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반성문을 쓸 때 이렇게 딱 한 줄만 썼어.

"선생님, 사랑합니다."

이것을 본 우리 선생님, 순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시더니

"다음부턴 잘해."라는 한마디만 하시더라구.

역시 우리 담임 선생님도 사랑엔 약하시더라구.

-지병주의 <인생의 반은 만나는 거래 나머지 반은 헤어지는 거래> 중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종종 벌을 세우기도 하고 반성문을 써오게도 합니다.

어느 집이나 나름대로 아이들에게 주는 벌이 있고, 또 체벌의 기준도 다르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주로 받았던 벌 가운데는

구석으로 가서 '손 들고 20-30분씩 꿇어 앉아 있기'가 있었습니다.

거의 많은 체벌이 그럴 것이라고 여겨집니다만,

벌이란 단순히 잘못에 대해 반성하게 하는 것 뿐만아니라

아이들의 성격을 파악하기도 안성맞춤이었던 것 같습니다.

"공중으로 나란히 뻗은 두 직선은 절대 만나지 않는다."

이것이 꿇어 앉아 손을 들고 있을 때 아이들이 지켜야 하는 원칙이었죠.

딸아이와 아들 녀석이 싸움을 하고,

서로 자기가 잘했다고 우기고,

누구의 잘못인지는 대충 엄마의 직감으로 판단이 서는 상황이지만,

싸움을 한 자체가 잘못이기에 아이들은 구석에 가서 30분 벌을 서게 됩니다.

10여 분이 흐르면서

아들 녀석은 징징거리며 누나가 잘못했는데 자기가 벌을 선다며

공중으로 뻗쳐진 두 손을 붙잡고 몸을 틀고 어쩔 줄을 몰라합니다.

하지만 딸아이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두 손을 똑바로 든 체로 안간힘을 씁니다.

자존심이 강해 자기가 잘못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눈물조차 흘리지 않습니다.

시간이 경과하면 손을 내리게 한 후

앞으로는 어떻게 지낼 것인지 자신의 계획을 묻습니다.

아들 녀석은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누나랑 안 싸울거에요..흑흑"

딸아이는 "동생이랑 사이좋게 지낼게요."하고  마지못해 말합니다.

거의 절반 이상은 분위기에 압도되어서 토해낸 말이란 것을 엄마도 금세 알아채지요.

"다음부턴 잘해!!" 한마디 강하게 한 후

각자 제자리로 돌아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보내주지만

체벌의 후유증이 한동안 가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성격적으로 우리집 아이들은 금방 잊고마는 성격이 아니라서인지

왁자했던 분위기는 차분히 가라앉게 되고

엄마는 그 분위기를 어떻게 띄워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금방 잊지않는 애들에게 잦은 체벌은 절대로 옳지 않아!'

'무엇이든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납득이 되는 아이들에겐 무조건이란 없어!'

'애들마다 다루는 것이 똑같아서는 안돼!'

지금은 체벌도, 반성문도 한번씩 모여앉아 들추어내는 추억이 되어버렸지만

체벌을 통해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렇게 파악한 특성을 양육할 때 좌시하지 않았던 것이

아이들의 타고난 성향과 성품을 존중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어느덧 엄마라는 이름 하나 더 갖게 된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엄마로서 부족했던 부분이 너무 많아

한번씩은 다시 2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더 잘할 수 있을텐데...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다음부턴 잘해!' 라는 말이 엄마인 나에게도 유효했던 시간..

그렇게 말하고 벌 줄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

이제는 다음부터가 아니라 지금부터 잘할 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