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딸아이가 대학 기숙사에 들어갔습니다.

기숙사에 들어갈 짐들을 차 트렁크에 싣는 순간 마침내 홀로서기가 시작된 것이지요.

18년간 동고동락을 함께 해온, 때론 동생같고 때론 친구같은 아이였기에

떼어놓는다 생각하니 맘이 어찌나 짠한지..그동안 한번씩 울컥하기가 예사였습니다.

그래서 기숙사 들어가는 전날까지도 헤어짐에 대해 생각을 말자~~ 다짐을 했었습니다.

그리곤 마치 미루고 미룬 숙제처럼 기숙사 입소 당일이 되었지요.

기숙사 키를 받고 아이의 방을 함께 정리해주고 아이와 1년을 함께 할 룸메이트들도 만났습니다.

어찌나 다들 참하고 이쁘던지..'우리 아이 잘 부탁한다..'는 인사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방은 세명이 쓰기에 혹시 좁지나 않을까..걱정했었는데 생각보다 그리 좁지 않더라구요.

옷장도 하나씩 있고, 책상에 책꽂이에 쓰레기통도 일인당 두개씩..(하나는 재활용~)

혼자서 쓰는 방이 아니니까 배려하는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하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엄마는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딸아이의 배웅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오기 전..아침에 미리 써두었던 편지를 건넸습니다.

쿨하고 멋지고 쌈빡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역시나..눈물이 앞을 가리더군요.

다시 한번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복희야...연습했잖아..그동안 놓아주는 연습..숱하게 했잖아...쿨하게 놓아주는거야...놓아주자.. 

딸아이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며 눈물이 똑! 떨어졌지만

엄마는 힘껏, 높이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수인에게

마침내 오늘, 기숙사에 들어가는 날이 되었구나.

그동안 네가 가져갈 짐들이 서재에 하나 둘씩 쌓이고, 나가서 살 준비가 척척 진행이 되고 있었어도

엄마는 너의 부재를 실감할 수 없었단다. 

사실, 아직까지도 네가 집을 떠나 살게 되는 일이 실감나질 않아.

오늘밤이나 혹은 내일이 되어 네가 집에 없는 것을, 네 침대가 네 방이 비어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해야 피부로 느낄 수 있을런지...

지난 18년 동안 너와 함께 지낸 시간들을 생각해본다.

너는 정말 우리집의 큰 기쁨이고 자랑이었어.

항상  엄마, 아빠를 배려해주고 동생을 잘 보살펴주었지.

가끔은 지지고 볶으면서 다투기도 했지만 따지고보면 우린 참 적게 다투고 살았던 모녀지간이었어.

다..네 덕분이야. 다..속 깊은 우리 딸 덕분이야..고마워.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새벽엔 모두 잠들어있고 아직 햇살조차 창문으로 들어오지 않는구나.

하지만 어김없이 시간은 흘러 당분간은 마지막이 될 우리 네사람의 아침 식사시간이 되겠지.

넷이 얼굴을 마주보며 먹게 되는 아침 식사..

어쩐지 오늘 아침은 다른 날보다 특별할 것 같구나.

수인아,

대학교에 들어가면 모든게 새로워서 호기심이 많은 네가 탐험하고 싶은 것들이 널려 있을거야.

하지만 친구를 사귈 때도 새로운 일을 경험하게 될 때도 항상 신중하게 생각하고

무슨 일이든지 엄마와 아빠에게 의논하렴.

혼자 살기는 하지만 아직 배울 게 많은 네게 우리는 경험자로서 합리적은 조언을 해줄 수 있으니까.

먹고싶은 것이 있다거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고

지내다가 불쑥 가족들이 그리워지면 언제든지 엄마에게 전화해!

네가 불쑥 집에 오는 날..우리 식구들은 모두 선물을 받은 기분일테니까.

엄마, 아빠에게도 너의 빈자리는 크지만 정운이에게는 그 빈자리가 훨씬 크게 느껴질거야.

오죽하면 별명이 sister's boy겠니?

어제까지도 시간만 나면 네 옆에 꼭 붙어앉아 장난치고 공부하고 음악듣고 게임하고 그랬는데

하루 아침에 네가 가버린다 생각하면 정운이 맘도 맘이 아닐거야.

우리 딸이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만...떠나있는 동안에도 정운이에게 많은 관심 부탁해.

아빠는 걱정마.

엄마가 지금보다 더 잘할게.

네 몫까지 사랑한다 말하고..네 몫까지 더 많이 안아줄게.

그나저나 엄마는 무엇보다도 네 건강이 걱정이야.

체력이 제일 중요한데, 그것의 기본은 세끼 식사를 절대로 거르지 않는 것이란다.

학교밥이 집밥과 달라 때로는 먹고싶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한 끼 굶고 남길 때마다 아파하는 엄마 모습을 생각해줘.

솔직히 말하면 넌..지금 너무 깡말라 있는거 알지?

그리고 룸메이트들과의 관계는 편하게 생각해.

인간관계는 관계를 만드려 만드려 하는 것보다는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늘 하던대로 너의 모습을 보여주고, 진심으로 그 사람들을 대하기만 하면 다 잘될거야.

아..

이제 널 데려다 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우리딸..건강하게 잘 지내고,

뭐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우리에게 기쁨이듯이 너와 함께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너라는 사람이 기쁨이 되길 바래.

사랑해...사랑해..우리 딸..

페이스북이나 문자, 전화로 자주 연락하자.

2010년 9월 15일

우리 이쁜 딸을 떠나보내는 날, 이른 아침에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