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딸아이가 다녀갔습니다.
여름방학이 될 때까지 집에 올 여유가 없을 것 같다며 잠깐 시간을 낸 것인데
여지없이 둘이서 함께 찜질방에 다녀왔습니다.
함께 수다떨고, 맛있는 것 사먹고, 때 벗기고, 유쾌하게 한나절을 보냈지요.

찜질방에서 만난 어떤 아주머니가 딸아이의 나이를 묻습니다.
열 아홉이라고 하니 다 컸는데 엄마 따라 찜질방에 온다고 칭찬을 합니다.
당신의 딸은 생전 같이 오는 법이 없다고요.
함께 와서 때도 밀어주고 수다도 떨면 좋으련만…하며 우리를 적잖이 부러워 하십니다.
딸아이와 나는 둘이서 눈을 찡긋거리며 기분 좋은 모녀관계를 새삼 확인합니다.

“엄마, 엄마랑 이렇게 찜질방 오는 시간이 너무 좋아요.”
“나도 그래.”
” 이 제 학교에 가면 찜질방 생각 많이 날거에요.”
”나도 그럴거야.”
“엄마, 이렇게 찜질방 가는게 우리 두사람tradition이 된 것 같아요”
“그치, 너무 좋지?”
“네..”

찜질방에서 한나절을 보낸 후,
근처 한국마켓에 들러 배추 한 박스를 샀습니다.
엄마표 김치에 목마른 아이에게 한 병 들려 보내주려구요.

집에 와 배추를 절이고 김치 속을 만들고 온 가족이 함께 김치를 담그면서
누가 만든 김치가 색깔이 덜 빨갛네~
누가 만든 김치가 속이 덜 들어갔네~ 하면서
밤 늦게까지 ‘김치의 정’을 쌓아갑니다.

한 보따리 가져온 아이의 빨래를 차곡차곡 개서 가방에 넣어주며
이틀 밤을 자고 가는거지만 ‘집이 최고야!!’라는 느낌으로 돌아 가길 바라봅니다.
 
남편은 어려서부터 집을 나와 자취를 하며 살았는데
주말이 되어, 혹은 방학이 되어 집에 돌아갈 때면
부지런한 어머니께서는 늘 남편이 할 일을 만들어 두었다고 회상합니다.
어린 나이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고 마냥 쉬고 싶은데
집에는 늘 해야 할 일이 만들어져 있으니
그게 싫어서 때로는 일부러 집에 가지 않을 때도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남편은 우리 아이들에게 집이란 쉼, 편안함, 안식의 의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의견에 저는 백퍼센트 공감합니다.
집이 쉼과 편안함과 안식을 주는 곳이라야
아이들이 언제든지 오고싶고, 그리워하게 될 테니까요.

깨끗하게 빨아 말린 빨래 한 가방과
가족 모두의 손맛이 들어간 김치 한 병,
이것저것 생각날 때마다 챙겨놓은 자질구레한 것들을 챙겨서
딸아이를 다시 학교에 보내고는 도착할 시간에 맞춰 문자를 넣어보니
도착하는 즉시 바쁜 학교 생활이 시작된 모양입니다.

자유를 위해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딸아이의 진지한 노력과
잠깐 동안이지만 집에서 만들어간 한 줌의 추억이
남은 학기 동안 빛나는 결실을 맺을 것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