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여행기라 함은
기억이 잊혀지기 전에 자리 꿰차고 앉아 써야하는데
그간 자리에 앉아 컴퓨터 할 시간이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다가
오늘에야 여행기를 이어 쓸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중간에 그만 둘 수도 없어 기억을 되살리며 죄송한 마음...가득 안고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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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의 첫 날 밤을 무사히 보내고 눈을 뜨자
배는 멕시코 엔시나다항에 정박해 있었습니다.
둘째날은 각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 할거리들이 준비되어 있는데
얼마의 돈을 더 주면 말도 탈 수 있고, 와이너리도 구경할 수 있고,
엔시나다 도시 구경할 수도 있고, 배에서 그냥 놀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엔시나다의 명소 구경을 선택했는데
준비되어 있는 관광버스를 타고 한 시간 여를 가서
'라부파도라'라고 하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멕시코 가이드 아저씨가 이런저런 팁을 주었습니다.
라부파도라에 도착해 쇼핑을 할 때
절대 부르는데로 값을 치르면 안된다!! 반으로 딱 잘라라..
그렇게 안주면 돌아나와라..아쉬우면 부를 것이다...
등등..
미국에서는 물건을 사면서 깎는 일이 흔하지 않아
문득 한국의 정겨운 시장이 상상되었습니다.
'라부파도라'에 도착하니
제법 길게 오픈 마켓이 늘어서있고
그 길 끝에 바닷물이 바위 밑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제법 장관을 이루는 볼거리가 있더군요.
아주 유명한 관광지인 모양인지
우리 버스 그룹 외에도 각지에서 관광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길가에 늘어선 오픈 마켓에서 가이드 아저씨가 준 팁을 이용해
기념품이라도 하나 살까 하다가
상품의 질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게 불러
그냥..눈요기만 하고 왔네요.
배에 오르자 어느덧 저녁시간.
둘째날 디너의 드레스 코드는 '크루즈 엘레강스'였습니다.
일년 365일, 결혼식이나 장례식을 제외하고 양복을 입을 일 없는 남편에게는
조금 귀찮은 일이었을 테지만
우리 가족은 준비해간 정장을 입고
참으로 우아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네요.
참, 한가지 빠뜨린 이야기
배를 타고 내릴 때,
저녁 식사할 때,
틈만나면 사진 기사가 튀어나와 사진을 찍어줍니다.
그 사진들은 사진전시실에서 돈을 내고 찾을 수 있구요.
경우에 따라서는 뽑히기도 해서 무료로 가져가기도 한다네요.^^
그날 저녁은 엔시나다 구경으로 잔뜩 피곤해선지 방에서 놀기로 했습니다.
조그만 방에서 옹기종기 둘러앉아 오목두기, 빙고게임을 했는데
진사람은 이긴 사람에게 손목을 맞기로 했습니다.
1등은 2,3,4등 한대씩
2등은 3,4등 한대씩
3등은 4등 한대..
4등은...무더기로 맞기만..^^
우리의 빙고게임은 갈수록 진화해서
처음에는 16개 한 줄 맞추기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81개 ㄷ자 빙고 맞추기까지 발전했습니다.
많은 것이 필요치않은 단순한 게임에 웃다가 울다가(아파서..ㅠㅜ)
즐거운 두어시간이 지나고 딸아이와 둘이서 스파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배의 맨 꼭대기 스파는 어린 아이들로 더이상 들어앉을 틈이 없고
21세 이상이 가는 스파도 있어 있다길래 거기도 가봤는데
거기는 술잔을 든 어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서
그냥 포기하고..내일을 기약하며..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네요.
그렇게 크루즈의 둘째날이 저물어갑니다.
배가 움직이는지..꿀렁..꿀렁...
모두 잠들었는지..쿨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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