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인턴 사원으로 일했던 방송국에서 유명한 레스토랑 취재를 나간다고

해서 따라간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갑자기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서 그

레스토랑이 떠올랐다. Trabuco Oaks Steak House라는 스테이크 전문 요리집인데

1968년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Keep it simple, and do it right. "이라는 신조아래

스테이크 레스토랑의 전설을 만들어 내고 있는 집이다. (레스토랑 주인과 전혀

관계가 없음을 밝힙니다. 백발 백인 아저씨와 관계가 있을리 만무하잖아요~~--;)



현재 레스토랑 경영주인 스티브는 몇십년전부터 이 레스토랑을 드나들던

단골손님이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주인 여자와 친해지게 되었는데 지나가는

말로 "혹시라도 가게를 팔 마음이 있으면 나한테 전화를 하세요."라고

말했단다. 그리고는 무려 5년이 지난 어느날 주인여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스티브, 아직도 레스토랑을 살 마음이 있나요?"

그당시 스티브는 자신이 그 제의를 했다는 것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한다.

여주인은 스티브에게 "유명한 부자가 우리 가게를 사려고 하는데 나는 그에게

가게를 팔고 싶지 않아요. 우리 가게를 잘 알고 있는 당신이라면 좋겠는데...."

라고 말했고 스티브는 레스토랑을 창업 당시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레스토랑을 인수하게 되었단다.



내가 만난 스티브는 흰머리와 주름살마저도 매우 건강해보이는 사람이였다.

젊었을 땐 바다에서 서핑을 즐겼다는 그는 여전히 유쾌하고 즐거워

보였다. 처음 레스토랑을 인수받고 3개월은 접시닦기부터 서빙, 청소까지

안해본게 없었다고 한다.

레스토랑을 향한 그의 자부심은 참으로 대단했다. 언제부턴가 육류가

사람들에게 나쁜 병을 일으킨다며 고기를 멀리하고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먹고 싶은 걸 못먹는 삶은 불쌍하다고 말한다. 그의 말이

고기를 먹되 좋은 고기를 선택해서 먹을 줄 알아야 하며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은 필수라고...



레스토랑의 규모는 그리 크지않고 아기자기하다. 다른 스테이크 레스토랑과

달리 정장을 거부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넥타이를 착용한 손님이 들어오면

커다란 가위를 꺼내 넥타이를 잘라버린다. 물론 손님의 동의를 구한다.

레스토랑 벽은 그간 다녀간 손님들의 넥타이와 명함으로 빽빽한데 역사가 30년이

넘은 곳이니 넥타이 숫자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넥타이 착용이나 정장 대신

티셔츠에 바지를 권장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 물었더니 캐주얼 차림은

편하기도 하지만 신분의 차이를 알 수 없어서 좋단다. 이 레스토랑에

들어오는 사람은 나이, 직업에 구제받지 않고 모두 평등하다고...

닉슨 대통령을 비롯해 유명인들이 단골로 즐겨 찾은 걸루 봐서도 뭔가 특별한

점이 있는 식당이다.



모든 촬영을 마치고 우리 스텝들도 그 맛있다는 스테이크를 먹게 되었다.

평소 나는 한번도 스테이크를 맛있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지만 그때만큼은

예외였다. 정말 난생 처음 먹어본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 좋은 스테이크였다.

스테이크 한접시를 거뜬하게 비우고 뭔가 아쉽다는 생각을 할만큼...

지금도 그 스테이크를 상상하니 침이 꼴가닥 넘어간다. --;

이번 주말에 코스코에서 질 좋은 넘을 잡아와서 구워 먹어야겠다.


♡♡미시 메모♡♡
칼럼을 쓰다보니 바로 엊그제만 같은 인턴시절이 벌써 3년도 지난 일이네요.
대학에서 텔레비젼 & 영화 제작을 전공하고 기대 반 설레임 반으로 방송국에 첫발을
디뎠을 때 무슨 방송국 신입사원이라도 된냥 신이 났었는데 말이죠. 150시간이란
인턴 생활을 거치며 방송국 일이 생각처럼 신나고 재미난 일이 아니라 정말 고되고
상당한 육체적 노동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면 팔다리부터 시작해서 온몸이 욱씬거리고 발갛게 변한 두뺨에선
어찌나 열이 나던지...
그 이후로 방송국 주위는 얼씬도 하지 않았지만 전공을 살려 영상관련 일을 하고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


그러고보니 추수감사절이 열흘도 남지 않았네요.
그동안 싱싱반장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읽어주신 모든 미시님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마음 한가득 즐겁고 풍요로운 추수감사절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