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5학년때 하얀털에 분홍 코 새끼 고양이를

키웠던 기억이 너무 달콤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고양이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처럼 사람을 잘 따르고

충성심이 강한 동물을 좋아하지만 나는 웬일인지 주인마저도

본채 만채하는 고양이의 주제넘은 도도함과 고고함이 끌리는 모양이다.

내 기억 속에 고양이는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늘 안방 침대

한복판에 사자처럼 몸을 늘어트리고 누워서는 고개를 움직이는

것도 귀찮다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 보곤 했었다. 어린 마음에

함께 놀고 싶어서 이리 찌르고 저리 찌르고 장난을 걸어봐도 만사가

귀찮다는 듯이 몸을 일으키고는 어슬렁 어슬렁 나를 피해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것이였다. 그런 새침함이 밉지 않았고 뜻하지 않은 사고로

찾아온 이별 후에도 늘 그 새침함을 그리워했다.

아담하고 예쁜 내 집을 갖게되면 하얀 고양이 한마리를 키우는 것이

나의 오랜 소망이고  드르렁 거리며 내 배위에서 곤한 잠을 자고 있을

고양이를 상상하면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언젠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한 아이가 학교에서

"네가 키우던 고양이가 집을 나갔다. 어떻게 할 것인지

상상하여 이야기를 만들어라" 라는 작문 숙제를 하고 있었다.

그 아이의 답이 하도 간단명료하여 도대체 뭐라고 썼는지

궁금해서 들여다보니 " I don't like cat so I will let him free"라고

쓰여있었다. 너무나 솔직해서 순수한 어린 아이의 마음이

쏙쏙 느껴지긴하나 고양이라고는 키워본 적도 없는

녀석이 벌써부터 고양이를 싫어한다는 걸 보니 마음이

쬐금 아팠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싫어하는 고양이를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아이의 표현이

걸작이라는 생각을 종종한다. 그리고 오늘은 바로 이 '싫어하기에

자유롭게 해준다'는 표현이 떠올라서 구구절절 고양이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사랑하는 것도 자유롭게 해줄 수 있을까... 하면서...

역시 힘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