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이 되자 큰아이는 새학기가 시작되어 다시 대학으로 돌아갔고,
둘째아이는 다음주부터 1학기 final시험을 본다고 이제서야 분주합니다.
그동안 큰아이에게서는 감기에 걸렸다는 조금 아픈 소식과
지난번 방학때 배운 잡채를 만들어 친구들과 나눠 먹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지요.
그래도 감기로 오래 앓는 것 같지는 않아 안심입니다만
학교 아파트 히터가 고장난지 일주일째라는데
학교 당국은 고치는데 자꾸 늑장을 부린다는군요.
일교차가 그리 심하지 않은 곳이라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차가운 밤 기온에 감기가 도지지는 않을까 저으기 걱정입니다.

그나마 감사한 것은
시대가 좋아져 매일매일 문자를 주고받고, 금방 찍어올린 따끈따끈한 사진이며
컴퓨터로 얼굴보고 대화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어제는 작은아이가 제 전화기에tango라는 application까지 다운 받아줘서
이제 전화로도 얼굴을 볼 수 있으니
맘만 먹으면 그리운 이 얼굴을 보는 것은 참말로 ‘누워서 떡먹기 시대’입니다.

20여 년 전..
미국에 맨 처음 왔을 때 국제전화비가 1분당 1불 35전이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결혼 전..남편은 미국에 있고 저는 한국에 있을 때,
집에서 국제전화를 사용하면 전화비가 따로 청구되어 부모님 눈치가 보였거든요.

그래서 늘 공중전화를 사용했었는데
10000원 카드 한 장을 전화기에 넣으면,

“잘 있죠?” 딸깍 (돈 날아가는 소리^^)
“저는 잘 있어요." 딸깍
“그럼 잘 지내요." 딸깍

이렇게 세마디에 뚜뚜뚜뚜 소리가 나면서 허망하게 10000원 카드 한 장이 달아났답니다.
20년 전에 10000원이면 절대로…작은 돈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전화도 맘대로 못하면서 절절하게 연애했던 기억이 나는데
요새는 뭐…국제적으로 문자까지 공짜로 하는 세상이니 참으로 격세지감입니다.

얼마전 남편과 함께
아주 오래전 우리가 청소년기를 보냈을 때,
우리들 각자가 상상했던 전화기의 발달은 어디까지였는지 예전 생각들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저보다 앞선 시대를 산 사람이라선지
남편은 핸드폰까지는 생각을 못하고 공중전화기에 화면이 있어
화상통화가 가능하지 않을까…생각했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선 전화에 대한 것은 상상조차 불가능했다는 뜻이지요.
그래도 저는 도끼같은 무선전화기를 들고 다니는 시대를 상상했으니 좀 진보한 편인가요?

어찌됐든 우리의 상상은 한계를 넘어 이제는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핸드폰에
3D 기능, 화상 통화, 국제적인 문자기능, 게임기, 사진기에 인터넷까지…
전화기 하나로 해결이 되고보니 앞으로 어찌 될지…
이제는 그 발달의 속도만으로도 기가 죽어 감히 상상불가입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장난감을
잘 사용하면 최고의 유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엄청난 것들을 잃어버릴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그런 것들과 관련된 시사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데
요즘 아이들은 여럿이 모여 있을 경우
서로 대화를 하기 보다는 각자 핸드폰으로 노는 데 익숙해져 있다고 합니다.
실험적으로 핸드폰을 걷어놓고 대화하는 모습을 엿보니
그 장면이 무척 어색했는데,
대화를 할 때나 안 할 때나 손에 핸드폰이 없으면 어쩐지 불안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이것 역시…자제를 나타내야 하는 것 중 하나로구나….하고 느꼈지요.

모든게 너무 빨리 변하고, 옛 것들이 사라져가면서
사람들은 점점 아날로그를 추억합니다.
문자 보다는 예쁜 편지지에 곱게 써내려간 편지를 그리워하고,
연락이 닿지않아 여자친구의 집 앞에서 종일 그녀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남자친구의 조바심을 그리워하며,
화려한 이벤트가 아니라 그저 작은 마음 하나 넌즈시 건네는 수줍음을 그리워하고,
현란하고 선정적인 춤과 내용도 알아듣지 못하는 노래보다는
통기타 하나로도 멋을 내는 그윽한 음성을 그리워합니다.
 
그리워하는 그 마음을 가득 담아
국제전화비가 턱없이 싸져서 손쉽게 국제전화 할 수 있음에도
1월이 가기 전에 예쁜 편지지에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져볼 계획입니다.
홀로 계신 시어머니에게도,
늘 그리운 내 어머니, 아버지에게도,
보고싶은 딸아이에게도 말이지요.

아날로그를 추억하며...어여쁜 여러분들도 그리운 이에게 편지 한 장 써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