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이면 살 수 있는 것을 1000원 주고 사고 싶다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을 들이고 받고 싶어하기 나름이죠.

이런 알뜰주부 의식이 이혼을 할 때도 발동이 되어, 간혹 2천불이면 깔끔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을 이혼 케이스를 4천, 5천불을 들여서 겨우겨우 마무리 짓는 분들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되도록 이런 안타까운 처지의 분들을 안 볼 수 있도록 이혼할 때 돈 안끼는 방법을 알려 드리겠슴다.

1. 칼럼을 공부 하십시오

보통 가정법 상담은 한시간을 하지요.

그런데 본인 넋두리로 이 한시간을 다 소모시키고도 모자른 분들도 있고, 본인의 이야기를 줄거리와 요점으로 딱딱 정리해 가서 할 얘기 다 하고 필요한 조언 다 듣고도 여유롭게 몇 분이 남는 분들도 있죠. 때론 이 변호사, 저 변호사 다 만나 봤다고 하시면서도 아주 기본적인 법적 절차도 이해를 못 하고 계시는 분들도 있고요.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는 주 목적이 그저 본인의 일대기를 읊으러 가는 게 아니라면, 그 한 시간 안에 엑기스만 쏙쏙 뽑아서 이제 변호사 선임을 통해 케이스를 시작하기 전엔 다른 질문사항이 없도록, 상담 받으러 가시기 전에 기본 상식과 지식으로 중무장을 하고 가시는 것이 본인의 귀한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고기도 씹어본 넘이 맛을 안다고, 질문도 공부를 해 본 사람이 잘 던질 수 있는거죠.  전체적으로 법에 관한 상식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상담에 들어가면 변호사가 하는 얘기도 통 알아듣기 힘드시고, 뭘 질문해야 참 잘 질문했다고 소문이 날런지도 전혀 감이 없으신 거죠.  반면, 기본적인 상식을 빵빵하게 채워서 가시면, 변호사의 설명과 조언이 쏙쏙 잘 귀에 들어올 뿐만 아니라, 십수년동안 머릿속에만 맴돌던 수많은 질문들이 차례차례 질서있게 쏟아져 나올 수 있는 거지요.

제가 상담 하다가 참 뿌듯한 경우를 종종 당하는? 데요.  어떤 분들은 칼럼을 너무도 열심히 공부해 오셔서, 변호사들도 헷갈려하는 법적 이론들을 제대로 이해한 게 맞냐며 척척 꺼내어 놓으시더라구요.  이런 분들은 본인의 이해가 맞다는 걸 확인받은 후, 부연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꺼내어 놓으시거나 추가 질문사항을 내놓으시면, 상담이 너무도 쉽고 빠르게 진행이 되지요.  어차피 이 방에 들어오신 거, 심심할 때마다 한 페이지씩 열심히 읽어 보세요.  상담 받으러 가시기 전에 왠만한 굵직굵직한 주제는 좀 다 훑어 보시고 가시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되실 꺼라고 감히 장담 합니다.

2. 모든 생각을 정리하기 전에 변호사를 만나 보십시오

어떤 분들은 본인의 이혼에 관해 본인이 시나리오를 다 구상해 놓고, 큐 넣고, 필름 돌고, 컷! 하면, 그 때서야 변호사를 찾아와야 하는 걸로 생각을 하시더라구요.  이미 컷 다 찍어놓고, 변호사에게 시나리오 구상을 도와달라고 하면, 어찌하리오~~~. 이건 순서가 뒤바뀐 거지요.

제가 지난 3년간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부르짖는 것이, 뭘 싸인하시기 전에, 집을 나가시기 전에, 아이를 데리고 이사를 나가시기 전에, 제발 변호사와 상담을 받고 최종 결정을 내리시라는 거였는데요.  아직도 여전히 오날날 제게 오셔서 '몰라서 그랬지유' 하시는 분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냥 좋게 좋게 끝내려고 그랬지유' 하시며, 부동산이고 적금이고 퇴직금이고 다 남편 털어주고,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아이들의 최소 양육비조차 터무니없이 깎아 주겠다고 한, 이름하야 "합의서"에 떡~~~ 하니 싸인 하시고, 나아가 공증까지 받아서 남편 변호사에게 갖다 주시고는 세월이 흐르고 흐른 후에 제게 오셔서 억울하다 하시면 제 속이 더 터진다 이겁니다.

아직도 변호사는 본인이 이혼 결심을 끝낸 이후에 만나보는 게 맞는 수순이라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깝습니다.  본인이 갈팡질팡하고 결정을 못 내리는 사이, 상대방은 악착같이 케이스 준비해서 한 큐에 뒷목에 칼 꽂을 기회만 노리고 있는데 말이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무엇을 준비해놔야 하는지, 어떤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사전 공부가 없이 "결심"하는 데 세월 다 보내시고 결국은 뒷통수 맞으시는 분들이 제발 이제 쫌 사라졌음 좋겠습니다.  대판 당하신 후 허겁지겁 변호사 찾아 오시면 이미 늦은 케이스도 많고 (수년에 걸쳐 종적을 감춰버린 돈의 행방을 찾아내는 문제 등),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셔도, 기습을 당한 분들이 불리할 가능성이 많지 않겠습니까.   무슨 변호사 상담이 수천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물론 상담비 백불 이백불도 엄청나게 부담 느끼실 분들도 계시다는 거 모르는 거 아닙니다)... 오백원 주고 독감주사 맞아서 한 겨울 편하게 나는 게 나으시지, 오백원 없다고 몸 사리시다가 독감 걸리셔서 응급실 신세 지시면 이게 몹니까...

싸웠다고 예약 잡았다가, 남편이 사과했다고 예약 취소하시고.  나중에 남편이 기습공격 하면, "내가 그 때 봐주는 게 아니었어~~~~~~" 하며 땅을 치실 분들은, 나중에 또 싸울 때까지 기다리지 마시라는 얘깁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시던 나중에 후회는 없도록 하시라는 거죠.  변호사 만나보고 100불 썼다고 안 할 이혼 하게되지 않고, 할 이혼 안 하게 되는 거 아닙니다.  오히려 변호사와 상담해보고 현실 자각해서 더 잘 사는 분들도 계시구요. >.< 

3. 대행사/법무사에 가지 마십시오

저 치사하게 남의 밥그릇 탐내는 사람 아닙니다. =.=

제가 참 보다보다 너무 어이가 없는 케이스들을 많이 보게 돼서 드리는 말씀 입니다.

흔히 법무사라고 불리우는 대행사를 운영하시는 분들은 변호사가 아닙니다.  따라서 법을 아는 사람들이 아니고, 본인들이 하는 일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전혀 질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들이 그냥 서류만 대신 접수시켜주고 800불을 받는다고 하네요.  그런데 그마저 잘못 접수되어서 서류를 다시 더 넣어야하고 할 땐 500불 정도를 더 받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벌써 1,300이죠.

타운내에 저렴하게 합의이혼 도와주는 변호사들, 2천 미만에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결국 그 대행사에 가서 법도 모르는 사람이 대신 법원 양식에 타이핑해주는 것에 지불한 금액과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죠.  그나마도 천삼백에 제대로 일을 해놓으면 말을 안 합니다.  너무도 엉망진창으로 케이스를 말아 드셔서 (기본적인 절차도 맘대로 무시한채) 한마디로 입이 떡 벌어지게 해 놓으시고, 세월은 갔고, 케이스는 거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케이스를 이미 너무도 많이 보았습니다.  물론 제대로 대행일을 하시는 분들도 간혹 계시겠지요.  하지만 제가 본 케이스들은 화를 불러 일으키는 것들밖에 없었습니다.  어차피 돈 쓰실 꺼면 제대로 법을 알고 일을 하는 변호사에게 가십시오.  뭐 하러 돈 주고 본인과 다를바 없는 "법 모르는 사람"에게 가십니까.  아이고!!!  (긴 한숨..)

4. 변호사 비용은 시간당이라는 걸 절대 잊지 마십시오

뭐 돈이 넘넘 많으셔서 변호사비용 많이 나오는 거 전혀 개의치 않으실 분들이 아니라면, 본인의 이혼이 종결될 때까지 늘 모든 비용 지출이 "시간당"이라는 것을 꼭 기억 하십시오.  물론 법원에 내는 돈, 다른 번역사나 process server 등에 드는 비용은 제외하고요.  변호사건 그 밑의 변호사건, 그 밑의 law clerk이건, 그 밑의 실무직원이건, 클라이언트와 나누는 모든 전화통화, 이메일, 팩스, 우편 등에 드는 시간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법원에 제출될 서류 준비에 드는 시간은 별 변수가 없겠지만, 손님에 따라 이 "커뮤니케이션"으로 들어가는 시간이 너무도 크게 차이가 납니다.

어떤 분들은 달라는 서류는 바로바로 주시고 연락이 없으십니다.  저희가 follow up 해드릴 때 연락 닿는 게 다지요.  반면 어떤 분들은 달라는 서류는 안 주시고, 물은 거 또 물으시고, 또 물으시고, 이메일로 답변 드리면 또 전화 오시고, 전화로 답변 드리면 또 찾아 오시고, 뭐 이러다 보면 날 샙니다.  근데 이런 분들이 나중에 변호사 비용에 이의를 제기 하시죠. ㅠ.ㅠ 

거듭 거듭 말씀 드리지만, 변호사 비용은 시간당 입니다.  이메일로건 전화로건 직접 상담으로건, 변호사의 시간을 이용하시면 그 만큼의 비용이 들어가는 겁니다.  어떤 분은 저희 사무실에서 한시간 반 거리에 사신다며, 그 쪽 법원으로 출두를 해달라 하시며, 그 곳 법원에 들어서는 시간부터 변호사 비용이 청구되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십니다 (물론 제 손님 아닙니다).   차 안 막혀도 한시간 반 거리의 법원에 나오라고 하시며, 길 막히면 세 시간 꼬박 걸려 쌩고생 하고 꼭두새벽부터 출동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그 시간은 공짜라 생각하실 수 있는지, 근근히 먹고사는 저로서는 억울한 생각이 울컥 올라 오더군요. >.< 

최대한 저렴하게 변호사의 서비스를 받으시는 방법은, 꼭 필요한 연락만 하시는 겁니다.

본인의 뽀인뜨를 깔끔하게 정리 하셔서 이메일로 보내시는 것이 가장 현명하십니다.  전화로 한참 얘기해놓고 기억 못 하셔서 다시 물으시면 비용은 이미 따블.  이메일로 물으시면 답변도 이메일로 받으시니, 잊어버릴 염려도 없으시고, 기록도 남으니 일석이조 입니다.  그리고 제 경우만 봐도 법원 들어가고 상담하고 뭐하고 하면 자리에서 편히 전화를 받을 여유가 생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메일은 거의 24시간 access가 가능 하니까요.  특별히 엄청나게 간단해서 한마디만 물어보실 것이 아닌 이상 (혹은 기록으로 남기는 게 거시기한 내용?), 이메일로 변호사 사무실과 연락을 주고 받으시는 것이 가장 절약하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 합니다.

5.  본인 케이스가 끝이 날 때까지 관심을 끊지 마십시오

본인 케이스가 얼만큼 진행이 되어 있고, 무엇이 다음 단계인지 정도는 정확히 이해를 해놓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귀찮으시고 정신 없으시겠지만, 중요한 법원 날짜나 서류를 제출해야하는 날짜 등, 어느날까지 무엇이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지 등의 굵직굵직한 케이스 진행상황 정도는 눈에 잘 보이는 데다가 메모를 해두시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본인의 변호사가 바쁘건 게으르건, 무슨 이유에서건 follow-up이 잘 안 된다면, 본인이 본인 케이스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한 몫 하실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follow-up이 잘 되는 변호사와는 더 일사분란하게 일처리를 해나갈 수가 있구요.  지금 뭐가 얼만큼 된건지, 내 이름은 무엇인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렇게 넋 놓고 계시다간 세월은 세월대로 흐르고, 돈도 돈대로 흐르고~~~ 뭐 이런 억울한 상황에 처하시기 십상.

그렇다고 제대로 일 하고 있는 변호사를 자꾸 닥달하시고 괴롭히셔도 안 되구요. ㅠ.ㅠ

4번에서도 설명 드렸지만, 연락이 닿으시는 순간 황금돼지의 분침 배꼽은 꾹~~~ 눌러진다는 거, 잊지 마세요.  어디까지나 reasonable 하셔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본인의 케이스를 본인이 똑똑하게 매니지 하시는 것도 꼭 필요하지만,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 변호사를 본인 속도와 안 맞다며 괴롭히심 안 되신다는 거이죠. 

공부 합시다.  공부해서, 뭘 어떻게 하든 알뜰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합시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