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3년 만에 가족여행을 갔다.
3년 동안은 모두의 안전을 위해 집에서 모여 함께 했는데
이번에 딸아이가 눈이 있는 산, 리조트를 예약했다.

이번에 미국 동부와 북부에 갑자기 불어닥친 겨울 한파로
하마터면 시애틀에 사는 아들이 비행기를 못 탈 뻔 했으나
다행히 그곳은 기온이 풀려 제시간에 도착을 했다.
모든 여행이 다 그렇겠지만 비행기 여행은 특히나
날씨가 변수임을 멀리 사는 아들 덕에 깨닫게 된다.

떠나기 2주 전,
그 산에 한바탕 눈이 내려 제법 쌓였나 싶었는데
2주 동안 날씨가 초봄처럼 따뜻해서 산등성이 눈은 다 녹고
산꼭대기만 하얗다.

산에 올라가는 길,
남가주의 겨울을 즐기고싶은 사람이 많은 모양인지
산길이 엄청난 트래픽으로 몸살을 앓는다.
17마일 가는데 두시간 넘게 거북이 걸음.

일찍 도착해서 튜빙을 하려고 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딱히 정해진 시간도 없으니
되는대로 하지 뭐.
그렇게 생각하니 맘이 편해진다.
즐겁자고, 행복하자고 떠난 여행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노여워하면 나만 손해니까.

연말이라 에어비앤비 체크인도 오후 5시.
막상 도착해보니 아직 청소가 안됐으니
체크인이 더 늦어지게 됐단다.
부랴부랴 도착한 청소차 네대가 30분 동안 휘리릭~~청소를 끝내고
정작 숙소에 들어간건 6시.
사위는 이미 캄캄하고, 트래픽 몸살에 몸도 지쳤고,
눕고싶다.
눕고싶다.
집 떠나면 고생이다..
집 떠나면 고생이다!
집 떠나면 고생인가?

딸과 함께 자쿠지에 몸을 담근다.
산 속 공기는 한없이 차갑고
자쿠지 옆에는 하얀 눈이 쌓였고
우리는 피로를 녹여줄 따뜻한 물 속에 있다.
그래, 이 맛이지!
자쿠지를 좋아하는 딸이 있어 있다는 것만으로
이미 이 여행은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