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예정일: 2007년 1월 29일 월요일
출산일: 2007년 2월 2일 금요일 오후 6시 34분
출산 병원: Saddleback memorial (Dr. Catherine Han)
자연분만, 무통분만

출산하고 6주가 지나갑니다. 출산 스토리를 일찌감치 올려드리려고 했으나 벌써 6주가 지나버렸네요. 뭐랄까... 아기 엄마가 되고나니 정말 세수도 못한채 하루가 흘러 버립니다.  아기 엄마들이 화장도 못하고 머리 질끈 묶고 다니는 것을 보면 안타까웠었는데 이젠 바로 그 모습이 제 모습이 되어 버렸답니다.

저는 예정일보다 삼일 늦게 출산 하였고 며칠만 더 늦었으면 유도분만을 할 뻔 했는데 다행히도 그 전에 아기가 나와주었어요. 출산 하루 전 목요일 오후부터 굉장히 경미한 진통이 오더군요. 생리통과 비슷하다는데 전 평소 생리통이 없어서 잘 모르겠고 그냥 아랫배가 살살 아파왔답니다.  한번도 가진통 없이 임신 기간을 보낸터라 드디어 오늘이 그날이구나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친정엄마는 부엌에서 부지런히 미역을 씻기 시작했고 저와 신랑은 병원에 들고 갈 가방을 재 확인 하면서 진통을 채크 했어요. 처음엔 15분, 10분씩 오더니 밤이 깊어가고 자정쯤 되니 진통이 5-7분 간격으로 오고 또 진통의 강도가 세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초산이고 진통이 5분 간격으로 오면 무조건 병원에 전화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던터라 병원에 전화하니 와보라고 해서 부랴 부랴 병원에 갔습니다. 그런데 내진 해보더니 2cm밖에 안 열렸다며 집에 돌려 보내더라구요. 아침쯤 다시 오게될 거라면서...아휴... 병원에서 돌려보낸다는 이야기는 들었던 터라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힘이 좀 빠지더군요. 병원에서 밤새 진통때문에 잠을 못 잘거라면서 수면제 비스무리한 것을 주어서 복용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제가 진통을 할 때 열심히 호흡을 함께 해주고 마사지를 해주던 신랑도 지칠대로 지쳤지요. 

이렇게 하룻밤을 꼬박 새고 오전 7시쯤 도저히 못 참겠다해서 다시 병원으로 갔으나 아직도 3cm밖에 오픈이 되지 않았더군요. (4cm되어야 입원 시켜주네요.) 간호사가 병원 복도를 걸어보라고 해서 걸어다니는데 속이 미식거리고 토할 것 같아서 중간 중간 쉬면서 걸었는데 결국은 걷기 전에 마신 물이랑 쥬스를 다 토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랬더니 복도에서 제가 토하는 모습을 목격한 산부인과 의사가 당장 입원하라고... 간호사에게 직접 말해두겠다고 하네요. (남편은 복도에서 토하니깐 분만실을 내준 것이 재미있다고 지금도 자주 그 이야기를 꺼내네요. ㅎㅎ)

분만실에 들어가서 내진해보니 4cm 열렸고 의사가 무통주사 맞겠다고 해서 맞겠다고 하고 (임신 기간 내내 웬만하면 무통하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했건만... 아프고 보니 다시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바로 결정이 서더군요. 무통주사 없이 출산하고 싶었는데... 꿈이 날아가 버리는 순간이였습니다.) 마취의가 와서 무통 주사를 맞았는데 이상하게 다리엔 감각을 잃어가는데 아랫배 통증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느껴지는 것이였습니다. 다시 마취의를 부르고 의사가 6cm 벌어질 때까지 와주질 않아서 한참 진통을 느끼다가 다시 무통주사 맞고 두번째엔 효과를 보고 계속 졸았습니다. 옆에서 남편과 엄마가 계속 마사지 해주었구요... 저는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그 지루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오후 5시 넘어서면서 간호사가 이제 거의 다 열렸다면서 6시부터 푸쉬 하자고 합니다. 근데 무통주사 때문에 아무런 감각이 없었기 때문에 힘을 줄 수 없다고 하자 진통을 느낄 수 있도록 주사 양을 줄여주더군요. 6시부터 간호사의 신호에 맞춰서 힘을 주기 시작하였고 거울로 보이는 우리 아가 머릿카락을 보니 어쩔 수 없이 힘이 주어지더라구요. (꼭 거울보면서 푸쉬하시기를 권합니다. 정말 아기 머리가 보이니깐 얼른 꺼내주어야겠다는 결의 같은 것이 생겨서 힘을 마음껏 주게 되더라구요.)그래도 처음 해보는 거라 힘주는게 쉽지 않아 한 20분은 제대로 힘을 못 주었구요... 6시 20분쯤 의사가 들어오고는 정말 푸쉬 다섯번만에 아가가 숨뿡 나왔습니다.
힘 주는 요령이 있더군요. 남편이 옆에서 코치해주는대로 정말 화장실에서 힘 주듯 "응~~"하면서 힘주니깐 아가가 나오대요. ㅋㅋ (남편이 코치 역할을 너무나 훌륭하게 해주어서 정말 고마웠어요.)

아무튼 엄살 심하고 걱정 많은 제가 2월 2일 오전에 병원 들어가서 오후 6시 34분에 7.05lbs의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워낙 크게 태어난터라 (4.2kg) 아기가 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기 머리가 크지 않아 푸쉬하는게 수월했어요. 머리 크지 않은 아기였음 좋겠다고 기도한 덕분인 듯 합니다. ^^

출산하고 병원에서 보내는 이틀간은 특별히 아픈데 없이 (물론 분만 후 겪는 고통은 다 같지만) 보냈는데 퇴원하고 집에 오니 안 아픈 곳이 없어서 많이 놀랐습니다. 척추 마디 마디가 아프고 아기를 안아서인지 어깨와 팔뚝도 아프고 젖몸살 푼다고 마사지를 해서인지 손목과 손가락도 쑤시고 아팠지요. 신랑이 일주일 휴가까지 내고선 옆에서 헌신적으로 도왔고 친정엄마가 밥도 잘 해주고 잘 돌보아 주셨는데도 정말 힘들더군요.

하지만 아기가 너무 예뻐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이 세상에 적응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대견하고 기특한지 모릅니다. 아직은 아기 우는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벌렁거리는 초보 엄마지만 더 힘을 내려고 해요. 두서없이 써내려가서 다소 부끄러운 출산 스토리 ...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미시 메모♡♡

6주된 저희 아들은 이제 모빌을 보면서 방긋 방긋 웃기도 하고 밤중에는 모유 수유하는 2번을 제외하고 크립에 혼자 누워 깨지않고 잠도 쿨쿨 잘 잔답니다. 아직 낮에는 혼자 크립에서 자는 것이 낯선지 자주 깨곤하지만 그래도 점점 더 건강해지고 또 생활에 익숙해져 가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됩니다. 아기를 출산하고나니 비슷한 시기에 출산하신 분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인연을 맺게 되어 참으로 즐겁습니다. 우리 아기에게 더 많은 친구를 소개해주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