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는 사람들

나는 혼자 걷는
사람들의 모습에 끌린다.
내게도 그런 성향이 있어서일 것이다.
친구들하고도 잘 걷지만 그럴 때는 수다 모임 정도로 느껴진다.
내가 혼자 걷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이유는
개인적인 문제든 다른 문제든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창의성과 상상력의 본질, 그 중심에 걷기가 있다.

- 플로렌스 윌리엄스의《자연이 마음을 살린다》 중에서 -

작년 1월부터 시작했던 남편과의 아침 걷기는
때로는 반타작을 할 때도 있고,
때로는 한달의 3분의 1도 못 걸을 때도 있지만
어찌됐든 얼추 2년이 되어간다.
오늘 아침에도 나가긴 했지만 바람이 세차게 불어 중간에 돌아왔다.
산타아나 바람이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늘 시작은 반이었고
한번 시작하면 가늘고 길게 가는 길,
화끈하고 열정이 넘치진 않아도 쉽고 빠르게 싫증을 느끼지 않고 가는 길.
그것이 지금까지 내 인생, 내가 살아온 내 길의 모습이다.

무슨 일을 하든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 부러울 때가 있었다.
하지만 열정이 넘치면 식는 것도 그만큼 빠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열정이 넘치고 빨리 식는게 나은가?
아니면 열정은 없지만 가늘고 길게 가는게 나은가?

분명 장단점이 있다.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보완하면서
각자 자기의 길을 가는 것이다.
어차피 인생은 그렇게 혼자 걷는 길이니까.

3월말부터 수영을 시작한 친구가
7개월 동안 꾸준히 수영을 한 결과 몸에 근육이 붙고 옷발이 섰다.
1시간 동안 수영하는게 힘들지 않냐는 나의 질문에,

"처음에는 빨리 해야 한다는 생각에 엄청 힘들었지만
지금은 내 속도대로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한다.
혼자서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그 시간이 너무 좋다."

친구는 마치 혼자 걷는 길의 참맛을 알아버린 사람처럼 그렇게 말했다.

새언니의 카톡 프로필에 새로운 문장이 떴다.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

곰곰이 생각하면 우리 인생길이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혼자 가는 길만, 혹은 함께 가는 길만 고집해서는 안된다.
때로는 혼자서도 걸을 수 있고
때로는 함께도 걸을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집을 떠나산지 6년이 넘었다.
덕분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혼자 하는 시간을 즐긴다는 거,
혼자 걷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는 거...
아이들을 놓아준 엄마가 기꺼이, 즐기며 해야 할 일이다.
그 시간이야말로
개인적인 문제든, 다른 문제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