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해마다 6월이 되면 '가족여행'을 가자는 약속을 하고
올해는 생전 가보지 못한 크루즈 여행 (3박 4일 멕시코)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겨울 딸아이가 친구와 함께 크루즈를 다녀온 경험이 있는지라
나머지 가족은 비록 초행이지만 딸아이만 믿고 덜 떨고, 덜 긴장할 수 있었지요.^^
예약을 3월에 했는데
4월 중순에 세월호 침몰 사건이 터진 바람에
절친한 동생은
"언냐...그냥 크루즈 안 가면 안돼? 가지마라...딴 데 가라..." 하며 두려움을 표시했고
저도 약간은 무서운 생각이 들긴 들었지만
'설마....별일이야 있겠어?' 하는 생각으로 6월의 크루즈를 강행(?)했습니다.
크루즈 전날.
인터넷으로 체크인을 할 수 있어 미리미리 입력할 것은 입력하고
가방에 붙일 텍도 프린트해서 붙이고
필요한 서류(시민권자는 여권, 영주권자는 여권과 영주권 카드 필요) 등을 챙기고
짐을 싸고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잠이 들었습니다.
바다 위에서 자는 잠이라~~
상상만으론 도저히 감이 오지 않더군요.
크루즈 당일.
1시부터 4시 사이에 배에 승선하라는 안내가 있었는데
크루즈 다녀온 많은 분들이 일찍 가서 일찍부터 즐기라는 조언에
우리는 1시 쯤 도착해서 짐 풀자마자 점심부터 먹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크루즈의 먹거리 탐험이 시작된 것이지요.
모든 크루즈가 다 그런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간 크루즈는 아침과 점심은 부페식이고 저녁은 근사한 디너 테이블에서 오더를 해서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 시간이 몇 시간씩 주어져있고
그 시간이 지나면 더이상 서브를 안하는 방식이지만
피자와 아이스크림은 24시간 오픈되어 있어 배고플 일은 절대로 없어 보였습니다.
점심을 먹고 배를 한 바퀴 둘러본 후 방으로 들어가 있는데
5시 P.M 출발시간이 되자마자 안전교육이 실시되었습니다.
각 방마다 자신들의 대피 장소로 이동해야 했는데
대피해야 하는 구역이 층마다, 혹은 방 호수마다 달라서
한꺼번에 같은 장소로 우르르 모여 사고를 당하는 불상사를 없게 하였습니다.
대피 장소에 모이자
구명조끼 시범을 보여주었고
구명조끼를 착용한 후에 (각자가 착용해 보지는 않음) 구명보트를 타는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그렇게 약 40여 분의 안전교육이 실시된 후
각자 가지 방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안전 교육을 받는 내내
세월호가 겹쳐져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단지..40분의 안전 교육을 당연히 해야 할 의무로 알고 습관처럼 해냈더라면
그 무고한 생명들이 저 깊고 무서운 바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일은 없었을텐데...하고요.
안전은 습관이고 좋은 습관은 생명과도 관련이 있음을...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방으로 돌아와보니
크루즈 스튜어트들이 예쁜 코끼리 타올과 쵸코렛으로 우리의 승선을 환영했습니다.
그리고 스케줄이 든 팜플렛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매일 매일의 배의 일정과 디너 드레스 코드, 쇼, 클래스 등이 빼곡이 적혀있었습니다.
우리의 첫날 디너 드레스 코드는 크루즈 캐쥬얼..
그냥 편한 복장으로 가면 되지만 flip-flops나 수영복, 운동복 등은 입장을 불허한다고 합니다.
보통 디너는 매일 같은 시간을 정해놓고 갈 수도 있고
우리처럼 디너 타임에 아무때나 갈 수도 있게 set up을 해야 하는데
매일 같은 시간에 가는 경우는
커다란 테이블에 늘 같은 사람들이 앉아 저녁을 먹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때나 가게 set up을 했더니
네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정해주어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양식집에 가서 음식을 오더할 때
에피타이저-메인-사이드-디저트
이런 방식으로 오더를 하고 보통은 하나씩 오더를 하게 되는데(각각의 가격이 있으므로..^^)
한번 크루즈를 경험한 딸아이가 제안한 것은
먹고싶은 것은 마음대로, 갯수에 상관없이 오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될까?' 하는 촌스런 마음이 있었지만
경험자가 그러라 하니 먹고싶은 것을 마음껏 시켜보았습니다.
양식이라는 것이 워낙 양이 작아서 그렇게 시켜야 겨우 우리의 배를 부르게 해주었습니다.
첫날이라 그렇게 먹어도 느끼하다는 생각, 김치 생각은 아직 간절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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