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똑똑하고 밝고 능력있고 재치있고 박식하고 성격도 좋고. 뭐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친구입니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많이 아픈 아들이 하나 있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다운증후군, 자폐, 심장질환 등 너무도 아픈 곳이 많은 아이였지요.

태어난지 한달 안에 그 자그마한 가슴을 세 번이나 갈라서 심장 수술을 해야했던 아이였습니다.

그리고 3년만 살아도 기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아이였습니다.

말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기지도 못하고, 앉아 있지도 못했던 아이.

잘나가던 변호사 직업을 접고, 아이에게서 떨어지는 시간을 최소화해서 다른 일을 해야했던 친구.

그래도 그 친구도, 그 친구의 남편도, 그 친구의 딸도, 믿기 힘들 정도로 너무도 이런 상상조차 힘든 상황을 웃음과 사랑으로 살아냈었습니다. 매일 바닥에 누워 하루 20시간을 튜브를 통해 음식을 섭취하며 신음소리 비슷한 소릴 냈다가 웃었다가 하는 게 다였지만, 엄마는 "음" 소리만 내도 엄마라 했다며 방방뛰며 좋아했었지요.

그 아이가 기적적으로 7년 반을 살고, 어제 아침에 세상을 떠났답니다.

그 작은 아이가, 평생 한달에 서너번을 응급실을 들락날락하며 살았던 아이가, 결국 암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다가, 그 작은 몸에 쇼크가 와서, 결국 엄마 곁을 떠났답니다. 마지막 순간에 CPR을 하던 의사가, 이미 가망이 없으나 남편이 도착할 때까지 CPR을 계속 하기를 원하냐 물었지만, 그럴경우 아이가 더 장기간 괴롭다가 가게 된다는 말에, CPR을 멈추게 하고 아이의 침대에 함께 누워 아이가 숨을 거둘 때까지 꼭 안고 얼굴을 어루만져 줬답니다.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살았다고 생각했건만, 이 천사같은 아가의 죽음에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다는 친구의 글을 보고 얼마나 울었나 모릅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요.  세상에서 그 무언가를 찾으려 애쓰다 정작 내가 이미 갖고있는 소중한 것을 다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위해, 좀 더 나은 환경을, 좀 더 나은 미래를 안겨주기 위해, 더 좋은 집을 사주기 위해, 더 좋은 학교에 보내주기 위해,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정작 그 소중한 사람이 내 곁에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밤입니다.. 내게 가끔은 걸림돌처럼 느껴질 수 있고, 내 맘, 내 수고 몰라줘 야속할 수도 있고, 귀찮을 수도 있는 그 누군가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금 돌이켜보고 감사하게 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