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직접 만나 식사도 하고 게임도 하긴 했지만
통화를 하는 일은 좀처럼 없던 일이라
무슨 일인지 궁금증이 앞섰다.

뜬금없이 전화를 한 이유는
사실은 물어볼 것이 있노라 했다.

그럼그럼, 뭐든지 물어보렴.

이번에 딸아이에게 프로포즈를 하고 싶은데
해도 되는지 먼저 우리의 허락을 구하는 것이었다.

프로포즈 허락을 구하는 전화라?

나에게 익숙한 것은
프로포즈 받았다며
반지 낀 손을 보여주는 모습이었기에
조금 당황했지만
사귄 지가 벌써 5년 된 커플인데다
서로 잘 맞고
무엇보다도 사려깊음이 있는 아이라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프로포즈가 행해지고..
딸 아이에게 약혼자가 생겼다.

이제 그들은 서로를 소개할 때
'약혼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나 역시 예비 사위란 표현을 쓴다.
그리고 나도 예비 장모가 되었다.

프로포즈가 끝나자
'결혼'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화두가 되었다.
결혼식 장소를 물색해서
내년 6월 초 결혼 날짜를 잡고,
지난 주엔 사진을 찍었다.

사진이 나오면
청첩장을 만들고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돌린다고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해줄 일은 없다.
그저 응원해주고 지지하는 일 밖에.

기분이 묘한 것도 잠시.
딸아이도 나도 인생에서 가장 큰 고개 하나를 넘어가야 함을 느낀다.

오늘 아침,
안개가 자욱하다.
우리의 인생길이 그러하듯이..
하지만 든든한 동반자가 있고 등불이 있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안갯속 저 너머가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