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방학이 끝나고
아이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같은 대학을 다녀서 1년 정도는 한 동네 사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이번 가을부터 큰 애가 다른 동네의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어 아쉽게 이별을 했습니다.
하루는 큰 애 이삿짐을 도와주고
하루는 작은 애 이삿짐을 도와주고나니
공부방에 쌓아두었던 아이들의 두집 살림이 모조리 치워졌습니다.
아이들의 살림이 치워진 것처럼
온 집안이 썰~렁~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이번 학기부터 대학원을 시작하는 큰 애는
아직 학교 주변 사정에 익숙하지 않아 일년 정도는 대학원 기숙사에 머무르기로 결정했습니다.
floor plan이 어디나 거의 비슷하겠지만
거실과 부엌을 가운데 두고 방 두개가 양쪽에 있고 화장실이 각각 딸려있어
두사람이 쓰되 비교적 독립이 보장된 구조입니다.
큰 애보다 일찍 이사를 한 아파트 메이트가
큼직하고 편안한 소파를 두개나 갖다 놔서
굳이 따로 소파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생각했던 것 만큼 부엌이 크지않았고,
게다가 냉장고까지 소형이라
'대학원생들이 주로 밥을 사먹을 것이다...'라는 계산을 넣은 듯 해보였습니다.
새로운 생활에 약간은 긴장이 되고 떨리기도 하지만
대학 때는 늘 친구들과 한 방을 썼던 터라
독방에서의 새로운 생활이 은근 기대도 되는 모양입니다.
작은 애는 방 세개 아파트에서 6명이 살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삿짐을 나르러 가니 먼저 이사 와있던 친구 두명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남자아이들임에도 이것저것 없는 살림이 없이 꼼꼼하게 준비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슬로우 쿠커, 양념 lack, 절구(?)까지..
당장 신접살림을 차려도 손색이 없는 모습.
학기가 시작하면 얼마나 자주 음식을 해먹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해먹어 보겠다는 의지(?) 만큼은 그대로 묻어났습니다.
4년 전에는 두 집 살림이다가
1년 전 부터는 세 집 살림이 된 우리 가족.
때때로 방학이..연휴가..우리를 잠시 한 집으로 불러주지만
이제는 각자 자신의 주거지가 제자리가 되버린 우리 가족입니다.
내일은 큰 애가 잠시 방문한다고 합니다.
아이에게 먹일 삼계탕 재료를 준비하고
혹시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사둔 물건을 흡족해하며 쳐다봅니다.
엄마는...
두 집 살림이든지...세 집 살림이든지..
우리집이 아닌 다른 곳이 그들이 제자리이든지 아니든지
마음은 늘..아이들과 함께 함을 느낍니다.
0
쪽지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