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맞는 양복을 입어야 한다.
"사람들은 대개 몸에 맞지 않는 양복을 입고 다닙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지요.
양복 구입에서 몸에 잘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좋은 원단을 선택하는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하죠."

- 카민 갤로의《리더의 자격》중에서 -

남자 옷가게를 하는 분이 이번에 가게를 정리하면서

남편과 아들이 입을 옷을 잔뜩 챙겨주셨습니다.

긴 남방을 비롯해서 브이넥 티셔츠, 폴로셔츠, 바지까지 커다란 봉지로 세 개..

일단 아들에게 입혀보고 입을 옷과 입지 않을 옷을 분리하라고 했더니

한 봉지가 아들의 몫으로 정해집니다.

퇴근 후 남편에게 입혀보니 이번에도 한 봉지가 남편의 몫이 됩니다.

남는 옷이 한 봉지..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 챙겨주려고 차고에 얌전히 보관합니다.

갑자기 새 옷 풍년이 들어 남편과 아들은 옷장 정리를 서두릅니다.

입지 않을 헌 옷들을 걸러내 새 옷을 걸어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걸러낸 옷 봉지가 두 봉지..

새 옷 한 봉지에 헌 옷 두 봉지..

차고에는 어느새 커다란 세 봉지의 옷 보따리가 자리합니다.

헌 옷 가운데에는 세일이라고 샀는데 

몸에 맞지 않거나 색상이나 스타일이 맘에 들지않아 텍도 떼지않은 채 있는 새 옷도 있습니다.

아들의 옷 쇼핑은 늘 아이와 함께 가는지라 제 스타일에 맞는 것을 고르게 되지만,

쇼핑을 무엇보다도 싫어하는 남편의 옷 쇼핑은 주로 저 혼자 하게 되어

가끔씩 남편의 마음에 들지 않아 그저 옷장 속에 걸려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걸려만 있다가 마침내 오늘,

옷장 밖으로 나오게 됐지만 다른 집으로 가게 될 봉지 안으로 들어가게 된거죠.

제 아무리 좋은 명품을 가지고 있다 해도

그것이 몸에 맞지 않거나

자기의 스타일이 아니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단 한번도 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묻히게 되는 모양입니다.

그게 어디 옷 뿐일까요?

자기 분수에 맞지 않은 넓고 커다란 집이나 차를사는 것도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해서 분수에 넘치는 사치를 부리는 것도

결코 자기 몸에 맞는다고 할 수 없는거겠죠.

나이를 먹어갈수록 점점 더 물건에 욕심이 많이 생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이를 먹어갈수록 단순한 눈을 유지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개개인의 문제지만

저는 단순한 눈을 유지하기로 마음먹고 있습니다.

사실 어떤 물건이 너무 사고싶어 살까말까 망설이기를 여러번 하다가

막상 사고나면 서너번 쓰고 구석에 쳐박히기 일쑤입니다.

그럼에도  쏟아지는 광고물은 구매욕을 자극하고

기존에 사용하던 물건들을 폐물 취급하도록 유혹하지만

단순한 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보려구요.

봄이 완연합니다.

겨울에 비해 옷들이 한결 가벼워지고 색상도 화사하겠죠?

몸에 꼭~ 맞는 어여쁜 옷 입으시고 봄 나들이 어떠신가요?

아이들 손잡고 가까운 공원으로라도요.^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