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대학에 가있는 딸아이가 무척 보고싶습니다.
학교로 들어간 지 이제 겨우 열흘 쯤 되었는데
오늘따라 그 아이가 가까이 있음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그 아이가 보내온 facebook 메시지 때문이지요.

저는 아이에게 한번씩 facebook을 통해 구구절절 사랑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마침 화학 시험을 본다길래 엊그제 메시지를 보냈더니 답장이 왔습니다.
바로 그 답장이…공연히 제 맘을 싱숭생숭, 그리움으로 가득차게 만들고 맙니다.

우선 제가 쓴 편지부터 소개합니다.

수인아~~^^
잘 지내고 있지?
캠 시험 본다고?
무쟈게 스트레스 받겠군..ㅠㅜ
스트레스 받으면 더 힘들어지니 스트레스 받지마라....해도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겠지?
우리 딸 늘 하던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라.

정도 내일 physics 첫 시험이래.
지금까지는 100점이었다가 엊그제 퀴즈에서 2점 깎아먹고 98점이라 이번에 잘해야 된다고..ㅋㅋ
그리고 이번 토요일에는 도서관 community service interview 한다고 하더라.

그저..요즘엔 모두가 다 바쁘구나.
수인이는 수인이대로..
정운이는 정운이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엄마는 또 엄마대로...

오늘은 잠언 12:25 (proverbs 12:25) 말씀을 소개한다.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염려는 마음을 굽게 하여도
좋은 말은 마음을 기쁘게 만든다..

시험에 대한 염려가 있고 스트레스가 있더라도
엄마의 이 메시지가 수인이의 마음을 기쁘게 했으면 좋겠다.^____^

사랑해!!

love,mom
 
이 메시지를 보고 보내준 아이의 답장입니다.

엄마, 메세지 보니까 반갑네요. ^^
제가 요즘 바쁜데, 정운이가 더 바쁜것같아요. 정운이한테 "Good luck!" 전해주세요!
오늘은 전화 못드릴것같아요...내일, Ambassador Meeting 있는데, Business Casual 입으라고했어요.

근데 그런 옷을 못챙겨와서 오늘 쇼핑 좀했어요. ^^

돈 좀 썼으니깐 2주 동안 쓰면 안되겠다 싶어요. >.<

쇼핑한다음에, 친구랑 Rock Climbing 갔어요.

학교 첫주가 공짜라서 한번 가봤는데....너무 피곤하고 팔 아파요. ㅜㅜ

근데 엄청 재밌었어요.

암튼 쇼핑하고 Rock Climbing 했으니깐 오늘 공부할 시간이없었어요....지금 하러 가요!

내일, 아니면 모래, 전화 드릴게요!

사랑해요~

-수인
 
딸아이의 메시지에서는 다양한 대학생활이 가득합니다.
예상치 못한 옷을 쇼핑해서 2주 동안 용돈을 절약해야겠다는 경제관념도 좀 있고,
친구들고 함께 한 레저에도 적당히 시간을 안배했구요.
게다가 끝까지 짬을 내서 공부할 시간을 마련하는 기특함까지..^^
엄마랑 떨어져 살면서 오히려 더 속깊은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시나브로 엄마보다 더 나은, 더 멋진 여자가 되어있겠지요?

어제는 작은 아이 학교 open house 에 다녀왔습니다.
Open house에서는 0교시부터 7교시까지 각 클래스를 돌아보며
선생님에게 수업목표나 방향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작은 아이는 밴드부 야간 연습이 있어 남편과 둘이서 학급을 돌아본 후,
엄마가 작은아이 때문에 이래저래 걱정이 많다고 딸아이게도 보고를 했었지요.
그랬더니 이런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엄마, 정운이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11학년 이 제일 어려운 학년이에요.

지금은 어떻게 적응해야지 모르니깐 좀 down일거에요.

그리고 사춘기 잖아요! 그때는 부모 말 잘안드릴려고 하잖아요. ^^

너무 걱정마시고, 스트레스 받지마세요!

큰 아이와 작은아이는 고작 2년 7개월 터울인데…말하는 게 10년도 넘은 큰 누나 말씀 같습니다.^^
어쨌든 이제는 엄마 말보다는 누나 말이 더 가슴에 아로새겨질 나이인지라
저도 그 말을 청종해봅니다.

어느덧 딸아이는 엄마에게 이렇듯 적극적인 교훈을 베풀만큼 커버린 게 분명합니다.

답장으로 “고마워…감사해~~~사랑해…” 등
쓸 수 있는 모든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고 지금 이 칼럼을 씁니다.
공부만 잘해서 최고가 아니라
엄마를 어루만져주고 동생을 어루만져주는 우리딸, 진짜 최고입니다.^____^
그 딸아이가 오늘은 정말로 정말로 보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