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다: 일이 갑자기 일어나 미처 어찌 할 겨를이 없다.

지난 토요일,
갑작스럽게 남편의 절친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고나서 어제, 불과 며칠만에 그는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죽음이 이렇게 갑작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이유,
이렇듯 현실감이 없는 이유는
그의 나이 고작 60을 넘겼기 때문이다.

60이라는 나이가 요즘엔 예전의 40쯤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그러니 그 나이는 그야말로 한창 때,
정년퇴직을 통해 인생의 1막을 마무리하고
2막을 시작하는 시기라고 하겠다.

은퇴를 3년 후쯤으로 계획하고 있는 남편에게
가장 든든한 친구가 되어줄 것을 믿었던 친구이기에
그의 죽음은 남편에게는 물론 나에게도 충격이었다.

친구의 죽음이 전해지던 날 새벽,
새벽녘에 깨어보니 남편이 자리에 없었다.
거실에서 두런두런 소리가 들렸고,
순간 불안한 예감이 든 나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소파에 덩그러니 앉아 남편은 흐느껴 울고 있었다.
쿠션 하나 부둥켜 안은 채로.

차라리 목놓아 울었으면 덜 슬프게 느껴졌을까?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서러움과 슬픔을 억누르는 신음소리.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거기서 걸러내고 걸러낸 슬픔의 끝과 같은 소리.

그 새벽,
아직 동이 트기 전,
사방은 캄캄한데
덩그라니 앉아 숨죽이고 울고 있는 남편의 실루엣이 너무 아팠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남편이 느끼는 슬픔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어,
어쩌면 그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일 것이기에, 
그저 남편 곁에 앉아 눈물만 뚝뚝 흘릴 뿐 이었다.

좋은 일이 생기면
까불고 요란을 떨며 수선을 피우기는 일등인데,
슬픈 일이 생기면
대처할 방법을 모르겠다.

좋은 위로자가 되고 싶은데
이번에도 나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그저 옆에서 자리만 지켰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이렇게 우울한 기분을 유지한 채로는 안 되지 싶어
우리가 늘 하던 아침 산책을 제안했다.
남편도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는지 흔쾌히 동의한다.

친구는 죽었지만
마지막으로 친구의 모습 조차 볼 수 없는 우리는,
여느때처럼 산책을 하고 아침을 먹고 출근을 하고
어제와 똑같은 일상을 살아내기로 암묵적으로 의견일치를 보인 것처럼 보였다.

남편을 출근시킨 후,
가구를 옮기고, 치우고,쓸고, 닦고..
몸을 힘들게 움직였다.
몸을 힘들게 하면 정신이 덜 방황할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나오고, 눈물이 찔끔 흘러나왔다.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까?
남편도 다른 때보다 퇴근이 늦었다.

다시 맞은 새벽,
남편이 자리에 없다.
자다깨다를 수없이 반복하다가 급기야 완전히 깨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그러기엔 너무 이른 시간인데..
겉으로는 평범하게 일상을 보내는 것 같지만
깊은 저 속엔 차마 겉으로 드러내기 힘든 슬픔이 또아리를 틀고 살고 있겠지.

이 남자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떠나보내고
제대로 울지도 못하는 이 남자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