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쳐버린 것들을 향해서

괜찮아...내버려둬...라고 말해주는 일은

평화로웠다.


공무도하 / 김훈

아는 분 집에 들렀다가 그집 텃밭에 심어져있는 부추며 근대를 잔뜩 얻어왔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부추 다듬어 무치고
근대도 데쳐서 버섯이랑 멸치, 다시마로 우려낸 다시물로 된장국을 끓였더니
그저 풀 뿐인 밥상이라도 한 상이 차려집니다.

구수한 된장국과 더불어 파릇파릇한 밥상에
남편과 아들은 밥 한 그릇 뚝딱,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비워냅니다.
내 새끼 배불리 먹는 모습만 봐도 저절로 배가 부른게 엄마 마음인지라
어느새 제 배는 내 새끼 잘 먹는 모습을 보기만해도 배부른 배에다
남들 먹는 것 만큼 밥까지 먹어
손으로 튕기면 퉁퉁 소리가 날 것 처럼 불러옵니다.

지난 주말엔 학교가 바빠 이번 학기엔 집에 올 시간도 없다고 한 딸아이에게 다녀왔습니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미역국을 한 솥 끓여 zip bag에 한그릇 분량씩 담아 얼려주고,
친구들과 나눠 먹으라고 불고기도 넉넉하게 재 갔지요.
하나 더 스페셜로 얼마전부터 다시 베이킹에 재미가 붙어 만들기 시작한
비스코티를 종류별로 (쵸코렛, 아몬드, 크렌베리, 바닐라) 구워 가져갔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삐리리~ 문자가 날라옵니다.
“엄마, 비스코티 짱!!”이라고요.  

솔직히 고백하면 그 한마디 들어보려고
밤새 서서, 되지도 않는 솜씨 부린 것이겠지요.

도시가 답답하시다며 시골에서 혼자 사시는 시어머님께서는
아침식사만 집에서 간단히 챙겨드시고
점심과 저녁은 동네 노인당에서 드신다고 합니다.
혼자서 하는 식사는 입이 쓴 데 그래도 여럿이 어울려 먹으니 한결 나으시다고요.

혼자서도 먹어보고, 여럿이도 먹어보고 이렇게 저렇게 매일 밥을 먹고 살지만
역시 밥은 혼자보다는 여럿이 먹는 것이 나은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깔깔거리며 웃기도 하고,
주거니 받거니 ‘정’도 나누면서요.
그래서 식구라는 말이 같은 집에서 살며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요즘은 애들은 애들대로 바쁘고,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바빠서
식구라 할지라도 함께 둘러앉아 밥 먹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고 합니다.
경쟁이라는 화두를 달고사는 시대를 탓해야 할 지..
식구라는 이름과는 별개인 삶을 사는 식구들을 탓해야 할 지..
우리들 각자가 생각해보아야 할 숙제인 것 같습니다.

오늘…식구들과 식사 하셨어요?
식구와 함께 하는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가
아주 먼 훗날~~놓쳐버리고 후회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되지 않길 바라면서
함께 하는 식사 시간을 위해, 더욱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