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침 운동을 시작한지 햇수로 3년이 되었다.

그동안 아침 운동에 임하는 우리 부부의 자세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1)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하면 나가지 않는다.
2)나가기  싫으면  나가지 않는다.

이런 마인드로 운동에 임하니 적게 나간 달은 한달에 겨우 10번.
운동이 되겠나 그말이다.

기후로 인한 경우엔  그렇다쳐도 나가기 싫다고 '오냐오냐，그래그래， 나가지말자' 이건 아니었다.

게으름 피우지않고 꾸준히 잘해보기 위해 방법을 찾다가 각자 한달에 한번씩 아침 운동을 거부할 수 있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거부권을 사용하지 않으면 다음달로 이월이 되는데, 설사 사용 안하고 모았더라도 최고 5개까지만 모이는 걸로 했다.

핑계 대고 안 나가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니 안 나가더라도 떳떳한 마음도 든다는게 맘에 들었다.
또한 내가 거부권을 안써도 남편이 자신의 것을 사용하면 함께 운동을 안하는거니 나는 그냥 거부권 따윈 없는 셈 치고 열심히 해보자 작정했다.

그런데...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거부권 제도를 도입하고 바로 다음날부터 남편은 아직 잠에서 깨지도 않은 내게 묻는다.

"오늘 거부권 쓸거야?"

(헐...이게 무슨...벌떡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한다) "노노...거부권 행사 안합니다. 자기 쓸거야?"

"나야 물론 안 쓰지. 쓰고 싶으면 쓰라고~"

그렇게 다음날 똑같은 상황 연출..

"오늘 거부권 쓸거야?"

"노노" (벌떡)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2주쯤 지나자 슬슬 지쳐가는 나.

차라리 써버리자. 저 소리 듣기 싫다.
저 남자는 매일 아침 지치지도 않고 묻는다.
내가 쓰지않으면 쓸 때까지 물을 것이다.

3주째 접어들어 몸이 살짝 피곤했던 어느 날 아침,

예외없이 남편이 물었다.

"오늘 거부권 쓸거야?"

(이불 푹 뒤집어쓰며)"그래...오늘 쓴다..써..."

(능글맞게 웃으며) "흐흐흐..좋아..더 자.."

그렇게 허망하게 내 거부권 하나 상실하고 이 달이 끝날 때까지 남편은 잠잠해졌다.

애들 나가고 둘이 산 지 7년.
우짜든지 둘이 재미나게 잘 살아야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제는 아이들이 혼자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남편과 내가 애들 없이도 잘 굴러가고 있음을 증명할 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