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세 커플이 곧잘 어울린다.
나이는 달라도 가치관이 같은데다,
순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성격들이라
만나고 나면 헤어지기가 너무 아쉬운 사람들이다.

우리 부부와 다른 한 커플은 아이들 다 내보내고 단둘이 사는 늦신혼 부부,
한 커플은 90대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아들까지 데리고 사는 3대살이 커플이다.

아무래도 붙박이처럼 어머니 곁에 붙어 있어야 하는지라
우리의 모임 장소는 거의 3대살이 커플 집이 될 때가 많다.
간혹 함께 사는 아들이 시간을 내주어 우리집이나 다른 커플 집에 모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어머니 걱정에 좌불안석이 되기 쉬운지라 자연스럽게 그리 되었다.

이번에도 3대살이 커플 집에서 저녁식사 모임이 있었다.
나는 그 모임을 potluck을 가장한 'Crocs Party'라 이름붙였다.
3대 살이 커플이 각 커플들에게 크락스 신발을 장만해서 선물로 안긴 파티였으니 그보다 마땅한 이름이 없지 않겠는가!

나이가 이만큼 들어 자식이 아닌 다른 이에게 신발을 선물 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던 남편은 적잖이 놀라워했지만,
신발 사이즈 정보를 알아야 했기에  여자들은 알고도 시치미 뚝!
하지만 신발 실물이 생각보다 훨씬 이쁘고 귀여워서 요리 보고 저리 보고 흡족☺

늦신혼 커플은 젊어서 농아인들을 도운 봉사 경력이 있어
우리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그들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었고,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말하고,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금 생각나게 해주었다.

모임에 정해진 주제는 없지만,
다양한 삶의 경험을 나누고 이야기하고 웃을 수 있어 좋았다.
주변에 많은 사람이 있지만,
내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것이 곁에 있는 좋은 사람임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움켜 쥐고 있으면 내 것인 것 같지만,
움켜 쥔 손을 폈을 때 더 많은 축복이 따른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사람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이 재산이다.
사람이 행복이다.
주변의 내 사람들에게 더 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