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란 크고 엄청난 것들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작고,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보이지조차 않는 숨겨진 것들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희망이란 그것을 아끼고 키워올리는 사람에게는 넝쿨처럼 자라올라서...
벽을 뒤덮는 담쟁이처럼 삶을 견고하게 하고 더 높고 더 드넓은 곳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저는 늘 믿고 있습니다.

- 한수산의《단순하게 조금 느리게》중에서 -

연말..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새해에 세웠던 계획을 되돌아보며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후회, 반성과 함께 자책도 하고,
잘한 일에는 스스로를 대견해하고 칭찬하기도 합니다.

살아가는 내내 느끼는 것이기도 하지만 특히나 연말에는 '시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시간이라는 것이 하루하루 지내는 것은 더딘 것 같아도
지내놓고 보면 일년 지나는 것이 눈 깜짝할 사이인 걸 보면
그 속도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하거든요.
물론..그래서 덧없는 것이 인생이기도 하겠구요.^^

40고개를 넘은 지금..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을 살아왔지만
삶의 고비고비를 넘을 때마다 '나'를 지탱해준 것은 희망이었습니다.
유학생 남편을 만나 힘들고 외로운 유학생활을 할 때는 보이지 않는 미래가 희망이었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아이들이 희망이었으며,
척박한 가운데서도 오손도손 알콩달콩 살아가는 가족이 희망이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저의 희망은 지금도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잘 자라는 아이들과 가족이라는 희망의 울타리에서는 어떤 일도 못할 일은 없으니까요.

'희망'을 아끼고 키워올린 덕택에 어려웠던 시절들은 웃으면서 회상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그 시절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도 없을거야..'라고  시절을 감사하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웃으면서 회상할 날이 조금 더디게 올지도 모르지만..
생각만큼 희망의 결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희망'은 시나브로 담쟁이 넝쿨처럼 삶을 더 견고하고 단단하게 붙잡아줄 것입니다.

계속되는 불경기에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서로 나누고, 돌보고, 돌아봐야 할 연말이 쓸쓸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암울하다고 앞으로의 삶이 암울하지는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암울하다고 여겨지던 인생의 한 때가 있었고,
혹은 지금 그렇게 여겨지며, 앞으로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암울하다고 밑으로 밑으로 기어들어갈 것이 아니라
암울의 덧게를 거둬내며 희망을 향해 미소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희망이라는 작은 씨앗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 하나만으로도
희망은 담쟁이 넝쿨처럼 자라 온 담장을 뒤덮고 온 천지를 뒤덮을 수 있습니다.

희망의 시작은 굳이 클 필요도 없습니다.
아주 작은 씨앗처럼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그래서 쉬이 찾아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시작은 작아도 그 끝은 찬란한 것이 또한 희망입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부터 '희망'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밝은 미소를 가진 우리 아이들..
든든한 남편...
손을 내밀면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가족과 친구들..
조급함이 아닌 편안한 마음..
욕망이 아닌 절제..
시기와 질투가 아닌 감사함과 격려..
그런 것들이 모두 '희망'의 다른 이름이 아닐런지요..

깊어가는 연말..희망의 다른 이름을 찾아 담쟁이넝쿨처럼 올려보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분명 새해에는 신나고 즐거운 일만 일어날거라고 감히 저는 믿어봅니다.^________^