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발이 차고 혈액 순환이 잘 안되는 터라
혈액 순환에 좋다는 요가도 해보고, 족욕도 해보고, 대추차도 끓여 마셔보지만
한번씩 잠을 잘 못 자고 일어날 때면 목하고 어깨가 심하게 결리곤 합니다.
그럴때면 “아이고…”소리가 저절로 나오지요.

작은 아이를 픽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엄마가 이제 늙었나봐. 안 쑤시고 안 아픈데가 없네..어쩌지?” 했더니
“엄마 하나도 안 늙었어요.”하며 머리를 흔들어 댑니다.
“아니야..엄마 머리 좀 봐라. 흰머리에 몸은 쑤시지…엄마 늙은 거 맞다니까..”
“아니에요. 엄마 안 늙었어요!” (완전 강력 부인!!)
희끗희끗한 머리가 증명을 하고 한번씩 아프다해도 아이는 엄마의 나이듦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걸까요?

생각해보니 내 키가 자라고 내 나이가 먹어가는 것은 알았지만
우리 엄마의 나이듦에는 나 역시 둔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10살 때도, 20살 때도 엄마는 늘 그 모습이었으니까요.

언젠가 흰머리가 급속히 늘어나 엄마에게 푸념한 적이 있었는데
“니가 날 탁해서(닮아서) 그래~~”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엄마 머리는 늘 까맸잖아~” 하니 당신은 늘 염색을 하고 사셨다나요?
그렇게 늘 까만머리를 고수하신 엄마였기에 제 기억에는 그 모습이 그대로 각인된 모양입니다.
사실 당신도 나이를 먹고, 지금의 나처럼 시나브로 늙어가고 계셨는데
나는 엄마는 늘 그대로고, 내 나이 먹는 데만 온통 신경이 있었던 것이지요.

나이 드는 것은 두렵지 않은데 나이를 먹으면서 하나 둘씩 삐걱거리는 몸의 이상은 정말 신경이 쓰입니다.
겉모습은 강철도 씹어먹을 것 처럼 생겨놓고
속모습은 겉모습처럼 강하지 못한 것을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거고~
이제는 좀더 열심히 운동하고, 몸에 좋다는 것도 좀더 챙겨 먹어야겠습니다.

모처럼 맞는 사흘간의 연휴에 딸아이가 다녀갈 예정입니다.
달력을 보니 어느덧 집에 다녀간지 한달이 되었더라구요.
이번에 집에 다녀가고 나면 파이널 시험이 있고, 두주 정도 여름 방학이랍니다.

왜그렇게 방학이 짧냐구요? 

지난 2월부터 학교 근처 연구소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연구소에서 여름에도 계속 일해주기를 원해 일하면서 여름학기까지 듣겠다는군요.
딸아이의 계획을 듣고 자신이 하겠다는 것을 어찌 할 도리는 없지만
솔직한 내 심정은 ‘그냥 집에서 우리랑 좀 살았으면 좋겠다.’입니다.

자식을 내보내고,
자식과 함께 할 시간이 점점 더 줄어들고,
서로의 길이 더 명확해지면서 아쉬움과 애착은 더 커가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놓아주었다고 자신있게 말해도 부모에게 자식은 영원히 아픈 손가락이니까요.
 
지인 중에 아들 둘 모두를 대학에 보내고 부부만 살고계신 분이 있는데
그분 말씀이 “늦둥이도 괜찮겠어~~ 요새는 정말 너무 적적하고 재미가 없네.”하십니다.
그 말씀을 듣고 문득 든 생각이 ‘있을 때 잘하자, 그러니까 잘하자.’ 였습니다.

우리의 부모님께도,
우리의 자식들에게도,

우리의 남편에게도,

우리 자신의 건강에도
있을 때 잘하고 잘한다면 더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은 있더라도 후회는 없을 테니까요. 

그저, 있을 때 누구에게든지 더 잘하는 내가 되기로 다시 마음을 다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