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운전 면허를 딴 지가 어언 20년이 되었습니다.
처음 10년 간은 일명 ‘로컬의 여왕’이었지요.ㅠㅜ
될수만 있으면 자동차가 날아다니는 듯한 프리웨이는 타고싶지 않았습니다.
쌩쌩 달리는 차들이 그저 무서웠거든요.

그래서 프리웨이로 가면 아주 가까울 길도 로컬로만 다니다보니
어디를 가든 일찍 서둘러야 했고, 돌아올 때도 몇 갑절 더 시간이 들었습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무엇하나 엄마 혼자서는 하기 힘들었습니다.
미국이라는 곳…자유자재로 운전을 하지 못하면 살기 힘든 곳이니까요.

벼르고 벼르다가 한가한 어느 토요일 아침, 처음으로 프리웨이을 탔습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엄마는 그때의 떨림과 환희와 긴장과 희열을
요며칠 새삼 딸아이를 통해 다시 느꼈습니다.

딸아이가 운전면허증을 가진 것은 1년 반 전입니다.
곧바로 대학 기숙사로 들어가게 되서 운전은 어쩌다가 집에 와서 한번씩 한 게 전부였지요.
게다가 엄마는 자신의 겁많음에 비추어 딸아이를 대입한 탓에
가능하면 로컬만 운전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딸아이는 늘 로컬만 운전했습니다.
엄마 차를 빌려쓰는 처지였으니 차주의 말에 따를 밖에요.

어느덧 대학 2학년이 된 딸아이는 3학년 쯤에는 학교 밖에 있는 아파트에 살기를 원합니다.
그러려면 차가 필요할 테고,
차를 사용한다는 의미는 집을 혼자 다녀갈 수 있다는 뜻이고,
그 말인즉, 프리웨이와 로컬을 자유자재로 운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엄마는
‘딸아이도 엄마처럼 만들 수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 겨울방학 동안 딸아이의 프리웨이 연습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연습 코스는 프리웨이 진입 하자마자 우리집 exit이 있는 5초 구간이었습니다.
딸아이는 “완전 자신있음”인데 동승한 엄마가 “완전 자신없음”이라
일단은 프리웨이 진입 감각부터 익혀줘야 안심할 수 있었거든요.

이제는 나갈 일이 생기면 딸아이가 프리웨이 운전을 합니다.
프리웨이 운전 경력 10년의 엄마보다 백배, 천배는 더 잘 하는 것 같습니다.
엄마보다 훨~씬 젊고, 머리도 빨리빨리 돌아가고, 감각도 좋은 아이이건만
엄마 눈엔 아직도 애같고,
눈에 보이지 않으면 걱정되고, 불안하고 …
놓아줬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엄마는 딸아이의 바지 가랑이 하나를 붙잡고 있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붙잡고 있는 그 바지 가랑이…그것 역시 이젠 놓아야 할 때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