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말했다.
"해가 지면 그날 하루는 무사히 보낸 거다.
엄마, 아버지도 사는 게 무섭던 때가 있었단다.
그래도 서산으로 해만 꼴딱 넘어가면 안심이 되더라.
아, 오늘도 무사히 넘겼구나 하고.
그러니 해 넘어갈 때까지만 잘 버텨라.
그러면 다 괜찮다."
또 한번은 고랑을 맡아 김을 맨 적이 있다.
엄마는 벌써 저만치 앞서 갔는데,
난 힘들어 입에서 단내가 났다.
"엄마아! 이 넓은 콩밭을 언제 다 맨대요?"
그때 엄마가 던진 한 마디.
"야아, 눈이 게으른 거란다."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벽에 부딪쳐
그만 포기하고 싶어질 때면 엄마의 어록을 떠올린다.
해가 지면 안도하고
새벽이 오면 또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겁났다는 분들.
그런 세월을 살면서 알아차린 것이다.
게으른 눈에 속으면 안 된다는 것을.
사람의 눈은 어리석기 짝이 없어서
해야 할 일 전부를,
인생 전체를 돌아보며 겁먹기 쉽다는 것을.
엄마가 말했다.
오직 지금 내딛는 한 걸음,
손에 잡히는 잡초 하나부터 시작하면
어느새 넓은 콩밭은 말끔해진다고.
반드시 끝은 있다고.
-----------카카오 스토리 책 읽어주는 남자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중에서---------------
아이들이 스트레스에 힘들어 할 때면
곧잘 이렇게 말해주곤 했다.
"앞서 생각하지 마.
하나씩 하나씩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골머리 썩던 일들이 다 해결될 거야.
필요하다면 처리해야 할 일들을 적어봐.
큰 주제로 1,2,3
그리고 1번 밑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거야."
실제로 엄마가 가르쳐 준 방법을 적용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당시 스트레스 받았던 일들은 해결되었음을 알게 됐다.
(물론 새로운 스트레스감이 등장했을 테지만..^^)
남편은 이렇게 제안하는 나를 보고 너무 선생님 같다고 말을 하곤 한다.
교과서 같고, 어쩐지 틀에 박힌 것 같고, 지루하고, 상투적이고 실현은 불가능할 것 같은 조언들.
어쩌면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선생님 같은 나의 제안과 조언들이
그들의 생활에서 문득 생각이 난다면....
그것들도 결국엔 그들에게 엄마의 어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작가의 엄마가 하신 말씀은 지금, 전염병을 넘어가는 우리에게도 힘을 준다.
곱씹으며 하루 하루를 지내봐야겠다.
아, 오늘도 무사히 넘겼구나.
그러니 해 넘어갈 때까지만 잘 버텨라.
그러면 다 괜찮다.
오직 지금 내딛는 한 걸음,
손에 잡히는 잡초 하나부터 시작하면
어느새 넓은 콩밭은 말끔해진다고.
반드시 끝은 있다고.
마태복음 6:34
그러므로 내일 일을 결코 염려하지 마십시오.
내일은 내일의 염려가 있을 것입니다.
그날의 괴로움은 그날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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