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모처럼 기차를 타고 엘에이에 나녀왔습니다.
한달에 한번씩 있는 오피스 미팅을,
멀리 산다는 이유로, 지금은 맘 내키면 가는 걸로 바꾼 터라
정말…오랜만에 사무실 식구들도 만나고, 친구도 만나고 그럴 참이었지요.

집에서 기차 타는 시간은 오전 8시 15분
LA Union Station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9시 35분.
대략 한시간 반 정도를 기차를 타면 지하철 타고 사무실 도착하는 시간이 얼추 10시가 됩니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두시간 정도 걸리는 셈이죠.

그날도 어김없이 기차는 정시에 출발했고 중간 중간 쉬어가는 역에서 사람들이 많이 탔습니다.
거의 출근을 하는 사람들이었죠.
그런데…
철커덕~~
Union Station까지 세개 역을 남겨놓고 기차가 그만 서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 일을 한번도 겪어보지 못해 그야말로 무슨 일인가 싶어 깜짝 놀랐지요.

기장의 ‘2시간 정도 정차를 할거’라는 청천병력 같은 통보를 받고는 나는 안절부절, 좌불안석인데
주위 승객들은 그렇게 놀란 것 같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는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는 듯 했고
뒷자리에 앉은 어떤 아줌마는 시종일관 뜨게질 삼매경~
앞자리 총각은 마치 이런 일을 예상이라도 한 듯
가방에서 계속 먹을 것을 꺼내먹지를 않나~
이것이 그저 내 주위 사람들의 풍경만이 아니라 기차 전체의 풍경이었지요.

두시간 정차를 예상한 기차는 세시간을 정차하게 되었는데
그 긴 시간 내내 사람들의 풍경은 별반 다르지 않고
나 혼자만…마치 시간이 멈춘 듯….공중에 붕 떠있는 듯…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다시 기차가 움직인 시간은 12시 5분이었습니다.
그것도 움직여서 종착역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역에서 내려
미리 준비하고 있는 버스에 옮겨 타고 가야하는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기차에서 내린 승객들은 그야말로 질서정연하게,
누구도 불평 한마디 없이,
마치 예행 연습이라도 한 듯,
줄까지 서서,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 안에서도 기차 안의 풍경과 다르지 않았구요.

그저…나 혼자만…별의별 생각을 다했습니다.
‘이렇게 세시간씩 아무런 예고도 없이 정차를 했다면 뭔가 승객들에게 댓가가 있을거야.
나중에 버스에서 내릴 때 ‘다음번 기차는 그냥 타도 좋다’는 도장이라도 찍어주려나~’
그 생각은 내가 특별히 공짜를 좋아해서 든 생각이라기 보다는
기차 안에 묶여 잃어버린 내 세시간에 대한 기차 측의 최소한의 보상이라고 여겼기 때문인데..
사실은 그것마저도 버스에서 내려 유유히 역사로 들어가는 승객들의 모습에서 산산히 깨지고 말았습니다.
미안하다는 사과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결국, 나 혼자 마음속으로 공짜 밝히는 사람이 되버린 격이었지만
어찌됐든 기차 정차 사건은 내게는 ‘시민의식’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세시간 정차하고,
공짜표도 받지 못하고,
미팅에도 참석 못하고,
이래저래 손해가 참 많은 듯했지만
직접 목격한 ‘시민의식’의 현장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거든요.
그만하면~ 공짜표 보다도 더 값진 것을 받은 셈이죠?

시민의식..
그저 말로만 되는 것은 아니겠죠?
분명히 교육되어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책임감 있는 시민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학교에서 노력하고 교육하는 것처럼

가정에서도 계속 관심을 갖고  부모가 본으로 보여주어야겠다고 틈만 나면 그 일을 다시 되새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