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졸업식은 초중고대대학원 통털어
거의 모든 학교가 화상회의 앱이나 녹화된 영상으로 치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고로 졸업식날엔
멀리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만나 축하를 나누고 식사하고 선물을 주고받아야 제 맛인데...
축하를 맘껏 받아야 하는 졸업생들에겐 미안할 따름이다.
이번에 딸 아이도 대학원을 마쳤다.
시기가 시기니 만큼 대면, 접촉은 불가해
논문 발표와 심사를 화상회의 앱으로 했고
졸업식도 미리 녹화된 영상으로 대신했다.
제 딴에는 가족들과 친구들 초대해 멋들어지게 논문 발표를 하려했는데
그게 수포로 돌아가 아쉬워하는 듯 했지만
화상 회의 앱으로 하게 되어
한국에 있는 친척들은 물론이고
미국 각지에 흩어져 사는 친구들도 함께 할 수 있었다.
워낙 전문적인 내용이라 무슨 내용인지 들으면서도 멍했지만
그래도 몇 년 동안 누구보다도 열심히, 성실하게 실험해왔다는 걸
알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수고했다.
축하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으쌰으쌰 졸업식을 하지 못하고
캠퍼스에서 사진 한 장 건지지 못한, 조금은 서러운 졸업식이 되어버려 아쉽지만
생각을 좀 넓혀보자.
그깟 졸업식이 대수더냐~
이제 디딤돌을 딛고 나아가는 것만 생각하자.
졸업식 뿐만 아니라 요즘엔 결혼식, 장례식도 화상회의 앱으로 하는 것을 보았다.
집에는 단지 주체적인 참석자, 이를테면 신랑,신부와 부모들 정도만 참석하고
주례는 뉴욕에서,
사회는 엘에이에서,
피아노는 서울에서...
그렇게 화상회의 앱 세상에서는 새로운 커플이 탄생하고,
아쉬운 이별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상으로 전하는 인사에는 한계가 있다.
얼굴은 똑바로 쳐다볼 수 있지만 온기가 없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만날 수는 있지만
따뜻하게 안아주고, 토닥거려 줄 수가 없다.
인터넷이 꺼지면 화면도 꺼지고, 덩그러니 미아가 된다.
방금은 함께였는데 금방 외톨이가 된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 맞닥뜨리게 된 현실이라는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지만
쉬이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밀어내고 싶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거리를 유지하고, 서로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기꺼이 화상회의 앱을 선택하기로 한다.
필요하다면 졸업식도, 결혼식도, 장례식도, 소모임도.....
지금은...
앞으로도 얼마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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