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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굴러가는 아이들

슬기로운 취미 생활 김복희 (bokkp) 2020-11-30  14:26:08

집에는 두 대의 기타가 있다.
한 대는 인터넷으로 주문한, 조금 싼, 그래서 치는 것도 힘든 느낌이 난다는 기타고,
다른 한 대는 몇 해 전, 식구대로 쇼핑몰에 몰려가 이것저것 쳐보다가 고른, 제법 값이 나가는 기타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하고 아들녀석이 기타를 연습해보겠다고 한 대를 가져갔다.
아빠는 값싼 기타 한 대 쯤 아들에게 기꺼이 내주었다.

아들 녀석이 기타를 가져가고 연습을 한다는 소식이 전혀 들리지않아
좁은 집에 짐만 되고 있겠다 싶었는데,
얼마전에 기타 연습을 시작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재택 근무 중 짬짬이 연습을 하는 중인데 손가락이 너무 아프단다.
싼 기타라 치는게 더 힘든 모양이다.

옆집 때문에 기타소리도 크게 못내겠고 전자기타를 사야겠단다.
무엇을 하든 장비발이 중요한 아이.ㅋ
이번에도 제대로 갖추고 시작할 모양이다.

마침 이번 연휴에 가족 모두가 모일 수 있었다.
모두들 재택 근무하고 철저하게  자기 방역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함께 모인 김에 그간 연습한 기타 실력을 뽐내보라고 아들을 졸랐다.

실력이라고 말할 실력이 안된다면서도
기타를 집어들며 자신이 치는 곡이 어떤 곡인지 맞춰보란다.

첫소절 띵가띵가~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는데
딸아이는 바로 알아맞힌다.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자전거 탄 풍경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그룹이 부르는
노랫말이 예쁘고 서정적인 곡이다.

어떻게 이 곡을 치게 됐냐니까
검색창에 기타연습곡..찾아보니 첫머리에 나왔단다.

검색창에서 얻어 걸린 곡이지만
엄마와 누나가 좋아하는 곡.
지금은 몇 소절이지만
다음번에는 전곡을 듣고 말테다.

생전 기타에는 관심없던 아들 녀석이
기타 연습을 하더니 180° 달라졌다.
기타를 아빠 손에 건네더니 아빠의 연습곡인
신승훈의 I believe 코드를 아빠와 함께 연구하기 시작한다.

어릴 때 피아노를 배웠고,
5학년부터 12학년까지 밴드부 활동을 한 보람인지
아들녀석은 제법 코드에 익숙해 있었다.
그때 배운 것들이 기타 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단다.

아빠는 대학 1학년 신입생 때 기타를 처음으로 배웠노라 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음악 시간에 배운 것이 음악지식의 전부였고,
그것은 고작 높은음 자리표와 낮은음 자리표를 구별하고 악보로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읽을 수 있는 정도라 코드의 이해란건 따로 없었노라 했다.
기타 선생님이 가르쳐준 코드를 아무런 이해없이 외우고 익혀
자신이 아는 코드의 범주에 있는 곡과,
범주에 없는 곡이라도 몇번이고 연습하고 연습해 기타치는 흉내라도 낼 수 있노라 했다.

그런데,
이론을 완전히 숙지한 상태에서 기타의 코드를 치는 아들 모습에
아빠도 이번 기회에 코드에 대한 이해를 완전히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아들의 코드 강의를 진지하게 경청한다.
알 듯..모를 듯..알 듯...알았다!

아빠는 코드에 맞춰 기타를 치고
아들은 곁에서 손바닥으로 박자를 맞추며
코드를 짚어준다.
곁에서 딸아이와 나는 스도쿠 풀기에 열중이다.
I believe  노래를 부르면서 수도쿠를 풀어선지 술술 잘 풀린다.
오랜만에 모인 우리 가족의 가을 밤이  따뜻하게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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