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제목은 어쩐지 어깨를 무겁게 만든다. 한국인이 영어를 못하는게 큰잘못도

문제도 아닌데 말이다. 미국인이 엉터리로 우리말을 하면 귀엽다, 재미있다, 잘한다...

좋아들 하면서 한국인이 영어 못하는 건 뭐가 그렇게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인지.....

이럴땐 정말 우리나라가 작고 힘이 없는게 나를 서글프게 한다.

오늘만큼은 남의 얘기하기에 앞서 창피한 면이 없지 않지만 나의 이야기를 먼저 해야할 것 같다.



처음 미국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 나는 우리 아버지 친구분의 자녀들과 어울렸었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자매였는데 둘다 미국에서 태어난 2세들이였다. 매일같이

그애들과 어울려 놀았던 나는 정작 그애들에게 영어는 배우지 못하고 오히려

그아이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애들은 우리말이 서투르면서도

나에게만큼은 반드시 우리나라 말을 썼는데 몇달을 그렇게 그애들과 붙어 다니다보니

언제부턴가 나는 우리나라 말을 이상하게 하기 시작했다. 일명 콩글리쉬라고 영어도

아닌 것이 우리말도 아닌 묘하게 섞인 말을 2세인 그애들에게 배워버린 것이다.

간단한 예로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고 있을 때 누가 부르면" I'm 똥ing"이라고 대답한다.

우리나라말도 어찌나 웃기게 하는지... "이거 나거야(내거야)", "수진가 해지 말랬어.

(수진이가 하지말랬어.")... 다큰애가 이런식으로 이제 막 우리말을 배우기 시작한

세살짜리처럼 말한다고 생각해봐라. 영어도 못하면서 서툰 한국말을 하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괜히 웃음이 터져나온다. (어떻게 보면 재수 없었나? --;)


빨리 영어로 말을 하고 싶었던 나는 꿈에서 영어로 말하면 그다음부터 영어가

유창해진다는 소문을 듣게되었다. 그러나 왠일인지 나는 꿈속에서 외국인을 만나도

언제나 우리말을 했다. 내가 우리말을 하는것 까지는 그렇다치고 꿈속에

등장한 외국인도 늘 우리나라 말을 하는데(나는 정말 우리말을 사랑했다. --;)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일이였다. 영어에 대한 조바심이 가라앉지 않은채 그렇게 세월만 흘러갔다.



대학교 1학년때 일본인 사회학 교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는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 온 사람으로 영어가 발음면에서 많이 부족했다.

그러나 미국학생들은 별 문제없이 일본인 교수의 강의를 소화해내고 있었고 (뒤에서 킥킥 거리는

녀석들도 몇 있었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그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다.



그래... 영어에 자신감을 갖자. 어차피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인과 같아질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어를 구사하며 동시에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우리의 장점을

이용할 수 있지않은가...

뭐 영어 완벽하게 할 수 없는 것이 자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죽어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미숙한 영어가 미국에서 살아가는데 적지않게 핸디캡이

되겠지만 그건 앞으로 우리가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늘지않는 영어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타국에 계신 우리 동포들, 그리고 우리나라에

살면서도 영어때문에 스트레스 받는(어쩌다가 우리나라가 이렇게 된 것일까...)

모든분들과 함께 "Fighting"을 외치고 싶다. 미국사람이나 2세들처럼 완벽한 영어가

아니라도 좋지않은가? 영어에 자신감을 갖자.

영어 미숙으로 설움받던 내 어린날의 기억을 되살려보면 영어 못한다고 말할 때 작게

웅얼거리면 미국사람들이 더 우습게 보기 쉽상이다. 발음 좀 나뻐도 크게 말하자.

한번 얘기해서 못 알아들으면 다시 말하고 그래도 못알아들으면 스펠링을 불러주면 된다.

당당하게 말하는데 누가 뭐라고 그러랴...

영어 서툴다고 혹은 발음 나쁜게 부끄러워 입 꼭 다물고 지냈던 어린날이 너무 아쉬운 요즘이다.

이제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 문제가 없고 외국인을 대하는게 많이 편해졌다.

이제 살만하니까 그런건지 처음부터 좀 더 자심감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후회를 한다.

1.5세들끼리 농담처럼 즐겨 쓰는 말이있는데 그게 바로 "늘지않는 영어, 잊혀져가는 한국어"이다.

영어실력은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는데 우리말까지 잊어먹는다는 가슴 아픈 얘기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난 미국에 2년만 살면 영어 유창하게 할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실제로 미국에 3년 살았다는 친구를 보고 엄청 영어 잘하는 줄 착각했었고

또 그 친구가 한국말을 곧잘 하는게 너무 신기했었다. 미국온지 3년된 친구에게

"너 한국말 진짜 잘한다. "라며 신기해하던 내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분명히 말하지만 미국에 2년 살았다고 미국사람처럼 영어 잘하게 되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같은 것이다.

미국에 오면 확실히 영어를 배우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미국사람과 같아질 수는 없다. (물론 아주 어릴적에 온 사람들에겐 가능할 수 있다.)

영어는 언제까지나 외국어인 것이다.



* "슬픈 외국어"는 상실의 시대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이다.

작가가 책 제목을 설명하길...

"슬픔이라지만 외국어를 쓰지않을 수 없다든가 잘 못한다든가 해서 슬프다는 건 아니다.

물론 조금은 그런 점도 있겠지만, 내가 마음으로부터 말하고 싶은 건 나에게 있어

자명성을 갖지 못한 외국의 언어가 무슨 인과 관계인지 이방인인 나를 둘러싸고 있는

그 상황 자체에, 어떤 종류의'슬픔'과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 인간으로서,

한 작가로서 나는 아마도 이 <슬픈 외국어>를 안고서 줄곧 살아가게 될 것이다."


♡♡미시 메모♡♡

삼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 보며
유관순- 누나를 생-각 합니다.
옥속에 갇혀서도 만세 부르다
푸른 하늘 그리- 며 숨이- 졌대요

"대한독립 만세!!" 를 울부짓다가 꽃다운 나이에 숨을 거둔
유관순 언니 생각이 나는 3.1절입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교실에 걸려있던 유관순 언니의 사진은 참으로 많은 전설이
따라다녔었지요. 누가 그 많던 이야기들을 지어냈을까요?
썩 유쾌한 이야기들은 아니였지만 싫지않았던 그 시절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들이 그리워지는 오늘입니다.
미시님들,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