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잘 지내고 있니?
한국에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에 천 명을 넘어가고,
미국은 20만명을 넘어가고,
뉴스는 코로나 소식에 정신없이 돌아가고
세계는 연일 사망률 신기록을 경신한다.

3월부터 시작된 격리생활도 어느덧 9달째로 접어들고 2020년도 하루 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이 갈까?'싶었지만
시간은 묵묵히 제 할일을 열심히 해낸 것 같다.

처음 격리생활을 시작했을 때, 정말 막막하더라.
단 한번도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 이게 뭔가 싶고 확진자가 아니라 확찐자가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하지만 상황이 바뀔 수 없다면 내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왕 이렇게 된거 낙심할 것이 아니라 지혜롭게 보내기로.
지인들에게 줄 친환경 수세미를 떴고
일주일에 세번 스트레칭도 시작했다.
매일 성경을 읽고, 만보를 걸었다.
남편과 한 끼도 빠짐없이 끼니를 챙겨먹고
매번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면서 하루하루를 산 넘어 오듯 넘어온 것 같다.

9달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니
스트레칭 덕택에 자세는 곧아지고, 등에 붙은 살은 단단하게 근육이 되었다.
대면에서 화상으로 방식이 바뀌긴 했지만 나는 여전히 활동적인 사람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매 끼니 밥 해온 덕택에 이제는 뚝딱뚝딱 더 빠르게 더 쉽게 한끼를 차려낼 수 있게 되었다.
단순하게 살아왔기에 그닥 복잡한 문제 겪지않고 코로나 위기를 넘어가는 것 같다.

너의 2020년은 어땠니?
아이들 데려다주고 픽업하고 나름대로 바쁜 시간들을 보냈겠지?
한국은 그나마 지금까지 사정이 좋아서 여기보다는 답답함이 덜 했을지라도 심적인 부담감은 작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어쨌든 끝까지 코로나에 맞서자꾸나.

아무 일 없었으면 올해는 얼굴 한번 볼 수 있었는데..아쉽다.
아쉽지만 다음에 만나면 기쁨이 배가 되겠지?
그때를 기약하며 2021년을 맞이한다.

2021년도 2020년과 그닥 다르지 않을 생활이 예상된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내 생각이 바뀌어야 함을 기억하고
긍정적이고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낼 생각이다.
우리 함께 바이러스의 쓰나미에 압도되지 말고
매일을, 오늘을, 살아 숨쉬는 이 시간에 충실하자.

보고싶다, 친구야.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다시 만날 그날을 기대하며..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