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매우 솜씨가 좋습니다.

어머니는 손을 쓰지요.

아름답고 다채로운 실과 거울 조각들, 조그만 바늘을 가지고 바느질을 해서

멋진 숄이나 치마나 블라우스를 만듭니다.

그런데 우리 누이는

"어머니, 숄 하나 만드는 데 너무 오래 걸려요. 제가 어머니께 수놓은 기계를 선물할게요." 하고 말합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말합니다.

"왜? 왜 수놓는 기계를 사 준다는 거냐?"

"시간을 절약해 줄 테니까요!

"시간을 절약해? 시간이 부족하니? 신이 시간을 만들었을 때 넉넉히 만들었단다.

애야, 전기니 금속이니 기계를 만드는 데 쓰는 모든 재료들, 그런 것은 한도가 있는 자원이지.

너는 무한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한도가 있는 자원을 쓰라고 하고 있는거야.

그만둬라. 나는 바늘을 쓰는 게 좋아!"

---<차광주 님의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 중에서>----

몇 년 전에 한국에 갔을 때 고등학교 동창생들을 만났는데,

그 중 한 친구가 카페에 아이 가정 숙제라며 바느질감_쿠숀 카버를 가지고 왔습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도 솜씨가 없는 아이들은 가정 숙제에 엄마 손을 빌리곤 했지만

이것은 손을 빌리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엄마 숙제였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은 아이가 공부하느라 그걸 할 시간이 없다는 걸 이미 알고있고,

뻔히 엄마가 하는 걸 알면서도 숙제로 내준다며

그런 숙제 해주는 아르바이트가 있으면 대박일거라고도 했습니다.

알고 지내는 미국인 중에 한 명은 학교 선생님입니다.

얼마 전,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인터넷으로 읽는 책 이야기가 나왔는데

요즘 아이들이 그걸 즐겨 읽고 종이로 된 책 읽기를 예전보다 훨씬 덜 하는지라

그 내용을 금방 금방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오히려 종이로 된 책은 그 질감을 느끼면서 읽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고요.

우리 애들에게 글자를 가르칠 때 학교에서 하는 활동 중에

모래 위에 글자를 써보게 하기도 하고,

종이를 자르고 붙이기도 하고,

깃털을 사용하기도 했던 것이

다~ 그 질감을 이용해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하는 효과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으로 글자를 배우고 게임을 하고 학습을 합니다.

그것이 순간 학습에는 용이해 보이지만

지속적인 기억에는 그다지 크게 도움이 되는건 아니라니

될 수 있으면 종이로 된 책을 읽고, 읽히는 게 낫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주위에 뜨게질을 잘 하는 분이 계셔서 두달 전부터 뜨게질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혼자서 독학으로 코바늘 수세미를 엉터리로 떠 본 적은 있었지만

단을 만드는 것부터 배우면서 떠보기는 어쩌면 처음이었습니다.

지난 방학에 집에 다니러 온 딸 아이가 자기도 해보고 싶다고 가르쳐주라 하기에

배운 것을 또 딸아이에게 가르쳤지요.

친구들 왈,

"아줌마 같이~~ 웬 뜨게질?" 했다는데

거기에 또 딸아이는 이렇게 응수했다지요?

"앞으로 아줌마 될건데 뭘~~"

지난 방학때는 십자수를 해서 친구들에게 선물하더니

이번에는 목도리를 떠서 친구들에게 선물합니다.

돈으로 구입하는 선물보다 정성이 들어간 선물이 더 값지다는 것을 깨달은게지요.

무릎 덮개를 뜨고, 남편의 목도리를 뜨고, 이제는 아들녀석의 목도리를 뜹니다.

요즘에는 하도 세일을 많이 해서

목도리를 뜨는 것보다 목도리를 사는 것이 훨씬 싸게 먹히는 일이긴 하지만,

가족들에게 어울릴만한 실을 사고, 그것으로 정성을 가득 담은 소품을 만들어 선물하는 즐거움은

오랜만에 느끼는 색다른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클릭 하나 만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때로는 손으로 하는 보드 게임이 그립고,

더 많이 풍족하고, 더 많이 누리는 세상이 되었지만

때로는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그립습니다.

깊어가는 겨울~ 퍼즐 하나 사서 온 가족이 맞춰보는 것은 어떨까요?

모두 모여 픽셔너리~ 보드게임 한번 하는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