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을 따르는 사람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자신의 경우도

그러한가?" 하는 앙케이트 문제에 나는 아래와 같이 대답했었다.

-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 제일로 유행을 따라간다. 작은나라에

사람들이 바글거려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 때도있다. 99년에 한국에 나갔을 때 동대문

패션상가에서 귀걸이를 고르다가 점원에게 내가 찾는 귀걸이를

설명하자 "어머 언니, 그건 세달전에 유행한 건데요... "

하는 것이였다. 석달전에 유행한 거라 뭐가 어쨌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유행상품을 찾는 고객들에게 맞춰줄려는

점원의 배려였을지도 모르지만 기분이 썩 좋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난 유행을 따라간다기 보단 내가 좋아하는 걸 한다. 그때 무엇이

유행하든 좋아하면 하고 싫으면 안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으로 유행에 민감하다. 예를 들어 하얀색

원피스가 유행이라면 백화점엔 온통 하얀색 원피스가 걸려있고

누구든 유행이 지난 옷을 입고 나갔다가는 놀림의 대상이 되기

쉽상이다. 유행에 민감하다 보니 길거리엔 패션모델같은 멋장이

들도 쉽게 볼 수가 있지만 특별함이랄까... 독특한 개성을 찾을 수

없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나는 1999년 여름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싸고 예쁜 옷이

많은 동대문 패션상가에서 여러번 쇼핑을 했었다. 그당시 나는

시원하고 예쁜 원피스 한벌을 구입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바쁘게

돌아다녔지만 결국 마음에 드는 원피스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해 여름엔 긴 원피스가 한창 유행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가게든

모두 긴 원피스만 진열해 놓았던 것이다. 긴 원피스가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긴 원피스는 누구나 소화할 수 있는

그런 옷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개인의 취향과 개성에 맞춰 손쉽게 옷을

구입할 수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미국에도 물론 해마다 계절마다 패션이 달라지고 유행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러나 미국인들은(특히 울 동네 사람들) 도무지 유행이라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남들이 어떻든간에 자기가 좋은 것을 찾고 누구도

그것을 간섭하지 않는다.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입는 패션 스타일이며 대학교수가 물빠진 청바지에 너무 오래

입어서 목부분이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강의를 하기도 한다. (구멍난 셔츠를 입고

강의하는 교수를 보고 좀 안스러웠던 적도 있음. --;)

복고풍이 유행하지 않아도 언제나 60년대 스타일로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까만색이 유행하지 않더라도 까만색을

좋아해서 까만색 옷만 즐겨 입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의류매장도

스타일이 매우 다양하다. 바닷가 패션만 파는 브랜드, 통통한

사람들만을 위한 브랜드, 임신한 여자들을 위한 브랜드, 히피 브랜드,

펑키한 브랜드, 헤비메탈 브랜드... 이렇게 아주 편리하고

쉽게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옷을 구입해서 입을 수가 있다.그래서인지 사람들의 패션이

참 다양하고 희한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행 따라가기는 비단 패션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90년대 초에 한창 노래방이 유행이었을 때

정말 무서운 속도로 노래방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티커

사진기가 히트를 치자 어딜가서도 쉽게 스티커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다. PC방, 찜질방, 커피전문점등등 좋은 반응을 얻고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 정말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해서 심지어는 시골

마을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게 되었다. 살아남기 위해 유행을 따라가는 것을...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느냐만은... 아주 가끔씩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곤 한다.



어떤 사람들은 유행에 민감한 우리나라 사람들을 촌스럽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유행에 무관심한 미국사람들을 촌스럽다고 한다.

정답은 없다. 그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행에 민감하든 무관심하든 자기 색깔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이팅!!!!!!!!!!!



싱싱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