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보는 드라마 중에 ‘천일의 약속’이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여자를 향한 한  남자의 순애보적 사랑 이야기.
수애와 김래원의 물오른 연기도 좋고, 극의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 지 그것도 사뭇 기대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눈여겨 보는 것은 그 드라마 안에 있는 여러 모습의 엄마들입니다.
자식을 사랑하지만 제각기 표현 방식이 다른 엄마들의 모습에서
엄마라서, 함께 울게되고 웃게 됩니다.

이 드라마 역시 수많은 엄마의 모습들이 등장하지만
특히 대조되는 두 명의 엄마만 살펴보기로 합니다.

먼저 자식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앞뒤 살피지않고 심한 말부터 내뱉고 보는 엄마.
분명 그 엄마도 자식을 너무 사랑해서, 자식이 당하는 것이 안스러워서
당신의 사랑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내 자식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내 자식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에게도 온갖 악담을 퍼붓습니다.
“그 놈 미친놈이야, 치매 환자랑 결혼한단다…..세상에 돌아도 돌아도 어떻게 그렇게 한심하게 도니?”
그것을 본 자식도 분명 엄마가 자신을 사랑해서 그렇게 한다는 것을 알지만 정작 그의 반응은,
“엄마, 나쁜 사람 같아..”

또 다른 엄마는 침착하게 상황을 살펴보고 오히려 먼 장래를 내다보는 엄마입니다.
일단 벌어진 일에 대해서, 그것이 더이상 수습이 불가능하다 여겨질 때에는
엄마의 체면이나 위신보다도 그 일로 인해 겪게 될 자식에 대한 염려가 더 큰 엄마입니다.
알츠하이머라는 무서운 병을 앓고있는 사람과 결혼을 하는 아들에게
“네가 원해서 한 결혼이니 축하한단 말은 해줘야겠는데 쉽지가 않네. 그렇지만 너 끝까지 최선을 다해.
지금 마음 변치말고 그 아이 아프게 하지마. 같이 시간 많이 보내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끝없이
사랑해. 그 마음이 아니면 너도 그 아이도 힘들어서 안돼..”
엄마의 마음을 전해받은 아들은 전화를 끊고 말없이 눈물만 흘립니다.
아들의 들썩이는 어깨와 빨개진 눈가는 이제 아내가 될 사람에 대한 사랑에 더해
엄마에 대한 애뜻함까지 묻어나는 듯 합니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엄마가 되는 것은 모든 엄마의 꿈입니다.
그래서 엄마들은 매일같이 ‘더 좋은 엄마가 되는 법’을 읽고 또 자식에게 실습합니다.
모든 엄마의 사랑이 똑같은 무게라고 가정하고,
그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의 차이가 주는 결과만을 예상한다 하더라도
아마 많은 엄마들은 두번째로 언급한 그 엄마의 사랑표현에 박수를 보낼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만약 우리에게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어떤 엄마의 모습이기가 쉬울까요?
제 삼자가 되어 다른집 자식을 바라보는 마음과
당사자가 되어 내 자식을 바라보는 마음은 분명 다르고 다를 테지만,
두 엄마의 판이한 모습은 내가 어떤 엄마여야 할 지 방향을 제시해 주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