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반에 여러명의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어쩌면 단 한명도 비슷한 아이들이 없는지... 저희 반에는 이란성 쌍둥이가 있는데 그 둘 마저도 배우는 모습이 다르니까요. 저는 똑같이 가르치는 데 그 둘은 실력이 느는 속도도, 잘하는 분야도 달라요. 그 때문인지 저는 요즘 다중지능 이론에 대해 다시 읽고 있답니다. 아래 글은 지난 번 제 책 [페어펙스... ]에 간단하게 소개한 다중지능 이론의 내용 이예요. 아이들의 다양함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되실 것 같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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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는 다중지능 이론이 도움이 된다. 이는 하버드 대학의 하워드 가드너 교수가 IQ 검사로 획일화되어 있던 지능검사 유형에 다양성을 부여한 이론이다. 심리학자들이나 교육학자들보다는 현장 교육자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실제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이 이론을 기본으로 커리큘럼을 다시 짜기도 했으니, 특히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효용성이 있음이 틀림없다. 이 이론의 주장은 간단하다. 사람의 다양한 재능은 IQ 한 가지로 판단할 수 없고 8가지 능력, 즉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시각-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 음악지능, 대인관계지능, 자기이해지능, 자연탐구지능 등으로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이 이론에 긍정적인 이유는 아이들마다 다양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영어 노래를 틀어주면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책상 위에 축 엎드려버리는 아이가 있고, 이야기책을 읽어주면 쏙 빨려들 듯 집중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신발에 낙서하며 노는 아이도 있다. 남을 이기고자 하는 승부욕이 강한 아이는 게임 방식으로 수업을 하면 무섭게 집중을 하고, 남을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는 아이들은 친구에게 도움을 주면서 오히려 자기가 더 배운다. 칭찬을 해줘야 흥미를 보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혼을 내면 오기가 발동하는 아이도 있다. 아이의 이러한 특성을 잘 관찰하고 주변 선생님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의외로 간단하게 내 아이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언어지능이 높은 아이의 특성

이런 성향의 아이는 말하고 쓰는 등 언어 표현에 재능이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의미에서 ‘머리가 좋은 아이’라고 불렸다. 어려서 유난히 말문이 일찍 트이고, 사물이나 상황 설명을 잘하는 아이들은 수업을 듣거나 읽은 내용을 외우는 데 재능이 있어서 외국어 학습에 두각을 나타낸다. 영어 말하기 대회나 웅변 대회 같은 것에 도전해 성취감을 주어도 좋고 작가, 변호사, 기자, 정치가, 교사 등 언어와 관련된 직업에 구체적인 관심을 갖도록 해 동기를 부여한다.

논리-수학지능이 높은 아이의 특성

이런 성향의 아이는 논리적이며, 숫자와 연관된 분야에 재능을 보인다. 정확하고 논리적인 것에 설득당하는 아이들인 만큼 감정적으로 혼내거나 무조건 시키는 것은 무의미하다. 차근차근 인과관계를 들어 설명을 해주면 잘 이해한다. 주로 이공계나 경제학 쪽으로 진로를 잡으면 재능을 발휘하기 좋다.

 시각-공간지능이 뛰어난 아이의 특성

이런 성향의 아이는 대개 방향 감각이 좋고 손과 눈의 협응이 잘 되어 흔히 ‘손끝이 여물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책을 소리 내어 여러 번 읽기보다는 한눈에 들어오도록 표를 그리거나 정리해놓으면 오래 기억한다. 이야기책을 읽은 뒤 그림을 그리거나 등장인물, 장소 등의 이름을 쓰며 놀게 하는 훈련으로 재능을 키울 수 있다. 예술가나 엔지니어, 건축가 등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신체-운동지능이 높은 아이의 특성

이런 아이들은 댄스나 운동을 잘하고 만들기 등에도 재능을 보인다. 책을 읽더라도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며 큰 소리로 연극처럼 말해보기도 하고, 몸으로 따라 해보기도 하면 금새 책 속에 빠져든다. 이런 아이들에게 꼼짝 말고 앉아서 영어 동화 테이프를 들으라고 한다거나 단어를 외우라고 하면 엄마와 아이 모두 마음만 상하고 만다. 하지만 그날 배운 영어 단어 카드를 거실 한 쪽에 붙이고 친구나 동생과 함께 달려와 맞는 것을 고르라고 하면 하루 종일 해도 지치지 않는다. 운동선수나 연기자, 외과의, 군인이 되면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다.

 음악지능이 높은 아이의 특성

이런 아이들은 음악적 재능이 있으니 당연히 연주가나 가수, 작곡가 등이 되면 좋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하게 알아두어야 할 점은 이런 재능을 학습 과정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리듬이나 박자에 예민하기 때문에 암기해야 하는 학과 내용도 노래나 챈트로 만들어 책상을 두드리며 외우면 금세 익힌다. 영어 노래나 오디오 테이프를 들으며 즐거워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상황, 즉 실제 쓰는 일은 별로 없지만 지속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아주 유용한 재능이다.

대인관계지능이 높은 아이의 특성

이런 아이들은 대개 외향적이며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감정에 주의를 기울여 기가 막히게 파악한다. 그룹으로 하는 일에 적응을 잘하고,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리더의 역할을 맡기도 한다. 줄넘기보다는 축구를 할 때 더 에너지가 넘치고, 혼자 조용히 하는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경쟁하면서 공부하는 방식에서 좋은 성과를 얻는다. 정치가나 경영자, 교사, 사회사업가, 외교관 등에서 빛을 발한다.

 자기이해지능이 높은 아이의 특성

대인관계지능이 높은 아이들과 반대적 성향을 띤다. 대개 내성적이고 혼자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며, 자존감이 높고 자신의 동기나 목표를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 스스로 충분히 탐색할 시간이 주어질 때 가장 좋은 성과를 내며, 완벽주의자인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저학년 여자아이들 중에 얄미울 정도로 자기 일을 똑 부러지게 잘 해내는 아이가 종종 눈에 띈다. 이런 아이들은 복습보다는 예습 위주로 학습을 하도록 해서 자신감을 계속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좋고, 잦은 잔소리로 불신하는 인상을 주면 역효과를 낸다. 심리학자, 작가, 과학자 등이 진로에 맞다.

 자연탐구지능이 높은 아이의 특징

이 지능은 자연 및 그에 관련한 분야와 연관이 있다. 동식물에 관심이 많아 어려서부터 비슷한 동식물을 잘 구분하거나, 동식물 이름을 외우는 데 소질을 보이고, 자연의 변화나 날씨의 변화 등에도 민감하다. 이 분야의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은 무언가를 모으고 분석하는 방식으로 학습을 시키거나, 자연과 연관된 학습 환경을 만들어주면 좋다. 자주 자연으로 데리고 나가 직접 보고 만지도록 해주면 최고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은 살아있는 것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이와 관계없는, 즉 무의미해 보이는 교과 공부에 흥미를 가지지 못하므로 학습 내용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자꾸 연관을 시켜주는 것이 좋다. 과학자나 환경운동가, 동식물 관련 직업을 가지면 좋다.

물론 모든 아이가 이 8가지 지능 중 한 가지에만 척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또한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만 이용해 살 수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의 이러한 다양성을 인정한다면 IQ만을 기준으로 아이를 윽박지르거나 일찌감치 좌절하고 포기해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아이의 재능을 알면 그에 맞는 학습법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공부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아이마다의 차이를 인정하고 유심히 관찰하면 공부 방식뿐 아니라 시간을 활용하는 방식도 터득할 수 있다. 음악재능이나 대인관계지능이 높은 아이들은 대개 쉽게 몰두하고 흥미를 보이는 반면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아이가 활동하는 모습을 실제로 관찰, 기록해보고 만일 그런 성향을 보인다면 활동 시간을 짧게 여러 번 나누어 짜는 것이 좋다.

자기이해지능이 높은 아이들은 스스로 몰두할 수 있을 때까지 준비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부하기 싫다고 하다가도 막상 발동이 걸리면 자기 흥에 많은 양을 해내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은 긴 호흡으로 계획표를 짜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하루에 두 장씩 매일 공부해야 할 것이 있다면 이틀에 한 번 네 장씩 하도록 하거나, 한두 가지 활동을 붙여 상승 분위기를 탔을 때 여러 가지를 끝내도록 한다.

다중지능이론이 도입되면서 미국 학교들은 같은 교과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변화를 시도했다. 가정에서도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관찰, 기록하면서 아이에게 맞는 최선의 학습 패턴을 찾아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