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딸아이와 함께 찜질방에 다녀왔습니다.
비교적 널찍한 찜질방이 집에서 차로 30분 정도 거리인데
남편이랑 아들 녀석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혼자서 가는 것은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에
오매불방 딸아이 오기만을 기다렸지요.
딸아이는 요새 아이 같지않게 찜질방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찜질방에 가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른 일은 다 제쳐두고 ‘찜질방행’ 차편에 오릅니다.

찜질방까지 30분.
오랜만에 만난 엄마와 딸의 수다가 시작됩니다.
기숙사에서 나와 학교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이야기,
학과 수업 외에 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에 대한 이야기,
친구들과 어울리며 겪는 웃지못할 에피소드…
그런저런 이야기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어느새 찜질방에 도착합니다.
30분이 이렇게 찰라든가? 순간 느꼈습니다.
 
언젠가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어디까지나 전해들은 이야기입니다.^^
영국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거액의 상금을 걸고 퀴즈를 냈다고 합니다.
‘맨체스터에서 런던까지 가장 최단시간에 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라구요.
거액의 상금이 걸려있는 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천재들로 부터
수학자, 과학자, 공학자, 일반시민, 대학생 할 것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하여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고, 그들이 제시한 답변도 각양각색이었습니다.
비행기, 기차, 오토바이를 이용하여 최단거리를 계산하기도 하고,
지도상에 나온 지름길을 측정하여 이들 교통수단을 적절하게 혼합하는 방법도 있었구요.
하지만 정작 일등을 한 사람은 지극히 평범한 일반 사람인데다 답 또한 뜻밖이었는데
모두가 그 대답에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 대답인즉슨, ‘좋은 친구와 함께 가는 것’입니다.

대답을 듣고 저 역시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멀고 힘든 여행길이라도 좋은 친구와 함께 하는 길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버릴 게 분명하고
그 길은 추억이라는 이름이 덧대어져 두고두고 그리움으로 남을 길이 될 테니까요.

찜질방행 30분이 찰라로 느껴졌던 것은 분명…딸아이가 좋은 친구였기 때문이겠지요.
그렇게 찜질방에 들어가 85도방부터 110도가 넘는 불가마방까지 들락날락하며 땀을 빼다가
또 얼음방에 들어가 몸을 식혀주기도 하다가..
수다로 웃다가…
팥빙수로 입에게도 즐거움을 주다가..
얼굴에 팩도 하면서 온 몸에 맛사지도 하다가…보니
어느새 다섯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습니다.
다시금 다섯시간이 이렇게 찰라?든가…하고 느꼈지요.

찜질이 끝나고 드디어 때미는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그저 늘 샤워만 하고 다니는 사람은 때를 민 후의 그 개운함을 알까요?
엄마와 딸은 때 민 후의 개운함을 열렬히 사모하는 지라 그 시간을 십분 즐깁니다.
딸아이와 함께 쓰려고 아껴두었던 각종 스킨케어 견본품이 쏟아져나오고
“너와 쓰려고 모아놨어~”라는 엄마의 한마디에 엄마의 등을 미는 딸의 손놀림이 더 힘차집니다.
“아이고…시원하다…좋다….”
“아이고…시원하고 좋네요….”
그렇게 때미는 시간은 또 훌쩍, 찰라가 됩니다.

찜질방에서 일과가 끝나고 마켓에 들어 학교에 가지고 갈 물건들을 쇼핑합니다.
친구들에게 오뎅국과 순두부를 해주겠다고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담는 아이의 모습이
새삼 고맙고 예뻐서 모처럼 강행했던 엄마와 딸의 ‘찜질방행’은 함박웃음으로 마무리 됩니다.

좋은 사람, 좋은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들은 그렇게 늘 찰라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