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도화지에 봄을 그리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는 색깔도 선명한 크레용으로 하늘, 나비, 나무..를 그리다가
어느 틈엔가 왼쪽 한 귀퉁이에, 커다랗게 찬란한, 햇님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햇님 얼굴에는 눈, 코, 그리고 미소 가득한 입도 있습니다.
이것을 본 엄마는 화들짝 놀라며 이렇게 말합니다.
“어머머 애야, 그림 그릴 때 해를 그리는 건 아니란다. 어떡하니~ 좋은 그림 다 버렸네..ㅠㅜ”

노란 나비의 눈을 빨갛게 색칠하는 아이에게도
엄마는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마디 합니다.
“어머머? 왜 나비 눈을 빨갛게 칠하니? 까맣게 칠해야지.”

파란 하늘 대신 검은 하늘을 그리는 아이에게도
엄마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아이야, 하늘은 파랗단다.”

꽃을 채색하는 아이에게도 엄마의 신경은 곤두서 있습니다.
유난히 까만색을 좋아하는 아이는 까만꽃을 그려봅니다.
곁에서 지켜보던 엄마, 이번에는 크레용을 빼앗기까지 합니다.
“아니야, 꽃은 빨간색이야!!”

나무는 꼭 초록색으로 그려야 하며, 나비는 꼭 노란색으로 그려야 한다.
하늘은 꼭 파란 하늘이어야 하며, 자전거는 바퀴가 두개고 자동차는 네개여야  한단다.
꽃은 빨간색, 분홍색, 되도록이면 붉은 계통이어야 하며, 나무에 달린 열매 역시 빨갛단다.
아, 그리고 한가지..해는 보이지 않으니까 그리면 안되는거야.
해 그리면 빵점이야..알았지?
사람의 입술은 빨개야 하며, 눈썹은 까매야 해.
우리집에 있는 소파는 색깔이 까맣잖니? 그런데 왜 흰색으로 그린거야?

여기까지 읽어보시니 오늘 제가 하려는이야기가 무엇인지 감이 잡히시지요?
맞습니다.
오늘 저는 아이들을 우리의 시각으로 고정된 교육(주입식) 보다는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교육을 시키자..라는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말인즉슨, 그냥 그들이 하려는대로 한번 맡겨보자..라는거죠.

우리가 예전에 받아온 교육이 ‘창의적’이기 보다는 ‘주입식’이었기 때문에
저 역시 가끔은 자녀를 교육하는데 있어 예전에 제가 받은 적이 있던
바로 그 ‘주입식’ 교육에 아이들을 끼워 맞추려 하곤 합니다.
지금까지 나도 그래왔으니까…너희들도 그렇게 해야하지 않겠니?
그리곤 마치 그것이 정석인 양 아이들을 그 길로 인도하기도 합니다.

비록 ‘그림’그리기를 예로 들었지만
우리 주변에 생활 속 주입식 교육의 흔적은 여러 곳에  남아 있습니다.

왼손으로 글씨를 쓰면 안된다.
공부할 때 음악을 들으면서 해서는 안된다.
시험 기간 중에 소설책을 읽는 것은 큰일날 일이다.
남자는 부엌에 드나드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에 비해 충동적인 행동을 자제한다는 결과가 있고,
multi tasking이 가능한 요즘의 아이들은 음악이 학습에 능률을 주기도 합니다.
시험 기간 중에는 소설책이나 퍼즐을 푸는 것이 긴장을 완화시키는 한 가지 방법이며,
부엌에서 요리를 하는 남자들의 모습이 매력적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결국 주입식으로 우리들 머릿속에 박혀있던 갖가지 생각들이
사실은 정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크레용을 왼손으로 잡고 까만 꽃을 그리는 아이,
샛노란 색으로 크고 밝은 해를 그려넣는 아이,
그 아이는 창의력과 독특한 시각이 훗날 멋진 화가의 삶을 살 지도 모르고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틈틈히 책을 읽어 머리를 식힐 줄 아는 아이는
삶을 더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을 지도 모르니까요.

주위를 둘러보며 내 주변에 암암리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주입식 교육의 잔재를 찾아봅니다.
그리고 질문 한 가지를 던져봅니다.
예전 방식 그대로 주입식으로 교육할 것인가?
아니면 파격적이긴 해도 자신의 상황과 환경에 맞춰 새로운 방식으로 교육할 것인가? 
 

(이 글은 Eunhwa Lee 님이 주신 메일에서 소재를 얻어 적게 되었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복 받으실거에요~~~~~~~~~~~^__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