰 "그래? 아저씨가 인사만 했어? 다른 건 안 하구? 아저씨가 널 만지진 않았니?" 등의 유도질문을 던집니다. 그런 실험을 1년간 하자, 12명이 이구동성으로 그 아저씨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했답니다.

양육권 싸움. 내가 억울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양육권을 빼앗길 정도로 나쁜 엄마가 아닌데. 계속 엄마와 아이 사이를 이간질 시키는 시댁과 애들아빠 때문에 아이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도 있고, 양육권 자체에 문제가 올 수도 있습니다. 물론, 위의 아줌마처럼 아예 아동 심리학자, 정신분석학자 등 다 끌여 들여서, 전남편이 아이들을 세뇌하여 alienation을 시키고 있는 것을 증명해 볼 수도 있습니다. (저희 예전 보스는 이렇게 해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으셨습니다. 아들이 아빠에게 세뇌를 당한 1년 이상, "엄마" 대신 이름으로 불렀다네요 ㅠ.ㅠ) 본인의 상황에서 무엇이 최선일지는 본인이 판단 하셔야 겠죠. 애들 잘 키워 보려고 훈수 두는 걸, 애들은 홀라당 엄마가 자기들을 구박만 한다고 원망하며, 공부도 안 시키고 게임만 하게 해주고, 맛난 핏자 햄버거 맨날 먹게 해주는 아빠에게 가서 살고 싶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있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법원에서 그들 말만 듣고 홀라당 양육권을 뒤집어 줄 확률은 그닥 높지 않습니다.

현명해 지세요. 힘든 상황일수록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마시고. 내가 뭘 해야 이 상황이 호전될 수 있을지, 먼저 생각을 하시고 행동을 취하세요 (아.. 저도 무쟈게 찔립니다.. ㅠ.ㅠ) 아이들과 대화로 이해의 폭을 넓힐 문제가 아니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셔서라도 (child psychologist) 아이들을 아빠의 세뇌로부터 헤어날 수 있게 도와 주세요. 그리고 증거 수집을 하셔서 법원에 전남편이 나와 아이들 사이를 의도적으로 갈라 놓으려 한다고 (alienate) 꼰질러 주세요. 증거자료만 설득력 있다면, 애들아빠가 얻으려 하던 결과의 정반대가 초래될 수도 있습니다.

또 글이 길어졌네요..

암튼, 애들 문제로 힘드신 미씨님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셨음 좋겠네요.

힘내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