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유착이 심해서 자궁이 뒤틀려있기까지 했던지라 구조적으로도 임신이 안됐어요.
자궁내막증 수술만 하면 잘 될줄 알았는데 양쪽 난소에 있던 내막종을 제거하느라
난소가 손상되면서 amh 0.2 정도로 시험관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한국에서 시험관한 선배들 얘기듣고 한국 유명 병원에서 하려고 했었는데,
모든 의료기록을 사전에 들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검토조차 못할만큼 짧은 의사 면담시간에 놀랐구요.
예약한게 소용없을 정도로 긴 대기시간과 의사의 심드렁한 태도에 실망하고 미국에서 하기로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라가있는 환자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사실 난임클리닉에 가기 위해 스스로가 난임인걸 수용하는게 쉽지 않았던지라,
앞으로도 멘탈 터질일이 많다는데 견딜 수 있을까 싶기도 했구요.
결국 남편도 집도 있는 미국에서 하기로 하고 CDC report 보고 마침 거리도 가까운 HRC Pasadena에서 하게 됐어요.
우선 여기는 중국인 환자가 정말 많아요. 중국에서 Agency 끼고 시험관 하러 들어오는 건지 아침 9시 넘어서 가면
중국인들 엄청 많아서 그 넓은 대기실이 꽉찹니다.
반면에 또 이러다보니 아시안에 대한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서
한약/침 등등 이런 것에 대해서 물어봐도 의료진들이 조언을 많이 해줘요.
Dr. Kolb 팀 코디네이터들도 중국인들이 대부분인데 정말 일처리 깔끔하고, 빠르고, 정확해서 저는 만족했습니다.
시험관 약들이 제때 도착 안해서 중간에 많이 스트레스 받고 했는데
메일/전화하면 바로 해결해주고 바로 Plan B를 제시해서 정말 편했어요.
Dr.는 직접적인 시술을 진행하고 사실 환자의 세부 스케줄링이나 follow up은 코디네이터가 하는데
연락이 안되면 이것만큼 짜증나는 것도 없을 거 같아요.
팀 전체적으로 매우 빠릿하게 움직여서 그동안 미국 스탈의 느림에 지쳐있던 제게 힘을 줬습니다(?)
병원 대기시간도 거의 없는 편이고, 예약한 시간에 맞춰서 진료 받을 수 있었습니다.
Dr. Kolb는 굉장히 조용한 스타일의 사람인데, 무작정 희망을 주는 타입이라기보다
논문이나 의학적 지식에 기반해서 설명을 잘 해주는 편이라 저는 잘 맞았어요.
궁금한 거 물어보면(영양제나, 프로토콜이나, 한국에선 이런 검사도 있다더라 등등)
워낙 시술 횟수도 많고 그래서인지 논문이나 본인 경험에 따라 답을 해주는데
저는 제 몸에 하는 것에 대해 알고 가는걸 선호하는 편이라 매우 만족했어요.
사실 한국은 저런거 혼자 알아보고 가면 의사들이 싫어하는 티를 많이 내는 편인데,
Dr. Kolb는 오히려 답해주는 걸 즐거워하는 느낌이었어요.
어차피 IVF는 확률 싸움이기도 하구요. 100%라는 건 어디에도 없다라는 걸 첫 미팅에서 얘기하고 시작합니다.
첫 미팅때 사전에 보낸 모든 의료기록을 검토해서 이미 상담방향이나 치료 방향을 정해놓고 들어오더라구요.
또 무엇보다 환자의 몸상태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해서, 무리한 채취일정(연속 채취 등등)같은 건 최대한 피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중간에 너무 늘어진다 생각하기도 했는데(한국은 보통 바로바로 진행되니까)
돌이켜보면 어느 정도 회복의 시간을 갖는 게 정말 중요하긴 했더라구요.
저는 채취는 총 3번하고, 이식 1회는 실패하고 2회차에 성공해서 졸업했습니다.
3번의 채취 전부 프로토콜이달랐구요, 수시로 호르몬수치랑 봐서 약용량도 조절하고 바꿉니다.
중간에 난포 사이즈 보는 모니터링만 3번정도? NP가 보고
전 과정에서 항상 Dr. Kolb가 진행해서 마음이 편했어요.
특히 채취나 이식때 수술방 간호사나 마취과 의사는 매번 달라져도 내 담당의사가 오면 맘이 놓이는 게 있더라구요.
PGT 통배로도 1차 이식때 실패하고 실패한 것 review(?)를 같이 했는데,
미국인인 남편이 굉장히 표현 선택에 있어서 신중하고 조심스럽다고 새삼 Dr. Kolb가 대단하다고 하더라구요.
작은 뉘앙스 차이는 외국인인 제 입장에서는 잘 모르는 부분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전 말하는 톤이나 이런 게 이 사람이 매우 사람의 감정을 잘 파악하고 배려한다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1차 실패 후 ERA 진행하고 2차때 성공했구요.
덕분에 입덧으로 고생하지만 잘 착상돼서 감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울기도 많이 울고, 남들은 쉽게 되는 임신인거 같아서 소셜미디어도 다 끊고 두문불출했었는데요.
결국 끝이 있긴 하더라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는 원하는 대로 아기천사들이 찾아오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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