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우리집 인근에 있는 한 도시에서
한인 청년이 골프채로 어머니를 죽인, 비정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사건과 함께 몇 달 전에 한국에서 있었던,
또 다른 고교생 골프채 사건이 오버랩 되면서 본연의 애정이 없는 요즘 시대를 생각해봅니다.

우선 착잡했습니다.
지금 시대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머니를 때려 숨지게 한 그 잔인함과 비정함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계획된 것이 아니고 우발적인 범죄들이었지만
그래도 어머닌데, 아무리 미워도 나를 낳아주고 키워준 어머닌데…
어떻게 죽기까지 때릴 수가 있었을까요?

사실 한국에서 있었던 고교생 골프채 사건은
사건의 심각성도 심각성이지만 우리 어머니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 사건이었습니다.
자식의 인성보다 자식의 성적을 지향하는 요즘 어머니의 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았으니까요.

무엇을 위해?
어떤 만족을 얻기 위해?
그렇듯 높은 성적만을 바라고 바라고 바라면서
점점 더 나락으로 빠져가는, 피폐해져가는 자식을 놓치고 있었을까요?
그 어머니는 진정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요?
아마 모두들 그 사건을 대하면서 ‘성적지상주의’에 대해
한번쯤 반성하며 자식을 대하기로 마음 먹었을지도 모릅니다.

한국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제 친구는 말합니다.
요즘, 학교에서는 ‘인성’을 가르치기가 쉽지 않다구요.
인성을 가르치려다가 비디오로 찍히고, 인터넷에 올려지고, 학부모 쫓아오고….
그렇게 번거로운 일을 당하면서 또 그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교육하기는 쉽지 않다구요.
선생님의 위상도 예전같지 않다구요.
그래서 선생님들은 점점 더 인성 교육에 소극적이 되는 것 같다구요.

참…슬픈 일이죠?
가정에서는 학교에 인성교육을 맡기고,
학교는 가정에 인성교육을 맡기는 실정..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 인성교육의 현주소입니다.

비정한 골프채 사건을 보면서 자식을 키우는 엄마로서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과연 나는 근시안적인 사고를 가진 편협한 엄마는 아닌가?
과연 나는 아이의 장래를 한 치 앞이 아니라 좀 더 멀리 내다보는 엄마인가?
과연 나는 아이가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잘 지도하고 있는가?

근시안적인 사고를 가진 엄마는 지금 눈앞의 것에 급급합니다.
당장 아이의 시험성적에 목을 매고,
성적이 좋지 않으면 죽일듯이 야단치고,
야단치는 것도 모자라 부모로서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말까지 하고 맙니다.
하지만 멀리 내다보는 엄마는
지금 당장 시험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아이의 장점을 아는 엄마입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다음번을 기약하며, 더 좋은 것들에 초점을 맞춥니다.
늘 아이의 사기를 올려주며 긍정적으로 다음을 기대합니다.

한국에 사는 친구 아들 녀석이 이번에 대학을 간다고 합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전교회장까지 하고 공부도 꽤 잘했다는군요.
그러다가 고등학교에 가서 공부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음악에 심취했다고요.
막상 수능시즌이 오고 대학에 갈 시간이 다가오니 성적은 안나오고
무엇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아이의 마음을 대변한 제 친구가 갑갑한 마음을 전해왔습니다.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친구들 상담은 얼마나 잘해주는지…어이가 없다니까”

지금 앞에 보이는 것만 놓고본다면
좋은 대학에 못간 친구 아들의 인생은 그리 성공한 것 같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멀리 내다본다면
친구를 상담해줄 정도로 친구들에게  신뢰심이 있는 그 아이는
성공의 가능성이 무궁무지하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앞에 놓인 것만 보지말고
좀 더 멀리 보는 것의 중요성들에 대해 이야기 했지요.
사실 금방 죽을 것 같다가도 몇 달 지나고 몇 년 지나면 언제 그랬냐 싶은게 인생이니까요.

우리는 매일, 바쁘게 열심히 산다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한번쯤 우리가 그저 바로 앞에 보이는 것만을 위해…열심히 살고 있지만은 않은지..
좀 더 멀리 내다보며 길게 보는 법을 잊고 사는건 아닌지..
골프채 사건을 통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법을 체크해볼 기회를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