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엔가 열중할 때..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전화기를 사용할 때...

가끔 아들 녀석은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왜 그렇게 인상써요?"

"인상? 안 썼는데?"

"아니오, 엄마 아까부터 인상쓰고 있었어요."

"헉...그래? 조심할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책에 빠져들어서,

인터넷에 심취되어서,

드라마에 감정이입이 되어서,

카톡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서....

그렇게 인상을 쓰고 있었던 것을 아들 녀석이 지적한 것입니다.

그래서 알았습니다.

화낼 때만 얼굴 표정이 굳어지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열심히 할 때도 얼굴 표정이 굳어지는구나...하고 말이죠.

젊었을 때야~ 피부조직이 살아있고, 뭘해도 빛이 나는 시절이니

열중해서 무언가를 하는 모습이 마냥 아름다워 보이지만

한 살 두 살 나이가 먹어가는 이제는 열중할 때도 얼굴 풍경에 신경을 써야하겠구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상 위에 동그란 거울을 하나 갖다 놨습니다.

자아도취나

특별히 얼굴에 자신이 있는 사람도 아니면서 굳이 거울을 갖다 놓은 것은

'무언가를 할 때 인상쓰는 얼굴을 고쳐보자~' 하는 이유 때문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거울 한번씩 쳐다보며 의식적으로 미소를 지어봅니다.

참나...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치지만

이런식으로 연습을 하다보면 거울 없이 다른 일에 열중할 때도 미소짓는 모습으로 할 수 있겠지~ 싶어서

그대로 강행하기로 합니다.

거울 한번 쳐다보고, 글 한 줄 쓰고

거울 한번 쳐다보고, 글 한 줄 쓰고... 

이런 내 모습이 어이가 없지만 며칠 연습하면 미소짓는 얼굴이 굳어져서

거울 없이도 되지 않을까요?

아들 녀석의 한 마디가 생활 습관까지 바꾸다니...자식 말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입니다.

며칠 후 아들 녀석에게 물어보려 합니다.

"엄마, 이제 책 볼 때 인상 안쓰지?"

살짝 눈이 동그란데다 눈꼬리까지 올라가 있는 나는 그간 EYE MAKEUP에 신경을 쓰고 살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마스카라만 바르면 눈을 비비게 되는데다

아이라이너로 눈을 강조하면 살짝~ '고양이과'가 되는 것 같았거든요.^^

이런저런 이유로 몇 년 전에 친구들이 permanent eyeline을 한다고 할 때도

나는 쏙 빠지고, 친구들만 멋진 eyeline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가벼운 새도우만 바르는 걸로 30초면 눈화장 끝이었던 내가

얼마전부터 아이라이너를 바르기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올 여름 미국에 다녀간 남편 친구의 부인때문이었지요.

내가 눈화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니 늘 화장을 안하는 사람처럼 보였나봅니다.

마침 함께 몰에 갔다가 세**라는 곳에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나에게 맞는 아이라이너를 적극 추천해주지 뭡니까?

그때부터 바르게 된 아이라이너~

처음엔 정말 내가 아닌 것 같았는데

이젠..아이라이너를 하지 않으면 화장을 하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윤곽이 살아난다고 할까요?^^

나이 40 중반이 되어서야 우리 엄마가 왜 지극정성으로 아이라이너를 했으며

왜 친구들이 영구적인 아이라인을 했는지..이해가 가게 됩니다.

얼굴 풍경이 살아나게 된 것이지요.

나는 아이라이너 예찬론자는 절대로 아닙니다.

다만 때론 선입견으로, 때론 편견으로 터부시했던 어떤 것들로 인해

내 얼굴 풍경이 바뀔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얼굴의 풍경..

곱씹어 생각해볼수록 많은 의미를 담은 말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얼굴은 어떤 풍경인가요?

봄, 여름, 가을, 겨울..어느 계절을 닮은 얼굴인가요?

1월부터 12월가지 어느 달을 닮은 얼굴인가요?

새벽부터 밤까지 어느 때를 닮은 얼굴인가요?

어떤 날씨를 닮은 얼굴인가요?

몇 개를 선택해서 의식적으로 얼굴 풍경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내 얼굴에 책임은 나한테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