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이혼을 할 껀데 굳이 변호사가 필요할 이유가 무엇이냐 물으시는 분들이 좀 계셨죠. 요즘들어 그런 질문을 직접 듣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요 (칼럼에서 말고요). 다시 정리해 드릴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1. 합의 - 과연 합의인가?

합의란 말이죠. 쌍방이 AGREE 하는 걸 합의라고 하는 건데 말입니다.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게도, 자기가 원하는 사항들을 죽~~~~~~~~~~ 나열해 놓고, 상대방이 싸인해 주는 걸 합의서라고 생각하는 생물체들이 꽤 있더라 이겁니다. 상대방이 순순히 싸인을 하지 않을 경우, 서로 합의 하기로 해놓고 협조를 하지 않는다며 캐지롤을 떠는 인간들도 참~~~ 많고요. 지가 원하는 것만 열라 적어서 상대방의 싸인을 강압적으로 받는 것을 합의서라고 생각하는 많은 떠라이들을 상대로, 평탄한 합의 이혼의 꿈?을 꾸고 계신 분들... 꿈에서 깨어나실 시간이라구요!!!

2. 합의서 - 과연 법적인 효력이 있는가?

어렸을 때, 그런 통계를 본 기억이 납니다. 한국 남성의 80%가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는 반면 한국 여성은 30%만 자신의 외모에 만족한다는 답변을 했다네요 (출처 완전 불분명 합니당.. 미용실 잡지에서 읽은 듯 >.<) 그 때 참 어이없어 하던 느낌, 그게 요즘 그대~~~로 돌아오고 있습죠. 폭력과 학대를 일삼던 남편, 술ㅊ먹고 애 태우고 음주운전 한 전적이 수차례 있는 놈과 이혼하는 마당에도, 남편은 욱하는 거 빼면 좋은 아빠다라고 말을 하는 아내.. 반면, 캘리포니아에는 없지만, 굳이 따지자면 유책사유가 전적으로 남편쪽에 있는 이혼임에도 불구하고, 이혼시 남편은 아내가 엄마로서 자질이 부족한 여자라고 합니다.

이런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같은 조합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저는 참 이해가 안 가는데요.. 어쨌든, 이런 분들이 이혼을 할 때, 저런 염치 가출한 남편이란 생물체는 변호사는 돈 뜯어먹는 거머리 같은 것들이라며 (요런 것들은 아주 그냥 자뻑도 세계 챔피언 급입니다) 똑똑한 내가 다 서류는 알아서 할테니 너는 싸인만 하라고 합니다. 남 좋은 일 해주지 말고, 변호사 비용 아껴서 아이들에게 투자 하자고, 그럴싸한 멘트도 휙휙 날려줘 가며 말이죠.

그리고는 합의서랍시고 뭘 만들어 오긴 하죠. 근데 말입니다. 상식적으로는 약간 갸우뚱 할 정도의 합의서, 법적으로는 전혀 효력이 없는 휴지조각이기 쉽다 이 말씀입니다. 예를 들어 보자면:

"애는 엄마가 맡는다. 하지만 엄마가 다른 남자를 만날 경우, 양육권은 무조건 아빠에게 넘긴다"

"애는 엄마가 맡는다. 아빠와 양육권을 나누는 대신 (둘 다 양육권을 원했을 경우), 양육비에 대한 권리를 무조건 포기한다. 양육비를 요구할 경우, 양육권은 무조건 아빠에게 넘긴다"

"애는 엄마가 맡는다. 대신 엄마가 이사를 가거나, 남자를 사귀거나, 여행을 가거나, 어떤 작은 변화에라도, 아빠에게 미리 허락을 맡고 하지 않으면 무조건 양육권을 아빠에게 넘긴다"

한 쪽이 변호사를 고용 했거나, 본인이 변호사가 아닌 이상, 재산과 아이(들)이 끼어있는 이혼에서 합법적인 합의서를 이혼하는 두 사람이 알아서 작성하기란 거의 불가능이라고 봅니다. 쌍방이 아주 협조적인 관계라면 차라리 이혼을 status only로 해서 합의서가 판결문의 일부로 들어가는 게 아닌, 양육권이나 양육비 등의 이슈에 대한 판결을 받지 않고, 그냥 이혼만 하고 알아서 협력해 양육의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이 있겠지만, 그런 백만에 하나 나올까 말까한 케이스가 아닌 이상, 법정싸움을 거치던, 쌍방이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합의서를 작성하던 해서, 이혼할 당시 깔끔하게 법적 문제들을 정리를 하셔야 하는데요.

합의이혼 하기로 해놓고 왜 변호사를 샀냐고 펄쩍펄쩍 뛰는 사람들을 보면, 참...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생각 밖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