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고객 님."

생전 처음 본 영업 사원이 생뚱맞게 내뱉은 말이다.

"나를 언제 봤다고 사랑하지?"

사랑이라는 말이 길거리에 널려있다.
여기도 사랑, 저기도 사랑..
세상에서 제일 흔한 말이 되버린 지 오래다.
흔한 말이 된 탓인지 깊이도, 감흥도 없다.
그래선지 언제부턴가 '애정합니다' 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흔하디 흔한 사랑에 조금 차별을 두는가 싶기도 했지만,
아직은 낯선 탓인지 입에 착착 달라붙는 맛은 없었다.

그러다가 접한 단어가 '추앙'이다.
잊혀졌던 단어.
내 생애 단 한번도 써본 적이 없는 단어.
그렇게 그냥 묻혀도 이상할 게 없는 단어.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를 통해 그 말을 들었을 때...
마치 처음 듣는 단어마냥 생소했고 낯설었다.

"나를 추앙해요!"

뭐야, 자기를 신처럼 받드란 말인가?

높이 받들어 우러러보고 존경한다는 사전적 의미 때문인지
일상적으로 쓰이기엔 한계가 있는 단어 같았다.

드라마가 회를 거듭할수록
사랑과 차별된 추앙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밀당 따위가 들어설 자리가 없고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온전히 지지하고, 응원하고,
설사 헤어지더라도 감기 한번 걸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다시 오더라도 따뜻하게 환대하는 마음.

길거리에 널려있는 요즘의 사랑과는 차별화된,
좀더 차원이 높고, 깊은 사랑이 바로 추앙일 지도 모르겠다.

박해영 작가의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가 인생드라마 였는데,
다시 새로운 인생 드라마를 갖게 되었다.

각자의 인생에서 모두가 주인공이고,
모두가 행복할 이유가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그래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드라마.

귀신들과 절제되지 않는 폭력과 시공을 넘나드는 판타지가 판치는 가운데
아직 내가 드라마를 포기 못하는 것은
간혹 이처럼 보석 같은 작품을 만나기 때문이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을 그런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진심으로 추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