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국에 갔을 때 대나무에 새긴 자기들의 이름...ㅠㅠ

엄마 몰래 이렇게 철없는 행동을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참말로 많이 컸네요!!)

어느덧 여름방학이 끝나가고 개학을 하는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저에게는 대학교 2학년이 되는 딸아이와 11학년이 되는 아들 녀석이 있는데
딸아이는 9월 중순에 개학을 하고 아들  녀석은 다음주 월요일에 개학을 한다고 합니다.

지나고보니 3개월이라는 방학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서둘러 지나갔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새 학년에는 아이들이 좀 더 활기차고, 좀 더 열심히 생활하기를 바라봅니다.

그동안 저희 집에는 아들녀석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었습니다.
숫기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었던 아들 녀석이 지난 5월인가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뜬금없이, “엄마, 나 Section Leader apply하려고요.”
라고 하지 않겠어요? (아들 녀석은 밴드부에서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만약 녀석이 평소에 개미 눈곱만큼이라도 남 앞에 나서기를 좋아한다거나
큰소리를 낼 줄 알기만 했어도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단지 apply 할거라는 말에 너무나 놀란…우리 가족은 모두…
“어떻게 그걸 할 생각을 했대?” 라고 질문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절대 해서는 안되는 아이가 apply를 한다나요?

“절대 해서는 안되는 아이가 어떤 아인데?” 하고 되물었더니
그 아이는 뭐든지 자기 고집대로 하고, 배려하지 않고, 막무가내라고..
한마디로 안하무인이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았더니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멀쩡했던 거죠.

어찌됐든 녀석 나름대로 ‘안하무인의 폐해’를 알고있구나..싶어 기분은 썩 좋았고,
결과가 어찌 될 지는 모르지만 아이의 긍정적인 변화에 그저 감사한 마음 뿐이었습니다. 

Section Leader 에 apply를 하기 위해서는 이력서도 써야하고, 자기 소개서도 써야 하는데
이럴 때 녀석에겐 대학교 기숙사에 있는 누나가 든든한 지원군이 됩니다.

“누나, 이력서는 어떻게 써?”
“누나, 자기 소개서는 어떻게 할까?”
“이럴 때는 이런 말이 괜찮을까?”
“이것은 쓸까? 말까?
딸아이는 바쁜 와중에도 녀석에게 모든 것을 조언해주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준비가 된 application을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마침내 Section Leader가 되었다는 발표를 들었을 때
우리 가족은 모두 축하해하며…”하하하…호호호..낄낄낄…흐흐흐…” 그저 웃었습니다.

사실 이 웃음은 아빠도 엄마도 누나에게도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는 것이었습니다.

‘네가 정말 Section Leader란 말이지? 와우..믿기지 않아..’
‘네가 정말 숫기없기로 유명한 내 아들이라고? 근데…엄마는 왜 이렇게 걱정이 되지?’
‘내 동생..정말 장하다..잘 할거야, 잘 해낼거야..’

아니나다를까..엄마의 기우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Section Leader로서 첫번째 임무가 주어지면서 부터요.

--Mission 1 모든 색션 멤버들에게 밴드 캠프 일정에 대해 전화할 것—

생전 친한 녀석들하고 통화하는게 전부인 녀석이라 하더라도
그까짓 전화 쯤이야…식은 죽 먹기 아니겠어? 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완전 오산입니다.^^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녀석의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되었으니까요.

누나에게 흰 종이 한 장 들고가서 전화로 멤버들에게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을 지
적고, 고치고, 연습하고…
그렇게 적은 종이를 들고 그냥 말하는 척…자연스럽게 연기하던 모습은 차라리 눈물겨웠습니다.

우야둔둥 첫번째 미션 성공!!^_____^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니 녀석과 함께 한 지난 16년이 떠오릅니다.
어찌나 작은지 “이게 과연 사람이 될까?” 싶었던 태어났을 때 모습..
한달이 지나자 볼이 터질 듯 살이 올라 전국의 우량아가 울고 갈 정도로 튼실했던 모습..
맨처음 학교에 들어갔을 때 엄마와 헤어지기 싫어 울던 모습..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때 모습들…
크게 말썽을 부리지않고 늘 순종적인 녀석의 모습들…
나이가 들고 키가 크면서 오히려 긍정적인 기운으로 변화하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가슴이 벅차면서 감사함이 차오릅니다.

언젠가 잘 알고 지내는 분에게
“아휴..우리 아들넘은 숫기가 없어서 정말 걱정이에요.”라고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분 말씀이…
”걱정마, 애들은 12번도 더 변하더라…자기 아들도 분명히 더 남자다워지고 멋있어질거야..
그저 엄마는 곁에서 격려해주고 힘주고 어깨 두드려주고…그러면 돼!!” 라고 하셨는데
정말이지 아이들은 12번도 더 변하는 모양입니다.

이번 여름방학을 통해 좀 더 멋있어진 아들 녀석..
내년에는…그리고 내 후년에는 지금보다  더 멋있어지길…
엄마는 마음으로 힘차게 녀석의 어깨를 두드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