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권자로 미국에서 생활하며 떨어져 살고 있는 한국의 부모님을 위해 재정적인 지원을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이에 고마움을 느낀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서 미국에 있는 자녀를 위해 미리 재산을 주시거나, 유언으로 재산을 남기시기도 하시는데요. 부모님께서 사망하신 이후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다른 상속인들이 미국에 거주하는 상속인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하기도 합니다.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받으면 그동안 망인을 위해 기여한 것과 별개로 속절없이 받은 재산을 다 나눠야 하는 것일까요?
기존 한국 대법원은 상속인들 간의 기여분 인정 여부는 유류분 반환 대상 판단 시 고려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유류분 반환 대상 재산을 산정 할 때 기여분과 유류분의 관계를 연결하는 입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증여받은 재산이 유류분 반환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실제 한국 대법원의 판례를 한국 상속법 전문 변호사의 해설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사건 내용>
상속인 A는 망인의 아내로 망인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부부로 43년을 함께 살았습니다. 망인은 사망 7년 전 상속인 A에게 본인의 모든 재산을 증여했습니다. 망인 사망 후 받을 재산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망인의 자녀들은 어머니인 상속인 A가 망인으로부터 받은 재산이 ‘특별수익’임을 주장하며, 어머니 상속인 A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했습니다.
<한국 상속법 전문 변호사가 설명해주는 판결 결과>
해당 사건의 판결 결과 먼저 말씀 드리자면 상속인 A가 받은 재산은 ‘특별수익’이 아니며, 자녀들의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은 기각되었습니다.
대법원은 망인의 배우자인 상속인 A가 망인으로부터 재산을 증여 받은 것은 '배우자의 기여와 노력에 대한 보상'이며, '실질적인 공동재산의 정리' 및 '배우자의 남은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로서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특별수익으로 보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즉, 자녀들에게 반환해야 할 유류분에 해당하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한국 상속 법률용어인 '특별수익'은 망인으로부터 재산을 미리 받았거나, 유언을 통해 받은 재산을 말합니다.
즉, 상속인이 받은 '특별수익이 있다'는 것은 나중에 상속 받을 재산을 미리 받았다는 것이고, 그만큼 다른 상속인이 받을 재산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다른 상속인들은 유류분 반환 청구 또는 상속재산분할협의 및 심판(소송) 등을 통해 자신이 받지 못한 상속분을 돌려 받기 위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판례로 다시 돌아와 보면, 법원은 배우자인 상속인A가 망인으로부터 받은 재산이 특별수익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는 바, 배우자는 다른 상속인들이 받았어야 할 상속재산을 미리 받은 것이 아니므로, 유류분으로서 반환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판례에서 법원은 상속인A가 받은 증여의 성격이 '배우자의 기여와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고 하였는데, 언뜻 보면 한국 상속법 상 '기여분' 개념이 적용된 것일지 생각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한국 상속법의 '기여분'은 망인 생전에 상당한 기간동안 동거하며, 간호하는 등의 특별한 부양을 했거나, 망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상속인에게 추가 지급되는 상속재산으로서, 기여분을 인정 받은 상속인은 자신의 상속분에 기여분 만큼을 가산하여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때 기여분은 사망 당시 망인 명의로 남아있는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산정되며, 이미 누군가에게 생전증여를 하였거나, 유언을 남기신 경우 해당 재산에서는 기여분을 산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판례에서는 상속인 A가 망인으로부터 증여 받은 재산을 특별수익으로 볼 수 없다는 근거를 '배우자의 기여와 노력에 대한 보상'과 함께, '실질적인 공동재산의 정리' 및 '배우자의 남은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라고 하여, 위 ‘기여분’의 요건인 ‘망인 생전에 상당한 기간 동안 동거하며, 간호하는 등의 특별한 부양을 했거나, 망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
결국, 이 판례는 상속인 A가 증여 받은 재산이 유류분 반환 청구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 ‘기여분’을 연관짓는 듯 한 느낌을 주었지만, 직접적으로 기여분 인정 여부를 유류분 반환 대상 판단에 적용하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소개해드릴 판례는 어머니로부터 생전에 땅을 증여 받은 자녀에게 다른 자녀들이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건 입니다. 그런데, 이 판례에서는 한국 상속법 상 ‘기여분’ 요건을 그대로 인정하였습니다.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사건 내용>
상속인 B는 5남매 중 둘째 딸로 34년 간 어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다른 자녀들은 독립하여 따로 살았기에 상속인 B는 어머니의 생활비부터 병원비, 진료비 등 모든 지출을 홀로 부담했습니다. 거기에 아버지의 빚으로 부모님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 50여 년 전에는 그 빚을 혼자 감당하여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큰 희생을 한 상속인 B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것이 한이 되었던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가진 땅을 상속인 B에게 전부 주었습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형제 중 일부가 상속인 B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한국 상속법 전문 변호사가 설명해주는 판결 결과>
이 판례에서는 망인을 위해 헌신한 자녀의 기여분을 인정하여 생전에 증여 받은 재산을 특별수익으로 인정하지 않아, 유류분 반환 대상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망인으로부터 생전 증여를 받았을 때 기여로인한 보상인지에 대해서는 망인과 생전 증여를 받은 상속인의 관계와 그 상황을 살펴 보아야 합니다. 어느정도 기여를 했다고 해서 생전 증여 재산이 모두 특별수익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즉, 망인과 상속인의 유대관계, 상속인의 특별한 기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정도, 생전 증여 목적물의 종류 및 가액과 상속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율, 생전 증여 당시의 피상속인과 상속인의 자산, 수입, 생활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 것이죠.
본 판결은 배우자 뿐 아니라 망인을 위해 헌신한 자녀 또한 기여에 따른 보상 차원으로 받은 재산을 특별수익이 아닌 기여분을 인정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습니다. 특히, 생전 증여 재산을 기여에 따른 재산 증여로 보고자 할 때의 기준이 생겼던 판례이기도 하였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판례들은 상속인 간에 불공평한 부분이 보다 보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유의미한 결과였습니다.
이처럼 배우자나 자녀로서 망인을 위해 기여한 부분이 있어 받은 재산이 있다면, 유류분 반환 청구 대상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한 것인데 어떻게 이것을 값으로 매기는가 하며 부담스럽게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을 위한 희생이 당연한 것은 아닙니다.
그 헌신에 대한 보상으로 받은 것을 상대방의 소송으로 나눠야 되는 불공평한 상황은 한국 상속법 전문가로서 심히 안타까운 현상입니다. 특히 한국법을 알기 다소 어려운 미국에 계신 상속인이 이런 일을 겪고 계신다면 꼭 한국 상속법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셔서 그에 맞는 대응책을 준비하시길 적극적으로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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