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달 만에 딸래미가 다니러 왔다.
4박 5일 일정으로, 엘라와 함께~^^
온가족이 대면으로 다섯달 만에 뭉치는 셈이다.

우리 부부도, 아들도 엘라와 첫 만남.
일단은 사진으로 보여졌던 것보다 훨씬 커서 놀랐고,
덩치는 큰데 모두에게 순둥순둥해서 또 놀랐고,
바닥을 훔치다가 하얀 털이 생각보다 많이 떨어져 있어 놀랐다.

엘라는 집에 오자마자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탐색을 시작했고
마침내, 우리 집에서 제일 시원한 곳, 타일이 깔린 대문 앞에 자리를 잡았다.

주렁주렁 들고온 짐들은 온통 엘라의 것이었는데..
가방에 든 것은 빼고 지금 내 눈에 펼쳐진 것만 보더라도
물그릇, 퍼즐 밥 그릇 두 개, 바닥에 까는 패드 세 개, 발 닦는 수건 세 개, 목 줄, 밥, 간식...

딸래미는 원래 뭘 주렁주렁 갖고 다닐 줄도 모르는 아이인데
이번에 갖고 온 짐은 그 아이의 인생이 엘라 전과 엘라 후로 나뉜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정작 본인의 짐은 컴퓨터가 든 가방과 베이스 기타 뿐이다.

"하루가 엘라 중심으로 돌아가겠는걸!"
엄마가 말했다.

"진짜 그런 것 같아요. 엘라 없이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이 안나요."
딸래미가 대꾸했다.

"엄마가 너희들 생기고 그 이전 생활이 기억 안 났던 것과 같은 모양이네. 애나 개나 똑같나봐."

정말이지 그랬다.
애가 생기고 인생의 순간순간이 완전히 달라졌다.
모든 것을 애들 중심으로 계획해야 했고,
무엇을 챙기든지 내 것보다는 애들 위주로 챙겨야 했다.
그래서 내 인생은, 아니 대다수의 자녀 있는사람들의 삶은
자녀 있기 전, 후, 아이들의 분가..
이렇게 세 개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딸래미도 마찬가지겠지.
애가 개로 자음 하나 바뀌었을 뿐이다.

엘라 덕분에 매일 몇 번씩 산책 나가야하고, 밥이며 간식이며 신경 써야 할 일이
그저 혼자일 때보다 훨씬 많아졌지만
이제는 엘라 없는 하루를 상상하기가 힘들단다.

엘라는 나에게도 여러가지로 첫 경험을 하게 했다.
대형견과의 산책을 경험하게 했고,
대형견의 머리를 겁내지 않고 쓰다듬어 보게 했고,
대형견과 마주보고 웃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언감생심 겁쟁이인 내가 어디서 대형견을 그리 가까이 할 수 있었겠는가!

한편으로는 요렇게 이쁘고 순한 녀석을 보내고 내가 그리움을 앓게 생겼으니
벌써부터 사흘 뒤가 걱정이다.
함께 있는 동안, 털 걱정 따윈 잊어버리고 실컷 뒹굴어야겠다.

엘라야, 나하고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