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사는 대부분의 미시들은 제목만 보아도 대충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실 줄 안다.

FOB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Fresh Off the Boat 를 줄인 것으로 - 어떤이는

Fresh off the board 라고도 하던데...-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된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고

이태원은 내가 사는 남가주에서 즐겨쓰는 호칭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들을 의미한다.

이태원이라는 표현이 어디서 어떻게 퍼져나왔는지 역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당시 부터 항상 사용했었다. 이태원은 아마 우리나라 이태원에 외국인들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게 아닐까? ('이곳에서 태어난 원xxx'을 줄인 말이라고도

하던데 이 xx 부분이 확실치않다.) 아, 이태원이라는 표현 대신에 바나나라는 표현을 쓰기도하는데

바나나는 내가 생각해도 재미있는 표현으로 껍질은 노랗지만 속은 하얀, 다시 말하자면 피부색은

한국사람이지만 속은 미국사람같은 한인 2세들을 일컫는다. 오늘은 2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데 내 개인적인 생각이 보태짐은 양해바란다. ^^



우선 그들은 태어나서부터 미국물을 먹어서 그런지 겉모습부터 1.5세나 1세들하고는 약간

다른점이 있다. 대체적으로 피부색이나 신체가 건강해보이고(어렸을때부터 운동을 많이해서

그런가봐~), 머리모양,옷차림이나 화장하는 스타일등이 미국식에 가깝다. (특히 눈화장하는 방법이

한국스탈과 차이가 있음.) 그래서 우리들은 겉모습만 보고도 대충 저사람이 2세구나 혹은

유학생이구나를 판단할 수가 있다. 참고로 유학생들은 머리모양이나 옷차림이 우리나라에서

갓 날아온 티가 난다. 마켓에 갈 때도 양말을 챙겨신는다던지 요즘 유행하는 예쁜 옷이나

악세사리에 굉장히 민감하다고나 할까?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이런 겉모습들은 그저 나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른다. 모두들 바라보는 눈이 다른 법이니... 내가 아는 사람은 심지어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 여성들은 하나같이 가슴이 크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데 듣고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ㅋㅋ)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2세들은 기본적인 우리나라말을 알아듣는데

말하기, 읽기, 쓰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그들이 구사하는 재미난 우리나라말을

몇가지 소개해볼까 한다. (2세 자녀를 두신 엄마들도 잘 아실거다.)

그들은 영어를 나름대로 번역한 우리나라 말을 구사하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play"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식= "농구 할래?" "학교에서 농구했다."
이태원식= "농구 놀래?" "학교에서 농구 놀았다."


그리고 "get"
예를 들어
우리나라식= "나 100점 받았다. 넌 몇점 받았어?"
이태원식= "나 100점 가졌다. 넌 몇점 가졌어?"


하나 더하자면 " go out"
예를들어 미국에서 갑이 을과 go out한다 라는 말은 갑이 을과 사귀다는 말이 된다.
우리나라식= "너 나랑 사귈래?
이태원식= "너 나랑 나갈래?

"나간다"는 표현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은데 그중하나는 내가 아는 오빠가 고등학교때

아는 언니에게 사귀자는 표현을 "너 나랑 나갈래?"라고 했는데 그 언니가 황당하게

말하길 "나가긴 어딜 나가??" 라고 했단다. 사랑 고백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그 언니는

지금은 결국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었는데...



언젠가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조금 하는데 한국말을 갓 배운 미국인처럼 한다)

2세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어린시절을 일본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며 자신이

일본인이라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말만 못하는게 아니라

한국음식도 싫어하고 영어 못하는 한국사람도 싫어하는 지독한 사람이였다.

미국에서 생활한다해도 영어 못하는 한인을 만나는 일이 많을텐데 한국말을 못해서

불편하거나 창피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미국에 왔으면 당연히 영어를 해야지

어째서 한국말을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내가 만난 최고로 상태가 안 좋은 이태원이였다. 흠...



내가 미국에 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 미국에 꽤 오래산 언니에게 이런 순진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언니, 학교에서 제일 못된 애들은 어느 나라 애들이야?"

그언니는 곰곰히 생각을 하더니 뜻밖에 대답을 해주었다.

"난 처음 미국 왔을 때 한국애들이 젤 못된 것 같더라."

내가 왜그러냐고 묻자 그 언니 설명인즉 영어 잘하는 한국애들이 영어 못하는

한국애들을 약올린다는 것이었다.학교에 들어가보니 정말 그런 것도 같았다.

그래서인지 외국애들 앞에서는 그런대로 영어를 하겠는데 이태원들 앞에서는

영어를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분명 한국말을 할 줄 아는 것 같은데도

영어만 하는 이태원들이 야속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영어가 미숙한 학생들도 특별한 이유없이 괜히 영어잘하는

이태원들을 미워하는 것 같았다. 한국사람이 한국말도 못한다며 바보라고

비웃기도 했고 영어만 하는게 거만해 보인다며 싫어하기도 했다.


우리동네에 한인 학생이 아주 많은(너무너무 많다.--;) S 고등학교가 있는데 언젠가 그 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그 학교에는 FOB들이 모이는 나무가 있었고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FOB tree라 불렀다. 학교 신문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했던 그 나무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렸는데 그 학교 FOB 학생들은 모두 흥분해서 이태원들의

소행이 분명하다며 이를 갈았다. 그후 싸움을 했는지 흐지부지 넘어가버렸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해듣지 못했지만 없지만 암튼 꽤 유명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 학교는 항상 이런식에 사건들이 득실거렸는데 그당시 그냥 모두들

예민했던 모양이다. 어딜가든 이태원과 FOB은 잘 섞이지 못했다.

싸움도 많이 났었다. 뒤에가면 서로 험담을 늘어놓았고 가끔은 앞에두고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같은 한국사람이면 잘 통하고 서로 위해줄만도 한데 가끔은

같은 한국사람이라 더 부담스럽고 어려웠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고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니 이태원이며 FOB 이며 하는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가 않았다. 이태원이면서도 한국 것만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FOB 이면서도 미국 것만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시절 그 부끄러웠던 전쟁을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난다.

하지만 학교, 교회, 직장 등등 ... 지금도 어디선가 FOB과 이태원의 이상야릇한 신경전이

계속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중학교때 미국에 온 1.5세인 나의 경우 FOB이냐 이태원이냐... 어느쪽에 속하는지 잘 모르겠다.

때로는 한국 문화에 더 젖어있고 때로는 미국 문화가 더 자연스러운 나...

양쪽을 다 이해하고 이중언어 구사가 가능해서 좋겠다고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도 종종있다. 그 어느쪽도 완벽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따금씩 갈피를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점을 커버할 수 있을만한 장점을 키워보리라.

1.5세로서 당당히 미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나에게 주어진 행복을 누려볼테다!!

우리 모두 화이팅!!!!!!!!!!!!!!!!!


싱싱반장


* 미국에서 살아가는 것이 캄캄하기만 했던 그시절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란 내인생 최대의 재산이다. 앞으론 우리 칼럼을 통해 재산을 늘려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