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제가 여자분들의 사연을 더 많이 듣다보니 제목에서처럼 넉넉한 형편의 친정과 쩨쩨한 마마보이 남편을 두신 분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요. 이미 물이 엎질러진 후 제게 오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언젠가 이런 환경의 분들에게 사전에 경고?를 드려야 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결혼 생활 중 이혼을 염두에 두고 이런 저런 일처리를 하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더 주고 베풀고 감내한 사람들이 오히려 이혼할 때 땅을 치며 억울해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일 거구요. 제가 접한 경우들은 대략 이렇습니다. 남편은 엄청난 마마보이에 쩨쩨한 성격이고, 아내는 부족함 없이 자란 모나지 않은 성격입니다. 남편이 사사건건 쩨쩨하게 나오니, 아내는 돈이 필요할 때마다 맘편한 친정에 손을 벌리게 되죠. 더럽고 치사해서 말도 안 꺼내게 되는 경우도 많구요. 말 꺼내봐야 구박이나 먹지, 돈 나올 것도 아니라, 이런저런 더런꼴 안 볼라치니 "엄마, 미안한데~~"가 이어지게 됩니다. (아내는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 돼 - 멀쩡히 다니던 좋은 직장 때려치우고 남편 따라 온 경우가 많더군요 - 이 곳에서 쉽사리 직장을 잡을 수 없는 경우이거나 아이를 돌보느라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자기가 벌어서 쓰지!!!'가 안 통하는 상황 입니다)

옷, 화장품, 뭐 이런 소소한 지출은 그렇다 치고라도. 이런 분들이 병이라도 나면, 너무나 당연한 듯 한국으로 돌아 가셔서 친정의 도움으로 병원에 다니시더라구요. 물론 한국서 드는 본인 쁘라쓰 아이/아이들의 생활비와 병원비 전액은 친정의 몫이 되구요. 본인은 나중에라도 쩨쩨한 남편이 이래저래 자기 때문에 돈 든 걸 가지고 트집이나 잡지 않을까, 그게 싫어서 그나마 형편이 되시는 부모님께 한번 더 비비게 되는 거구요. 친정부모님은 그래도 내 딸 흠 잡히지 않고, 시댁에 짐 되지 않게 해주려고 없는 살림 팔아서라도 내 딸 치료비는 대고자 하시는 거구요.. ㅠ.ㅠ

허나 아내와 장인-장모의 이런 깊은 뜻을 알아줄 남편이라면, 자기가 응당 져야했을 책임을 너무나 간편하게 처가에 넘기지 않습니다. 내 아내가 아파서 돈이 들어가는 데, 처가에서 그 돈을 내주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는 쉐이는, 아내 병이 낫기도 전에 좀 더 업그레이드 되고 삐걱대는 데 없는 여자로 홀라당 갈아타기 할 놈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럼 결국 이혼으로 치닫게 된다는 얘기인데.

캘리포니아처럼 쌍방의 합의나 유책사유 없이 이혼이 가능한 주에서는, 아픈 몸 치료하다 뒷통수 맞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경제적인 면에서 볼 때, 이제껏 친정에서 도와주신 병원비, 생활비 등은 돌려받으실 수가 없기 쉽습니다. 워낙 처음엔 부부의 책임이고, 응당 경제권을 쥐고 있는 남편이 냈어야 하는 금액이지만, 친정부모님께서 "빚" 명목으로 빌려주신 것이 아니라, 둘이 잘 살라고 "원조"를 해주신 것이기 때문에, 부부에게 주신 "선물"이 되고, 이는 상환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없어진 돈이라는 겁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무리 남편이 쩨쩨하게 나오고, 더럽고 치사하고, 자존심 꺾기 싫으셔도, 확실히 하실 건 하셔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은 쏘쿨하게 치사한 꼴 안 보고 친정의 지원을 받으신다 해도, 나중에 가서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나 때문에 휘청하신 부모님께도 죄송하고, 나몰라라 일관하다 이제와서 "그건 너네 부모가 그냥 준 건데 왜 갚아?!"하는 네가지 상실한 망발을 남발하는 쉐이 꼴을 봐줘야 할테니까요. 정 친정의 도움을 받는 것이 부득이한 상황이시라면, 적어도 Promissory note 같은 "빚" 관계에 대한 문서를 남기셔야 합니다. 그냥 주는 게 아니라, 형편이 어려운 딸에게 돈을 꿔주는 걸로 하셔서, 나중에 이혼시 부부 공동재산에서 갚도록 하셔야 합니다.

이런 가슴 먹먹해지는 사연들을 좀 더 덜 접할 수 있음 하는 바램입니다. 투병하시는 분들, 힘내세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