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멀고 귀 먹어 민둥하니 낯바닥 봉창이 된 달걀껍데기 한 겹,

그 까짓 것 어느 귀퉁이 모서리에 톡 때리면 그만 좌르르 속이 쏟아져 버리는 알 하나,

그것이 바위를 부수겠다 온몸을 던져 치면, 세상이 웃을 것이다.

하지만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것이요,

달걀은 아무리 약해도 산 것이니,

바위는 부서져 모래가 되자만 달걀은 깨어나 바위를 넘는다.

----<혼불>중에서, 최명희---

바위와 달걀..

죽은 것과 산 것..

강해 보이는 것과 약해 보이는 것.

아무것도 못할 것과 무엇인가를 하게 될 것.

오늘 아침, 우연히 다큐멘터리 하나를 보게 되었는데,

다리가 없는 장애인이지만 부단히 노력하여 수영선수가 된 16살 소년의 이야기였습니다. 

몇 년 전에 이미 다큐멘터리로 소개된 소년이었는데

어릴 적 모습이 간간이 있긴 하지만, 늠름하고 멋지게 자란데다

보는 이의 기분까지 좋게하는 미소를 갖고 있었습니다.

다리도 없고

손 하나는 기형이고,

도대체 이 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아이는 그저 바위 같은 존재일 수 밖에 없는 걸까?

아마 주위의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했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아이의 엄마는

장애를 가진 아이가 다치지 않고 할 수 있는 게 뭘까?

비록 장애를 가졌지만 자신의 장애를 감추지 않고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게 뭘까?를 생각하다가

수영 강습을 시작하게 되었고

결국 아이는 물 속에서 날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 다큐멘타리를 보면서

아이를 강하게 훈련시키는 엄마의 모습이 나 역시도 조금 지독하다 싶었는데

그 지독함 때문에 이런저런 구설수도 오르고

주위 사람들에게 모진 소리도 많이 들었다 합니다.

하지만 오늘의 인터뷰에서 엄마는

스무살이 되면 다른 아이들처럼 독립해야 하니까..

어쩌면 다른 아이들보다 더 지독스럽게 자기 징계를 훈련해야 했다고..말했습니다.

조그마한 알 같은 아이가

그 껍질을 깨고 결국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바위 같았던 사람들의 무시를 넘어

이제 아이는 바위를 넘어갑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단점이 있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이 때로는 남에게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은 깊은 내면의 상처일 수도 있고,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적 결함이거나

육체적인 장애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깨어나 그 바위를 넘어가려는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고, 치유되는 일이 있게 되지 않을까요?

이제는 너무 늠름해진 그 소년처럼요.

죽은 것은 결코 살아있는 것을 이기지 못하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