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 15년을 살면서  '캘리포니아의 집들은 왜 왜 왜 방음이 꽝인 것일까?'라고 묻고 싶을 때가 수도 없이 많았다. 지진 때문에 나무로 집을 짓기 때문에 그렇다고 들었는데 과연 그게 이유인지... 정말 이렇게 밖에는 못하는 것인지... 검색 사이트에 물어보면 정답을 알려주려나...

결혼하고 신혼살림을 차린 아파트는 그래도 제법 렌트비가 비싼, 시설이 양호가 곳이였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좋은 것은 작은 patio에 세탁기가 있다는 사실이였고 한두번밖에 사용하지 않았지만 단지 내에 Jr. Olympic size pool과 그리 크지 않은 fitness가 있었다. 그리고 아파트 Gate에 들어설 때면 커다란 버드 나무가 바람결에 살랑살랑 춤을 추며 늘 나를 반겨주었다. 내가 얼마나 공을 들여 선정한 아파트인가하면 서너달 동안 온라인 아파트 사이트들을 모두 섭렵하고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아파트를 서너곳씩 다니면서 꼼꼼히 점수를 매긴 후 총점이 제일 높은 아파트로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이 아파트도 소음 문제만큼은 나를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특히 우리 윗집에 새로 이사온 변태 커플 때문에 얼마나 속을 끓였는지 모른다. 아니 윗집 아저씨 맨날 복분자주에 장어 구워 드시는지...  남의 부부생활까지 참견 할 문제는 아니지만 어째서 시도 때도 없이 그것도 괴성을 지르며 일을 치루는지(특히 윗집 아저씨 왜 이상한 소리 내시냐구요!!!! 으아아아아~~!!!) ... 낯 뜨거워서 아파트 사무실에 신고도 못하겠고... 하루 빨리 이사가야 겠다는 결심만 굳어지고 있었다. 이 소음이 얼마나 심각하냐하면 텔레비젼 소리, 걸을 때 나는 소리, 웃고 떠드는 소리뿐 아니라 윗집 아저씨 소변 보는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밤에 우리 아기가 울기라도하면 우는 아기보다 이웃집 사람들이 깰까봐 걱정이 되어 심장이 콩당콩당 뛰곤 했다. 아랫집이 염려되어 살금살금 도둑 고양이처럼 걸어다녀야하고 어쩌다가 손님이 오셔서 크게 웃기라도 하면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어찌되었던 한국에선 오랜 기간 아파트에서 살았지만 느끼지 못했던 별의별 소음때문에 나는 이사 준비를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몇주 전에 그동안 살고있던 아파트와 이별하고 '첫 집'으로 이사를 했다. 한 1년 더 기다리면 집값이 내려갈지 모른다는 주위의 충고를 뿌리치고 과감하게 일을 저질러 버리고 만것이다. 싱글 하우스가 아니고 타운홈이라 여전히 옆집 개 짓는 소리와 함께 옆집 아짐의 "Be quiet!!"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에 '역시 방음은 꽝이군'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새집으로 이사오고 나서는 하얀 부엌 캐비넷에,나무 마루 바닥에 스크래치가 날까봐 노심초사하는 단점이 있지만 아랫집 걱정하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다닐 수 있고 새벽마다 윗집 변태 아저씨한테 시달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신이나는지 모른다. 아파트 계약을 중도 파기하고 우리 형편에 적지 않은 벌금까지 물고 새집으로 이사를 했으니 따지고보면 윗집 변태 아저씨가 우리 첫집 장만에 크나큰 공을 세운셈이다.

♡♡미시 메모♡♡

6월 초에 이사 했어요. 이제 겨우 박스는 풀었는데 물건들이 제대로 자리를 찾아가지 못해 여기 저기 뒹굴고 있어 한숨이 절로 납니다. 에휴~~~ 언제 다 치우고 집들이하나~~~

무리해서 집을 산 탓에 이사온지 3주째인 아직도 창문에 블라인드를 못 달고 숨어서 옷을 갈아입고 있으며 손바닥만한 뒷마당을 손대지 못해서 잡초 하나 없이 아직도 흙바닥입니다. 남편은 돈 없다며 홈디포에서 자재 사다가 한번 꾸며보겠다 하는데 ... 어느 세월에 끝낼지 아무도 모릅니다. ㅋㅋ

아, 이삿짐 살 때 무빙 박스는 MissyUSA Town Zone에 어느 고마운 분께서 무료로 무빙 박스를 주시겠다고 글을 올리셔서 얼른 연락해 찾아갔지요. 주말에 찾아가니 온 식구가 모두 나와 박스를 함께 차에 실어주시는데 정말 감동 받았답니다. 그 고마움 잊지 않고 열심히 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